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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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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피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번쯤은 미피의 이름에 대해 들어 보았을 것이다.

 

미피는 네덜란드의 작가 딕 브루너가 1955년에 쓴 그림책의 주인공으로서, 2025년 현재 70주년을 맞이하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라 할 수 있다.


내게도 미피에 대한 추억이 꽤 존재한다. 초등학교도 가기도 전, 아주 어렸던 나는 엄마에게 미피 인형을 선물 받아 함께 다니기도 했고, 미피가 그려진 도시락통에 주먹밥을 담아 소풍을 가기도 했다. 소소한 경험들이 모여 미피는 나에게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나에게 추억의 한 부분을 선사해 준 미피에게 이끌려 미피 70주년 전시 <미피와 마법 우체통>에 방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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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피와 마법 우체통>은 스토리텔링 기반의 전시로 구성되었다. 딕 브루너의 작업 인생 내내 손으로 직접 미피를 그렸다는 점은 아날로그의 힘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이렇듯 아날로그 감성이 녹아들어 있는 미피의 특징에 따라 이번 전시 또한 직접 눌러쓴 ‘편지’가 매개체로 등장한다.

 

스토리텔링 기반의 전시답게 전시를 관람하는 중간마다 미피의 시선을 따라 흩어진 편지를 찾으며 사랑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게끔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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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피가 내 추억의 한 부분을 꾸며주긴 했지만, 미피라는 캐릭터에 대한 정확한 세계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전시를 통해 미피라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미피를 둘러싼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에 대해 알 수 있어 캐릭터의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미피 세계관을 들여다보니 미피가 더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하나 신기했던 점은 미피라는 캐릭터의 이름이 만국 공통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미피의 본명은 ‘나인체’로 네덜란드어로 작은 토끼를 뜻하는 ‘konijntje’의 준말이며, 딕 브루너는 1963년에 <나인체>를 번역하며 번역가와 상의 끝에 작은 토끼처럼 들리는 단어인 ‘미피’로 정하게 된다.

 

이러한 번역에 따른 차이로 네덜란드인에게 미피를 아냐고 질문하면 대부분 알아듣지 못한다는 제법 재미난 포인트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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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중,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여러 미디어 콘텐츠들 또한 존재했다. 미피나 미피의 친구들, 이웃들이 미디어 콘텐츠에 등장하는데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하여 웃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전시 후반부에는 미피의 창조주인 딕 브루너의 작업기와 그의 작풍, 그리고 그가 영향을 받았던 당시 미술계 분위기에 대한 전시 또한 살펴볼 수 있었다.

 

딕 브루너는 마티스의 후기 콜라주 작품을 보고, 큰 영감과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마티스는 프랑스의 화가로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활동한 예술가이며, 딕 브루너의 유학 시기에 마티스의 작품을 접하게 된다.

 

그 당시 미술계는 현대미술이 성행하고 있었고, 마티스 또한 다양한 색채와 형태 그리고 색종이 콜라주를 통하여 현대미술을 끌어 나갔다. 딕 브루너는 마티스를 포함하여, 피카소와 레제 등의 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영향을 받았기에 다양한 색채를 통하여 미피에 색감을 입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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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브루너는 <세계평화는 가능하다>와 같은 사회, 정치적인 이슈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작품을 창조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관은 어린아이를 넘어, 모든 연령대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전시를 모두 보고 나온 관람객이라면 자연스럽게 그의 작품 세계에 빠져 미소를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두에게 행복감을 안겨줄 미피 70주년 전시회, <미피와 마법 우체통>은 올해 8월 중순까지 서울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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