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플란다스의 개 - 끊임없이 하강하는 모든 것들 [영화]

글 입력 2024.10.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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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는 ‘역시 봉준호’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렬한 데뷔작이었다.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 등과 같이 사회 내의 계급구조와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와 현실 비판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플란다스의 개> 또한 그 자장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메인 주인공인 윤주와 현남은 모두 계급상승의 욕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주는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며 정교수가 되길 희망하지만, 로비하지 못하는 성격과 돈이 부족한 상황 탓에 매번 교수직 추천에서 떨어져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다. 수입 또한 아내가 더욱 높기 때문에 윤주는 더욱 기를 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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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은 윤주가 살고 있는 아파트 관리실에서 경리로 근무하고 있는데, 은행에서 강도를 잡은 은행원이 유명해진 것을 부러워하며 자신 또한 TV에 나올만한 사람이 되길 원하고 있다. 물론 넘치는 정의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윤주는 자신의 반백수 처지를 비관하며 살아가던 중, 소리의 진원지를 알 수 없는 개 짖는 소리에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져만 간다. 윤주는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하여, 개를 납치하고 아파트 지하에 방치된 옷장에 가두거나, 추락사를 시키기도 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인다.


우연히 윤주가 개를 추락사시키는 것을 목격한 현남은 범인을 잡겠다며 윤주를 추격하지만, 결국 잡지 못한다. 윤주는 당시 얼굴을 모두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현남은 윤주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상황은 종결된다.


계급 상승의 욕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존재하지만, 실제로 계급을 상승시키는 케이스는 몇 없다.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한 지점이 많다는 것과 동일한 말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재화는 ‘돈’이기에, 윤주처럼 돈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 계급 상승의 기회조차 쉽사리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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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분노와 스트레스는 구조적으로 상위에 해당하는 권력자들에게 향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처지보다 아래에 있는 존재로 향하게 된다. 윤주가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며 연쇄적으로 개들에게 공격을 가한 것처럼, 사회적으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존재가 그 분노의 화살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남의 경우는 윤주와 조금 다른데, 계급상승의 욕구는 있지만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분노를 아래로 보내지 않는다. 물론, 자신이 개를 찾아주거나 범인을 잡았을 경우 TV에 출연해 명성을 얻을 것이란 계산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또한, 인간이라면 당위적으로 행해야 할 정의감에서 발현되는 행동으로 볼 수 있으므로 현남은 윤주와 다른 방향성을 보여주는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윤주의 아내는 강아지를 입양하여 데리고 오게 된다. 개를 싫어하던 윤주는 질색하며 싫은 기색을 보인다. 하지만 집안의 실세가 아내이기에 아내가 없는 시간 동안 군말하지 않고 개를 돌보지만, 순간의 실수로 개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 일로 인해, 윤주는 아내의 퇴직금으로 개를 입양한 것이고, 남은 돈은 윤주의 정교수 부임을 위한 로비 비용으로 쓸 것이었다는 아내의 계획을 알게 된다. 개를 혐오하던 윤주는 순식간에 개를 찾으러 하루 종일 뛰어다니는 입장이 된다.


윤주는 현남과 합심하여 개를 찾아다니지만, 별 소득은 보지 못한다. 결국, 아파트 지하에 몰래 숨어 살던 노숙자가 윤주네 개를 잡아먹으려는 것을 목격한 현남은 개를 구출하여 윤주네 집으로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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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아파트 노숙자 무단 침입 사건으로 유명해져 뉴스화되고, 현남은 기자와 인터뷰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인터뷰는 편집되어 본방송에선 볼 수 없었다. 또한, 윤주가 추락사시킨 개의 주인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강아지의 사체를 찾아준 현남에게 보답으로 무언가를 남기지만, 그 보답은 옥상에 말려놓은 무말랭이일 뿐이다.


윤주는 상황에 따라,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현남은 한 번의 성공으로 신분 역전 혹은 상승을 노리지만, 번번이 실패한다는 블랙코미디를 발견할 수 있다.


윤주는 결국 아내의 돈으로 학장에게 로비하게 되는데, 학장이 끊임없이 술을 권하여 만취한 상태에서 우연히 현남을 만난다. 현남은 근무 시간에 개를 찾으러 다니는 바람에 근무 태만이란 이름으로 관리실에서 잘린 신세였다.


윤주는 현남에게 고마움과 자신이 개들을 해치고 다녔다는 죄책감을 느껴 자신의 뒷모습을 어디서 본 적 없냐며 등을 보이며 뛰어간다. 현남은 윤주를 알아보았는지, 알아보지 못하였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윤주가 흘린 신발 한 짝만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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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가 학장에게 로비한 순간부터 윤주와 현남은 비슷한 처지가 아닌, 다른 처지가 된 것이다. 그전까진 윤주와 현남 모두 을에 속하는 존재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윤주는 갑의 세계로 가기 위해 재화를 지불하였다.


지불하였다는 것. 이는 한 단계 높은 계층으로 상승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위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갑의 세계이자 온당하지 못한 세계를 더 견고히 하는 데 일조한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시간이 흐른 뒤, 현남은 가고 싶어 했던 산을 등산하고, 윤주는 어두운 표정으로 강의를 시작한다. 많은 것을 손에 넣었지만, 어쩐지 찝찝한 윤주와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밝은 표정인 현남 사이의 차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쉽사리 답을 내리기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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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에 명시된 것처럼, 러닝타임 내내 개의 존재는 부유하며 지울 수 없다. 개에게 위해를 가하는 윤주와 개를 잡아먹으려는 경비원과 노숙자.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된 세로로 쭉 뻗은 아파트. 이 모든 것이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가해지는 폭력의 방향처럼 보인다.

 

<플란다스의 개>는 2000년에 개봉했기에 20년도 더 된 영화이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2024년 현재와 비교해 보았을 때, 크게 변화한 것이 있을까. 감독의 필모그라피 중, 가장 최근에 개봉한 <기생충>과 <플란다스의 개>는 공유하는 지점이 꽤 존재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는 사실에 웃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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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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