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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음악의 스펙트럼을 담다 - 2024 게자안다 콩쿠르 위너 콘서트

by 박지영 에디터
2024.11.18 15:00

 

 

11.13 게자안다 콩쿠르 위너 콘서트 포스터.jpg

 

 

일리야 슈무클러. 클래식 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그는 2022년 임윤찬의 우승으로 화제를 모은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결선에 진출하며 주목을 받았고 모차르트 특별상까지 받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2024년 6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게자 안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게자 안다 콩쿠르'는 세계 피아니스트들에게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예선에 해당하는 1라운드를 통과한 후 하루만 쉬고 곧바로 본선을 참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선곡은 오직 콩쿠르 측이 미리 제시한 리스트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준결승에서는 생전 게자안다가 모차르트를 통해 업적을 쌓아온 것을 기리기 위해 오직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선보여야 해 '모차르트 라운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일리야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 과 결선에서의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으로 섬세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보여주며 우승했다. 게다가 그는 청중상, 모차르트상, 주니어 심사위원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2024년 11월 13일, 그의 한국 데뷔 리사이틀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에서 일리야는 콩쿠르 프로그램 대신 자신만의 레퍼토리로 무대를 구성했다.

 

PROGRAM

 

바흐 : 토카타 D장조

J. S. Bach : Toccata in D major, BWV 912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A장조

F. Schubert — Sonata in A major, D. 664 (Op. posth. 120)

I. Allegro moderato

II. Andante

III. Allegro

 

리스트 : ‘시적이고 종교적인 선율’ 中 ‘장송곡’

F. Liszt — “Funérailles” from “Harmonies poétiques et religieuses”, S. 173 No.7

 

- intermission -

 

드뷔시 : ‘영상’ 제1집

C. Debussy — “Images”, book I, L. 110

I. “Reflets dans l’eau”

II. “Hommage à Rameau”

III. “Mouvement”

 

무소르그스키 : 전람회의 그림

M. Mussorgsky — “Pictures at an Exhibition”

 

1부: 바흐, 슈베르트, 리스트 - 바흐의 토카타 D장조로 리사이틀의 시작을 알렸다. 첫 곡은 관객의 몰입도를 좌우하는 만큼 중요하다. 그리고 일리야가 표현한 바흐의 다채로운 음의 흐름은 청중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오른손과 왼손의 선율이 교차하며 음악의 긴장과 해소를 반복하는 가운데, 그는 정교한 터치로 음악의 구조를 명확히 드러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A장조가 시작되자, 공연장의 공기가 한층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바뀌었다. 마치 햇살이 비치는 숲속을 거니는 듯한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경쾌한 리듬 속에 숨어 있는 낭만적 감수성을 드러내며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이 곡에서 그는 각 음표 그리고 쉼표까지 감정을 실어내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1부를 마무리한 리스트의 ‘장송곡’은 웅장함과 섬세함이 공존했다. 프랑스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된 이 곡은 폭풍 전의 고요함과 폭풍 속의 격렬함을 오가며 극적인 대비를 이뤘다. 일리야는 감정을 서서히 고조시키며 웅장함을 펼쳤다. 곡이 끝난 후, 관객석에서 터져 나온 환호를 들은 순간 이 곡을 듣는 내내 온 몸에 힘을 주고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만큼 그가 만들어낸 거대한 에너지에 압도당했다.

 

2부: 드뷔시, 무소륵스키 - 2부는 드뷔시의 ‘영상’ 제1집으로 시작됐다. 드뷔시는 음악뿐만 아니라 회화에도 관심이 많았던 작곡가 중 한 명이다. 특히 이 시대에 유행했던 인상주의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런가 그의 음악을 들으면 석양, 여명, 윤슬과 같이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선명히 떠오른다.

 

일리야는 인터미션 전, 리스트에서 휘몰아쳤던 것과는 달리 드뷔시에서는 구슬이 굴러가듯 아주 맑고 청아함과 동시에 몽환적으로 펼쳐냈다. 건반에서 손을 뗀 순간도 몸에서 음악이 나오는 것 같았고 마치 무대 위에서 같이 연주하고 있다는 착각을 할 만큼 가득 찬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 곡은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무소륵스키가 자신의 친구이자 비극적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빅토르 하르트만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총 10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사이 프롬나드가 곡 사이를 매끄럽게 채워주고 있다.

 

 

- 프롬나드

- 난쟁이 : 절뚝거리는 난쟁이 모양의 장난감 그림

- 프롬나드 

- 고성 : 중세 옛 성 앞과 음유시인의 노래를 묘사

- 프롬나드

- 튈르리 궁전 : 튈르리 궁전(프랑스 궁전) 에서 아이 노는 모습

- 비드워(소달구지) : 커다란 바퀴가 달린 폴란드의 소달구지

- 프롬나드 

- 먹이를 문 병아리들의 발레 : 아직 깨어나지 않은 햇병아리들의 춤

-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슈무엘레 : 부유한 유대인과 가난한 유대인의 모습을 묘사

- 프롬나드

- 리모주 시장 : 프랑스의 시장

- 카타콤 : 하르트만과 친구들이 파리 카타콤 조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

- 닭다리 위의 오두막집 : 마녀 바바야가의 이야기를 담음

- 키예프의 대문 : 하트만이 차르 알렉산더 2세를 위해 설계한 대문, 둥근 지붕 모양

 

* 프롬나드 : '산책' 이라는 뜻으로 작곡가가 하르트만의 작품 사이를 거닐어 다니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각각의 곡은 독창적인 색채와 스토리를 담고 있어 마치 실제로 전람회를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닭다리 위의 오두막집’에서는 마녀 바바야가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을 역동적인 글리산도로 표현해 실제로 마녀가 머리 위를 나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대미를 장식한 ‘키예프의 대문’은 장엄하고 웅장한 울림으로 리사이틀을 마무리했다. 곡의 마지막 음이 사라질 때까지 공연장은 숨죽인 채 집중했고, 폭발적인 박수로 일리야의 연주에 화답했다.

 

일리야 슈무클러의 이번 리사이틀은 그의 음악적 깊이와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그는 테크닉과 감성을 조화롭게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음악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덕분에 각 곡에 담긴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생생히 구현해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색채와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다음 무대가 어떤 풍경을 펼쳐 보일지 벌써 기다려진다.

 

 

 

박지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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