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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겨울 저녁을 함께한 일리야 슈무클러 - 2024 게자안다 콩쿠르 위너 콘서트

by 최서영 에디터
2024.11.2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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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일리야 슈무클러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그는 '2024 게자안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비롯하여 5개의 특별상을 받은 피아니스트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의 첫 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사실에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케스트라 클래식 공연을 자주 즐기며 향유하지만, 피아노 리사이틀은 처음이었다. 그 때문에 오케스트라 의자들 없이, 예술의 전당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랜드 피아노가 특별해 보였다.

 

공연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조명 하나를 제외한 모든 객석의 불이 꺼졌다. 피아노를 비춘 조명만이 반짝였으며, 그 속에서 일리야 슈무클러가 등장했다. 적막함과 관객들 사이에서 숨쉬는 약간의 긴장감을 머금은 채로 막이 올랐다.

 

이번 공연에서 일리야 슈무클러는 총 5곡을 연주했다. "바흐라는 중심"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그는 바흐를 시작으로 슈베르트, 리스트, 드뷔시, 무소륵스키의 작품을 선보였다. 해당 작품들에 대한 지식이라곤 작곡가들의 이름밖에 없었지만, 프로그램 북 속 작품 해설 덕분에 풍부하게 관람했다.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인터미션 포함) 동안 연주에 압도당했다. 오롯이 몸을 맡겨 감상했다. 피아노 한 대와 피아니스트 한 명으로 구성된 무대 자체의 분위기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를 증폭시킨 건 일리야 슈무클러의 연주였다. 건반을 누른 후 공중에서 잠시 머무는 듯한 손짓, 연주에 몰입해서 앞뒤로 흔들리는 몸짓은 마치 슬로우 모션 비디오처럼 아름다웠다.

 

1부 리스트 '시적이고 종교적인 선율' 중 '장송곡'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했으며, 강렬했다. 초반부에 같은 음을 반복해서 강하게 내리치는 부분은 심장을 조여왔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중반부는 초반과는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부드러운 선율에 깔린 차분함은 한편으로 씁쓸하기까지 했다.


끝을 향할수록 화려해지고 밝아졌지만, 그럼에도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다. 그 속에서 일리야 슈무클러의 힘을 느꼈다. 마지막, 왼손과 오른손을 오롯이 건반 위에 맡기는 기교에서 우승자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2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은 단연 클로드 드뷔시의 영상 1집, L110이었다. 영상 1집은 애매모호한 음계, 불투명한 화성이 주도하는 피아노 모음곡이다.


드뷔시의 음악을 좋아한다. 드뷔시의 모음집을 배경으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 귀로만 들었던 드뷔시의 곡을 눈으로도 담을 수 있어 귀한 시간이었다. 물이 조르륵 흘러 내려가는 듯한 유연함과 깨끗한 물방울이 튕기는 듯한 또렷함이 느껴졌다. 분명 가볍게 터치하고 있는 듯한데, 웅장하고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살리는 연주를 펼친 일리야 슈무클러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연주에 몰입한 일리야 슈무클러의 모습은 나 역시도 숨 쉬는 타이밍을 잊게 만들었다. 앵콜을 위해 세 번의 인사를 건넨 일리야 슈무클러의 수줍은 미소와 땀 흘린 모습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 그 자체였다. 하루 최소 4시간을 연습한다는 그의 천재적 노력이 빛났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겨울 저녁 일리야 슈무클러와 함께 한 하루는 참으로 따뜻했다. 일리야 슈무클러의 행보를 응원하며, 아름다웠던 항유의 날을 마무리한다.

 

 

11.13 게자안다 콩쿠르 위너 콘서트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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