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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미스 사이공을 아시나요? [공연]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

by 권민기 에디터
2024.11.06 13:10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단순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실은 모든 전쟁터 속 사람들의 항변이자 대변을 이야기로 녹여낸 뮤지컬 미스사이공. 1989년 초연을 올린 <미스 사이공>에 대해 타인의 기록을 빌려 서술하자면, ‘베트남 전쟁에 참여한 미국 군인 크리스와 클럽에서 바 걸로 일하는 킴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그러나 단순 사랑 이야기만으로 치부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무수한 과거 중 하나이고 현재 발발한 전쟁들 속에서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명명하자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만,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 군사를 지원했던 국가 중 하나이자 끝나지 않은 전쟁에 둘러싸인 국가의 국민으로서 마땅히 그럴 수 없다.

 

 


여자들은 왜 그랬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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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은 베트남 시골에서 살다가 폭격 속에서 가족들을 잃고 홀로 살아남아 사이공까지 피난해 온 인물이다. 사이공에서 포주인 ‘엔지니어’를 만나 클럽에서 바 걸(bar girl)로 일하게 된다. 애초에 이 뮤지컬은 ‘엔지니어’와 클럽에서 손님을 유혹하는 바 걸들로 첫 시작의 포문을 여는데 처음부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전쟁과 같은 암흑기에 매춘이 판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 말이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매춘 업소에서 일하는 것은, 사실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 가족을 모두 잃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사지에 몰렸을 때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것처럼, 전쟁통에 갖가지의 이유를 가지고 매춘을 하게 된 여성들에 대해 우리는 알아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성매매 피해자가 된 여성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동시에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성매매 피해자가 된 우리네 역사 속 여성들에 대해서.


전쟁 속, 매춘을 하게 된 여성들은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테다. 강제로 끌려와서, 가장 빠르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므로, 고위 관직자와 연을 닿기 위해서 등. 사실 이 모든 이유들의 끝에는 ‘살기 위해서’라는 아주 단순무식한 답이 연결되어 있다. (더불어 내가 서술한 이유들은 통계 자료가 아닌 생각의 결과임을 밝힌다) 나는 어떤 이유로든지 간에, 매춘을 하는 것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을 하게 만든 많은 상황과 압박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느냐는 것이다.


바로 전쟁이다. 전쟁은 여러 정치적 이해관계가 엮여있으며 독립과 자유라는 아주 기본적인 권리를 갖기 위해 발발하기도 한다. 이를 쟁취하기 위해 사람이 죽고 건물이 무너지며 들어본 적도 없는 무기들이 발명되고 사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렇게 흘린 피와 시체를 비롯하여 성매매 피해자들은 누구에게 보상받을 수 있나?

 

 

 

부이도이(Bui Doi)를 찾아서


 

베트남 전쟁에 군사를 지원한 미국 군인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두고 ‘Bui Doi’라고 하며, 동시에 베트남어로 ‘먼지 같은 인생’을 뜻하기도 한다. 보통 전쟁이 일어나면, 상대 국가 및 패전국을 도왔던 이들을 색출해내는데 뮤지컬 속 ‘킴’도 똑같이 배신자라며 색출되어 죽을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녀의 아들 ‘템’이 바로 부이도이로, 베트남과 미국 모두에게서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다. 베트남으로부터는 배신자의 씨앗으로, 미국으로부터는 그저 동양인 어린아이로.

 

그러나 이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전쟁고아 같지만, 전쟁고아가 아닌 것 같은 아이들. 아이들이 사랑의 결실이라면 왜 부이도이는 사랑의 결실일 수 없었을까. 왜 그 아이들은 고국이 있는데도 고국이 없어야 할까.

 

 

 

라이따이한(Lai Dai Han)에게 정의를


 

위 소제목은 한국군 성폭행 피해자나 라이따이한들의 실상을 알리는 활동을 해 온 영국 시민단체 이름에서 기인했다. 뮤지컬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라이따이한(Lai Dai Han)’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부이도이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전쟁에 군사를 지원한 한국 군인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라이(Lai)’는 베트남에서 경멸의 의미를 포함한 ‘잡종’이며 ‘따이 한(Dai Han)’은 ‘대한’의 베트남어식 발음이다.

 

즉, 전쟁고아로 태어난 아이들이 부이도이만 있는 것이 아니란 소리가 된다. 그 당시 많은 국가에서 징집한 군인들과 베트남 여성들을 생각한다면 아마 그 시기 출생한 아이들의 8할 이상은 부이도이 같은 아이들일 게 분명할 것이다. 심지어 라이따이한으로 불리는 이들 중 상당수가 매춘과 성폭행, 불륜 등을 통해 태어났다고 한다.

 

실제 라이따이한의 이야기에 의하면, 전쟁 후 많은 베트남인들이 전쟁 피해자로 인식됐던 반면, 라이따이한은 당국 관계자들조차도 ‘쓰레기’로 여겼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이 아이들은 그 누구의 보호도 받을 수 없었던 채 태어나 길러졌다. 낙후된 시설 속 살아갔고 자연스럽게 폭력이 오갔을 것이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

 

미스 사이공을 보고 난 후의 감정은 그야말로 소용돌이였다. 자연스럽게 한국군을 생각하게 될뿐더러, 이 뮤지컬은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가 간의 전쟁과 내란을 생각하게끔 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가?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승리의 뒷면에 어질러진 시체와 흘러나오는 피들,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명. 이 모든 것은 모두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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