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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검은 얼룩 너머 [문화 전반]

죽음의 흔적을 품은 땅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명

by 김한비 에디터
2026.09.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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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나는 지역소멸에 관한 사진 프로젝트를 위해 두 달간 경북의 여러 지역을 찾아다녔다. 낯선 길을 달리고 마을을 걸으며 그곳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던 중 경북에 큰 산불이 일어났다. 산불이 진압된 이후에 영덕의 한 어촌 마을을 재방문했을 때, 내가 알고 있던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산은 검게 타 있었고, 나무들은 불에 그을린 채 서 있었다. 마을의 곳곳에 무너진 건물들이 있었고, 끊어진 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해 방문한 직원들이 있었다.

       

      오랜 시간 만들어진 마을의 풍경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산불이 삼킨 식당_김한비.jpg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영덕을 거치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다시 그날의 산들을 마주했다. 어떤 산은 전체가 검게 타버린 채 여전히 산불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반면 피해가 적은 산은 대부분의 나무가 푸르렀고, 그 사이사이에 검게 타버린 나무들이 드문드문 남아 있기도 하였다. 후자의 모습은 마치 산에 곰팡이가 핀 것처럼 보였다. 멀리서 보면 푸른 산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검은 얼룩이 군데군데 번져 있다.

       

      곰팡이는 썩음과 부패를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죽은 것을 분해해 다시 자연의 순환으로 돌려보내는 생명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불에 타버린 나무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죽음과 생명은 정말 서로 반대편에만 있는 것일까.

       

      그때 시선이 산 위에서 땅으로 내려갔다. 검게 타버린 나무들 아래에서 작은 초록색 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죽은 나무와 새싹은 한 풍경 안에 함께 있었다. 위에는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땅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불이 지나간 자리는 여전히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곳에서도 생명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산불이후_김한비.jpg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회복의 의미를 생각했다.

       

      회복은 모든 것이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타버린 나무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사라진 생명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회복은 상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흔적을 품은 채 새로운 시간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도 거센 재해가 지나간 자리에는 쉽게 아물지 않을 상처가 남았다. 상처가 남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대지에도 다시 싹이 돋아날 수 있을까.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검게 타버린 나무와 그 아래의 작은 싹들이 차창 밖으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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