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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내 인생 처음으로 넷플릭스를 결제한 날! 뭐라도 야무지게 챙겨봐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이때 정말 많은 명작 영화와 여러 드라마를 도전했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프렌즈가 생각났다. 많은 사람의 인 생 드라마'라고 불리는 이 미드(미국 드라마)를 안 볼 수는 없었다.

 

처음 프렌즈 시즌1의 1화를 보고서 느꼈던 감정은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최악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호평과는 달리 드라마의 내용 자체가 너무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말했다시피 당시 명작이라던 영화를 많이 도전하고 있었던 터라, 그런 가벼운 느낌의 드라마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나와는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의 헛소리 가득한 대화를 엿듣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프렌즈는 특이하게도 그 드라마를 제작하는 현장에 방청객들이 함께 있다. 주인공들이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면, 관객들은 그 대화에 웃고. 그 웃음소리는 그대로 드라마에 같이 삽입되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를 보다 보면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나도 함께 웃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게 보는 내내 가장 적응이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왠지 유치하고, 공감이 가지 않는 미국식 유머에 계속해서 웃어야 할 타이밍을 놓치기 마련이었다. 그럴 때마다 괜히 묘한 소외감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결국 나는 1화를 10분도 다 보지 못하고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러닝타임은 고작 20분밖에 안 되었지만, 시간을 허비한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프렌즈는 '내가 찜한 콘텐츠' 자리에서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고, 밀려났다. 하지만 왠지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가장 구석에 의미 없이 남아있어도 계속해서 눈에 들어왔다.

 

결국, 나는 그 유혹 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프렌즈를 다시금 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의지로 이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도대체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1화를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마음을 굳게 먹고 보기 시작한 만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은 불편한 부분이 있어도 웃어넘겼고, 재미있는 부분에는 더 열심히 웃어주기까지 했다.

 

그러자 점점 방청객들이 웃을 때 나도 자연스럽게 함께 웃음이 나왔다. 또, 신기하게도 점점 뒷이야기들이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매번 몰래 엿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리감이 느껴졌던 그들의 대화를 이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오히려 그들 사이에 껴서 나도 실없는 농담을 한마디씩 던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나도 그렇게 아주 서서히, 그 드라마에 스며들 듯이 빠지게 되었다. 캐릭터 한 명, 한 명 모두에 게 정이 들었고, 그 친구들의 일상이, 이야기들이 너무 궁금해졌다. 그리고 프렌즈를 보는 것 자체가 나의 일상 속 루틴이 되어버렸다. 매번 밥을 먹으면서, 또는 빨래를 개면서, 설거지하면서 프렌즈를 챙 겨보았고 그러다 보니 시즌10개는 정말 순식간이었다. 마지막 화를 보면서는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다.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아 다음날 바로 다시 1화부터 정주행을 시작했고, 이게 매번 반복되어 어느덧 일곱 번째 다시 보고 있다. 이제는 대사를 외울 정도로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항상 유튜브 대신 프렌즈를 트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렇게 다시금 찬찬히 떠올려 보니 프렌즈에 빠져가는 과정은 친구를 사귀는 과정과 참 닮아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나만 빼고 아는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들이 밉게 느껴져서 혼자 괜히 토라지기도 하고. 하지만, 내심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 일부러 자주 마주 하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그 친구들 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고, 그렇게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 친구들을 내가 닳을 때까지 보는 이유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이게 프렌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바뀌어도 그 친구들은 항상 거기에 있으니까.

 

드라마 한 편을 통해 영원한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면, 고민 말고 프렌즈를 보자! 처음엔 조금 힘들지 몰라도, 결국 그 친구들은 우리와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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