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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당신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사랑해 – 이토 준지 '토미에' [만화]

토미에의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미치게 한다.

by 윤선주 에디터
2026.08.0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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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생머리와 하얀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 그 아래에 찍힌 점과 서늘한 미소. 토미에의 아름다움은 사람들을 미치게 한다. 이토 준지의 <토미에>는 토미에라는 팜므파탈적 존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파멸하는 이야기이다.


남자들은 토미에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욕망은 사랑보다 소유욕에 가깝다. 하지만 토미에는 누군가에게 소유되길 원하지 않는다. 그녀가 사랑하는 건 자신뿐이어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남자들은 토미에를 죽인다. 한 사람에게 만족하지 않고 모두의 사랑을 받으려 하는 여자, 소유하고 싶지만 소유할 수 없는 여자를 죽여서 소유하려 한다.


죽어 마땅했던 그 여자는 죽어도 다시 돌아온다. 플라나리아처럼 조각난 만큼 늘어나 아름다운 그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돌아온 토미에는 남자를 홀리고 또다시 죽는다. 그리고 돌아온다. 그렇게 세상에 토미에가 많아진다.


토미에가 원하는 것은 사람들의 추앙이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아름다움에 휘둘리길 바란다. 모두를 조종하고 가지고 놀다가 싫증 나면 버려버리고, 자신을 거스르거나 위협하는 존재는 죽이려 한다. 그래서 토미에는 사람들을 시험에 빠트리는 악마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자기애의 화신에 가깝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를 혼자서 소유하고 싶다는 그 욕망 때문에 사람들은 미쳐간다. 남자는 소유욕에, 여자는 그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마음에 잠식된다. 언제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토미에와 달리 그녀의 추종자들은 갈수록 추악해진다. 얼굴은 푹 꺼지고 삐쩍 곯아 생기를 잃는다. 토미에를 향한 집착은 끝내 그들을 잘못된 선택으로 이끈다. 이 초월적인 존재는 사람의 욕망을 자극해 파멸로 몰고 가는 저주 같기도 하다.


1986년 발표된 토미에 시리즈의 첫 번째 단편을 보면 ‘불멸의 존재’ 토미에의 시작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토미에가 토막 난 시신으로 발견된다. 담임은 충격에 빠진 아이들을 추스르려 애를 쓰는데, 토미에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돌아온 토미에를 보며 친구들과 담임은 공포에 빠진다. 이들이 바로 토미에를 죽인 범인이기 때문이다.


학교 근처의 자그마한 산에서 야외수업을 받던 날, 토미에는 공놀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놀지 않고 담임에게 다가간다. 그러고는 임신한 거 같으니 아내와 헤어지고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말한다. 그러지 않으면 학교에 알리겠다며 협박한다. 그 말을 엿들은 토미에의 남자친구인 야마모토는 화를 내며 뺨을 후려치고, 토미에는 자리를 피하려다 언덕 아래로 떨어진다.


담임은 구급차를 부르려는 야마모토를 붙잡는다. 평소 토미에를 싫어하던 여자아이들도 오만하고 독선적인 토미에는 죽어도 싸다며 야마모토를 말린다. 담임은 남학생들에게 공구를 들라 하고, 여학생들에게는 망을 보게 한다. 학생들은 지시를 따르다 토미에의 고통에 찬 비명을 듣는다. 하지만 담임은 망설임 없이 토미에를 죽이고 아이들에게 시신을 나눠준다. 그렇게 모두가 공범이 되어 토미에를 잊으려 했는데, 죽은 토미에가 돌아온 것이다.


아이들과 담임은 죄책감과 공포로 미쳐간다. 그리고 토미에의 친구는 바다에 버렸던 ‘토미에의 심장’이 든 포장지를 발견한다. 심장은 어느새 또 다른 토미에가 되어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 속 토미에는 범죄의 피해자였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단 어른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아이. 그래서 담임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토미에는 아름답고 오만하며 독선적이지만 그게 죽어 마땅한 이유일 순 없다. 하지만 담임은 구급차를 부르려던 야마모토를 막고, 아이들을 끌어들여 공범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치부를 학교에 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각나버린 그녀는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팜므파탈적 존재로 다시 나타났다. 조각나지 않았다면 시작되지 않았을 악몽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더 기묘해진다. 피해자였던 사람이 초월적 존재로 돌아와 사람들을 유혹하고, 그 유혹에 넘어간 이들은 토미에를 다시 죽음으로 내몬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또 피해자가 된다. 인간의 욕망이 만든 괴물은 다시 돌아와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 이 작품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공포 만화이면서도 비극처럼 읽히는 아이러니 때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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