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방구석 콘서트는 내가 열게, 노래는 wave to earth가 불러. [음악]

<play with earth! 0.03> 앨범 방구석 분석기
글 입력 2024.11.3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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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이번 wave to earth의 단독콘서트 티켓팅에 처참히 실패한 사람이다.

 

하지만, 콘서트는 못 가도 노래는 들을 수 있으니까. 집에서나마 몇 달 전 발매된 < play with earth! 0.03> 앨범의 전곡을 다시 들어보며 이에 대한 감상평을 적어보고자 한다.

 

분명 이번 단독콘서트에서도 이 앨범이 셋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을 테니, 이것도 방구석 콘서트라면 콘서트인 것이다. 아무튼 그런 거다.

 

 

 

1. are you bored?


 

어디선가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은 전주. 순식간에 노래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것만큼 앨범의 완벽한 시작이 있을 수 있나 싶다.

 

잔잔하게 같은 멜로디가 계속해서 반복되다가 질릴 때쯤 새로운 악기 소리가 더해지며, 곡의 분위기가 또 한 번 바뀐다. 너무 매력적인 인트로… 보통 앨범이 발매되면 발매 당일에만 앨범 전곡 재생 버튼을 눌러 순서대로 듣는 나지만, 이 앨범은 이 ‘are you bored?’ 한 곡으로 전곡을 재생할 의무가 생긴다. 그 정도로 이 앨범과 밴드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듯한 분위기의 노래.

 

 

 

 

알고 보니 이 노래는 2024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선공개가 되었던 곡이라고 하는데, 라이브 영상 속 현장감 있는 소리가 더욱 이 노래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함께 보았으면 하여 해당 라이브 영상도 직접 첨부해 본다!)

 

 

 

2. play with earth!


 

 

 

이번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자, 타이틀곡이다. 일단, 노래를 듣기 전 그냥 제목만 주르륵 읽어봤을 때도 ‘아, 이거 내 취향이겠다.’ 싶었다. ‘play with earth!’라는 제목 자체가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노래가 시작되고 3초 만에 이 노래는 합격이었다. 일단, 발랄한 멜로디가 너무 좋았다. 괜히 들썩들썩 몸을 흔들고 싶어질 정도로 기분 좋아지는 멜로디. 그 멜로디가 이어져 나오다가 다니엘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착- 가라앉는데, 그러다가 후렴에서 갑자기 팡! 터뜨리며 다시금 고조되는 포인트도 좋다. wave to earth의 노래에는 강약이 있다. 듣는 재미가 날 수밖에 없지.

 

또, 1분 28초쯤부터 다니엘이 목에 힘을 팍 주고 부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정말 너무 섹시하다. 킬링 포인트라, 그 부분을 듣기 위해서 괜히 반복해서 듣게 된달까.

 

이 노래를 듣고 꼭 봄이나 여름, 정말 날씨 좋은 날에 야외 공연에서 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좋을 것 같아.

 

 

 

3. annie.


 

 

 

피아노 소리로 시작하는 전주가 귀를 사로잡는다. 연이어 나오는 다니엘의 차분한 목소리. 하지만, 웬일로 노래 초반부터 목소리에 자꾸만 힘을 준다.

 

보통의 Wave to earth 노래라면 분명 초반에는 담담하게 불러야 하는데, ‘어, 뭐지 새롭다?’ 하고 생각할 때쯤 ‘Fuck you, I am saying’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들으면 녹아내릴 만큼 다정한 음색에 험한 말이라니…. 너무 매력적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유독 다니엘의 목소리가 섹시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게 사랑인 걸까.)

 

저런 험한 가사 덕인지 이 노래는 유독 들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나도 그 말에 동감. ‘Fuck you, I am saying’ 후 신나게 흘러나오는 멜로디에 몸을 맡기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달까.

 

wave to earth의 노래는 전부 잔잔한 듯하지만, 보컬과 악기로 넣어주는 강약 덕에 이렇게 다양한 감상평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4. pueblo


 

내가 wave to earth에 입덕하게 만들어준 곡 중 하나. ‘daisy’, ‘ride’ 그리고 ‘pueblo’. 이 순서로 노래들을 와르르 듣고 빠져버린 나에게 2024 리마스터 버전은 너무 소중하다.

 

사실 뭐가 아주 다르려나 반신반의하며 들었는데, 뭔가 화음 부분도 다른 것 같고 왠지 더 좋은 것 같다. 기분 탓인가. 아무튼 입덕곡을 이렇게 리마스터된 버전으로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해지는 마음이다.

 

이 노래는 특히 여름날, 정말 더울 때. 자전거 타고 쌩쌩 달리면서 바람을 맞을 때 듣기 딱 좋은 노래다. 그 말인즉슨 드라이브용으로도 딱 맞다는 소리. 꼭 한 번 드라이브 플레이리스트에 이 노래를 담아 이 노래만의 진가를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5. beck.


 

 

 

wave to earth가 잘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말 발랄한 멜로디로 듣는 이도 기분이 좋아지게끔 해주는 것, 또 하나는 노래를 듣자마자 눈이 풀릴 만큼 나른해지게 해주는 것. 이 노래의 경우, 후자에 부합하는 노래다.

 

위의 세 곡보다 곡의 템포가 조금 더 느린 편. 하지만, 또 완전히 차분하지는 않아서 적당히 텐션을 끌어올리기에 좋은 노래인 것 같다.

 

이 노래의 킥은 3분쯤 별다른 악기 소리 없이 다니엘의 목소리만 조곤조곤 나오며 분위기가 잠시 차분해졌다가, 연이어 악기 소리가 마구 들어오며 노래가 마무리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지막 부분이 유독 좋아서 이 노래를 계속 찾게 된다.

 

 

 

6. slow dive


 

 

 

"이건 엘피로 들어야 한다."

 

전주가 나오자마자 육성으로 외쳤던 트랙.

 

wave to earth의 노래는 유독 엘피 플레이어로 들을 때 그 매력이 사는 노래가 몇 곡 있다. 이 노래도 그중 하나인 것. 그 엘피 플레이어 특유의 자글자글한 노이즈가 더해질 때 노래가 완성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하고, 잔잔한…. 노래다. 사실 나는 이런 노래보다는 발랄한 멜로디의 wave to earth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라, 완전히 나의 취향에 부합하는 곡은 아니지만 괜히 감성적인 어느 새벽 날 듣거나, 엘피 같은 공간에서 들으면 내가 있는 그 공간의 공기 자체가 달라질 것 같다.

 

그 정도로 압도되는 분위기를 가진 노래.

 

 

 

7. holyland


 

 

 

이 노래도 위의 ‘slow dive’와 같이 상당히 차분한 노래. 하지만, 앨범의 마지막 곡이라 그런지 왠지 모르게 뭔가 엔딩곡 같은 느낌이 있다. 앨범의 전체를 마무리해 주는 느낌.

 

‘slow dive’로 앨범이 마무리되었으면 앨범이 뭔가 아쉬웠을 수도 있다, ‘아, 노래가 조금만 더 있었으면….’ 싶었을 수도 있는데, 이 노래가 무게감 있게 딱 앨범을 마무리해 주는 느낌이랄까. 왠지 미련 없이 ‘음…. 앨범 참 좋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

 

거의 유일하다. 앨범 하나를 매번 자신 있게 전곡 재생하게 만드는 앨범은. 이 앨범이 정말 유독 좋은 이유는 곡 순서가 딱 하나의 작품처럼, 콘서트처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나의 감상평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첫 번째 트랙이 딱 노래 자체에 집중하게 해주고 두 번째, 세 번째 트랙으로 분위기를 띄워주고. 네 번째 곡부터 분위기를 서서히 가라앉힌 다음 무게감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이 앨범은 처음부터 찬찬히 음미해 가며 들어야 한다. 이 앨범의 전곡을 다 들어야지만, 진가를 알 수 있고, 진짜 모든 노래를 제대로 들은 느낌이 든다.

 

물론 이 앨범을 콘서트에서 들을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가지 못한 덕에 더욱 노래의 흐름에 집중하여 들어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그런 걸로 하자, 오늘은.

 

 

[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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