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랍에서 나온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의 삶과 예술 -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글 입력 2022.08.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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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채 받기도 전에 먼저 피었다 져버린 예술가들이 있다. 사람들은 이들을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라 하며, 그 작품을 '아웃사이더 아트'라 말한다. ‘아웃사이더 아트’라는 말이 생소할 거다. 이는 정식으로 미술 교육 과정을 받지 않은 화가의 작품을 지칭하는 용어를 말한다.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의 오랜 관심사이자 최근 미술계에서는 근래 가장 주목받는 영역인 '아웃사이더 아트'. 그동안 백인 남성, 강대국 중심 등 미술계 주류 문화로 인해 빛을 볼 수 없었던 비주류 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저자의 내밀한 고백과 함께 서랍 밖으로 꺼낸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책에서는 저자가 오랜 시간 마음에 품어온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그는 ‘다양함'에 대해 생각하며 인종과 성별, 장애 또는 나이 때문에 역사에서 배제됐던 누군가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이 책에서 만큼은 그들이 주류가 된다.


책의 구성은 이렇다.

 

 

1부. 내 삶을 바꾼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

2부. 독특한, 기이한, 불가해한, 그래서 매력적인

3부. 새로운 ‘눈’과 ‘손’이 이끄는 길

4부. 그리고 그들이 내 곁으로 돌아왔다

 

 

각 장마다 소개된 예술가 중 필자가 인상깊었던 부분을 선별해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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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자유를 그려낸 아이들 '수용소의 화가들과 프리들 디커브랜다이스'의 이야기다.

 

프리들 디커브랜다이스는 강제수용소에서 형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위해 스승에게 배웠던 미술교육을 했다. 공포로 휩싸인 시대의 비극 속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미술수업은 유일하게 분노를 표출하고 희망을 그리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이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동해 아이들과 함께 가스실에서 사망했지만 훗날 생존한 제자들은 그의 미술시간이 자신들에게 희망과 자유를 상상하게 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당시 그렸던 작품 4700여점이 발견 됐는데 수용소 내에서 그린 그림들이라 재료와 물감이 부족해 최소한의 스케치와 간단한 채색이 주를 이뤘으며, 제한된 재료였으나 그녀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콜라주, 수채화, 드로잉 등으로도 그렸다 한다. 책에는 실제 아이들의 그림이 있는데 처한 현실과 상반된 그림이 많았다. 어떤 아이는 바닷 속 모습을 또 다른 아이는 산과 들판을, 나의 집을 그렸다.

 

이 그림을 그리며 아이들은 어떠한 상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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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브랜다이스는 늘 “예술은 어린이들의 가장 위대한 자유”라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나치의 억압과 횡포 속에서도 아이들의 그림은 자유롭다. 하지만, 저자도 지적하듯 과정보다 결과가 우선시 되는 현 사회에서 아이들은 요구하는 틀에 맞춰야 하는 환경 속에 있다. 이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임에도 말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만나는 아이들을 떠올려보았다. 미술 수업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종종 아이들 중 집착하듯 틀 안에 맞춰서 꼼꼼하게 그리는 경우나 아이보다 못한 그림을 그리면 그제서야 아이도 따라 그리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그린다기보다는 정답이 있는 것처럼 혹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그림을 그리는 것에 가까운 것이다.

 

필자는 그녀가 한 말을 되새기며 예술의 본래의 의미를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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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독특하고 괴이한 '조지아나 하우튼'의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그녀는 심령술을 통해 자연의 법칙과 영적 기운, 초자연의 힘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었을까? 그것은 바로 친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과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형제 자매가 많았던 하우튼은 심령술사를 통해 죽은 이들을 만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이 마음은 결국 하우튼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이 반복되는 추상적 형태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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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의식과 심령현상을 읽는데 플랑셰트를 활용해 의식처럼 드로잉을 통해 표현한 작품은 얇고 가는 선들이 무수히 반복되고 겹쳐졌고 무작위로 그린 선 속에서도 율동감과 규칙성 또한 느껴진다. 작품을 보며 셀 수 없이 많은 나선형, 곡선형 선을 바라보며 죽은 동생을 얼마나 보고싶었을지 또 어떤 대화를 나누려했을지 그리웠던 감정들은 해소가 되었을까 생각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최근에 어릴 적 알았던 신부님이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된 일이 떠올랐다. 정말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었기에 성인이 되고 나서도 종종 떠오르던 분이었다. 하지만, 이미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신 것을 알고 나니 참 그 여운이 길었다. 그런데 자신이 아끼던 가족들이 하나씩 자신을 떠나간다면 그 감정은 어떨까. 그녀의 작품을 보며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던 그 마음이 이해가 됐다.


 

 

3


 

다음은 찢은 종이를 붙여 콜라주로 표현한 '앤 라이언'의 이야기다. 작가는 여러 직물 조각이나 종이를 자유롭게 찢어 붙이는 방식으로 콜라주 작업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찢어서 붙였는지 과정의 흔적이 나타난다. 현재는 추상 표현주의 콜라주 작가로 평가받으며 재조명 받고 있으나 과거에는 새로운 매체와 방식으로 미술적 시도를 했음에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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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저자의 말처럼 라이언의 작품은 그녀에게 주어진 여러 역할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최근에 필자는 아이들과 ‘스트레스’를 주제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방법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언제 느끼는지 생각해본 후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소개하며 자신에게 맞는 해소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종이 찢는 활동이었다. 아이들에게 먼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자유롭게 찢게 한 후 어떠한 감정을 물어보는데 대체로 ‘시원하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다양한 색깔로 찢어진 종이의 배열은 하루 동안 있었던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 같이 느껴진다. 불규칙한 종이의 배열은 꼭 풀리지 않은 감정과 같고 규칙적으로 배열된 종이는 이해되거나 정리된 감정과 같았다. 필자의 생각과 같을지 찢고 붙이는 과정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해본다.


여러 전시회를 다니며 공통적으로 느낀 바는 예술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아는 작가들은 대체로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작품 속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그런데 궁금했다. 어떻게 해야 나만의 스타일을 갖는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4


 

필자는 가르시아 스타일로 소개된 '토레스 가르시아'의 이야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토레스 가르시아는 회화와 미술 교육, 장난감 디자인뿐 아니라 150권 이상의 책을 쓴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수직과 수평의 선, 하양 노랑 검정 빨강 파랑 등 최소한 색으로 안정감을 주는 독자적인 추상 세계를 확립한 몬드리안의 ‘몬드리안 스타일’과 무척 닮았으나 몬드리안과는 다른 스타일을 추구했다.

 

먼저, 몬드리안의 작품과 닮아있는 점은 그와 함께 작품활동을 했기 때문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수직 수평을 넘어 곡선을 표현하거나 인물, 사물 등을 검은 선으로 추상화 안에 그렸다. 뿐만 아니라 그는 나무를 오브제로 하여 동심 가득한 나무 장난감 작품을 만드는 등 자신만의 투박한 소박미와 매끄럽지 못하고 정갈하지 않지만, 대상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구상을 추상으로, 추상을 부담없이 바꾸는 융통성 있는 변곡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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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를 통해 저자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해답을 발견했다는 글을 통해 필자 또한 방향성을 잡았다. 일단 해보는 것이 그것이다.

 

최근에도 느낀 것이지만 시도 없이 생각만으로 이루어지기란 어려운 일 같다. 물론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하고 발견하는 일을 위해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기 보다는 일단 해보는 것, 무언가 해봐야 한다는 것의 중요함을 알았다. 필자는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보니 후자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토레스 가르시아가 파리 시절 남긴 문장을 되새기며 글을 마무리 한다.

 

'신념을 가지고 행하라. 예술, 새로운 이론, 발명에 대한 발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가장 고유한 것은 행하는 것이다.' - 토레스 가르시아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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