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혼잣말을, 외국어로 한번 해보시죠 - OPIc 후기

세련된 '혼잣말'을 탄생시키는, OPIc 꿀팁
글 입력 2022.07.2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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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혼잣말'을 쳐보았다.

 

검색결과의 1페이지 상단에는 혼잣말에 관한 꽤 부정적인 언어들이 즐비했다. 예컨대 "혼잣말이 너무 많고 산만해서"와 같은 고민이 눈에 띄었고 '정신병'이라는 가슴이 철렁한 키워드까지 보였다. 새삼 혼잣말의 의미가 부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나는 혼잣말을 모국어가 아닌, 무려 외국어로 증명해야만 하는 시험을 치르고 왔다. 그래서 이것은 정신병이나 산만하다는 사뭇 의학적인 의미와 완전히 달리, '도전', '미래', '증명'과 같은 새삼 에너제틱한 의미로써의 혼잣말이었다. 그러니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는 방금 검색한 '혼잣말'의 이미지 결과는 매우 다를 수밖에. 나에게 그 혼잣말은 중요했고, 절박했고, 간절했다.

 

다소 황당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나라의 말을 빌려 거침없이 혼잣말을 연습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걸 확신한다. 운동장에서, 화장실에서, 길을 걸으면서. 계속해서 낯선 언어를 빌려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를 되뇌일 것이다. 언젠가 주저리 주저리 외국어로 혼자 떠드는 사람을 발견하면, 놀라지 마라. 그는 아마 OPIc 시험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을거다.

 

 

 

혼잣말을, 외국어로 한번 해보시죠 - OPIc 시험 후기



세상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혼잣말 시험인 'OPIc'을 소개하고, 시험을 응시한 후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이 시험은 'Oral Proficiency Interview-Computer'의 줄임말로써, 응시자의 외국어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말하기 시험이다. 매우 독특한 점이 있다면, 앞선 단어에서 보이는 'Computer'가 눈에 띄듯 응시자는 사람과 상호소통하며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 대고 말을 한다. 즉, '혼잣말'을 한다. 영어나 중국어, 러시아어와 스페인어, 일본어 또는 베트남어, 심지어 한국어까지 총 7개 어종 중 하나의 언어를 택해 신나게 혼잣말을 할 수 있는 시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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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시험 과정은 이렇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자신이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들을 선택한다. 헤드셋을 착용한다. 화면창에 뜬 'Eva(에바)'라는 가상인물이 등장한다. 그녀에게 40분 안에 마치 대화하듯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외국어로 떠든다. 끝이다.

 

불편한 동시에 편한 시험이다. 그냥 앉아서 혼자 떠드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고역일텐데 그것도 다른 나라 말로 해야한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나에게 있어서 오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고마운 시험이었다. 딱 두 가지 이유로 요약하자면 첫번째로 빨간펜의 채점 압박에서 해방됐다는 점이다. 이 시험은 주입식 영어교육에서 '나의 해방일지'를 적는 것과 비슷했다. 정답으로부터의 해방, 답안지부터로의 해방, 완벽으로부터의 해방. 그간 지겹도록 평가받아온 항목인 듣기와 읽기 시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절머리 나는 문제집 풀이와 O,X를 체크하는 노동 따위는 필요없다. 그저 입과 얼굴 근육만 열심히 움직이면 그저 잘하고 있는 거였다.

 

둘째, 인간성을 드러내는 시험이라는 특징이 있다. 조금은 황당한 말이지만 이 시험에서는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이 고득점의 길이다. 그러니까, 나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호흡과 목소리 그리고 감정을 잃지 말아야한다. 지금까지는 다른 많은 시험장에서 이것들을 꼭꼭 숨겨왔다. 하지만 여기에서만큼은 적어도 입을 열어 말을 해야하기에, 평소 자연스럽게 쓰는 성대와 얼굴 근육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로봇처럼 굳지 말고 사람답게 자연스러운 태도로 말하는 것이다.

 

 

 

세련된 '혼잣말'을 탄생시키는, OPIc 꿀팁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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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 OPIc을 준비한 응시자로서, 이 시험을 바통 터치할 또 다른 누군가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공유하고 싶다.

 

외국어 공부의 기본은 풍부한 어휘이자 자연스러운 발음 등, 당연한 사실들은 여기서 심각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믿는다.

 

 

1. 핵심 내용을 선제 공격하자! - 'Main Point'의 중요성

  

OPIc을 통해 가장 중요하게 연습할 수 있는 부분은 2-30초 안에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다. 1문제당 2분 가량의 답변 시간이 주어진다. 네이티브처럼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한다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무엇을, 왜, 어떻게 경험했는지 신속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문법, 단어, 발음과 같이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은 총체적인 평가 방식이므로, 어느 한 부분에서 실수가 있더라도 중심 맥락(context)으로 시험 성적을 보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시험은 실용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므로 장황하고 알맹이없는 설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면 좋다. 단 2분이라는 답변 시간 안에 효과적인 혼잣말을 하기 위해서는 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먼저 선제공격하는 것이 필요하다.

 


2. 팩트 나열보다는 자신의 '느낌'과 '감정'에 집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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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쉽게, 시험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져가는 방법이 있다. 바로 감정에 충실하는 것이다. 경험한 사건에 대해서 느낌을 생생히 표현하는 형용사를 적극 활용하면 좋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당황스럽거나, 화가 났다 등 다채로운 감정 어휘의 뜻과 발음을 잘 숙련하면 금상첨화다. 이를 거듭하면 OPIc이 '의사소통 능력' 시험이라는 맥락에서 본인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생각해보면 적어도 사적인 대화에서만큼은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말하기가 더 어렵지 않은가. 대만여행을 가서 만두를 미친듯이 먹었는데, 정말 '환상적이었어', 캠핑 중에 벌레가 갑자기 튀어나왔을 때, '소름끼치게 끔찍했어'와 같은 맥락을 외국어로 표현해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사람답게, 인간답게 감정을 풍부하게 살려 이야기하는 것은 시험에 대한 부담을 비교적 덜어낼 수 있는 달달한 꿀팁이다.

 

나의 경우 어떤 사건과 사물, 또는 사람에 대해 평가할 때를 각각 떠올려보고 그에 맞는 많은 형용사를 숙달하고자 노력했다. 단순히 시험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바탕으로 한 일상 대화에서도 이 연습은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과 마음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이니까!

 

 

3.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필러(Filler)를 말한다

 

40분이라는 텅 빈 시간의 공백. 그중에 우리가 잡을 유일한 동아줄이 있다면 바로 '필러(Filler)'다. 필러는 말의 흐름 속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표현이다. 우리말로 보면 '그러니까', '음.. 내 생각에는', '아, 어떻게 설명하지?'와 같은 표현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실제 대화에서도 강연장이나 연설을 하지 않는 이상 대화를 나눌 때는 이렇게 '인간적인' 표현들을 아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마치 이렇게 증명하는 것과 같다. '저는 AI가 아닙니다!'

 

오픽 시험의 규정에서는 응시자가 스크립트를 완벽하게 외워 말한 경우를 적발하고, 낮은 등급을 부여하는 내용이 있다. 따라서 스크립트를 미리 준비해가더라도 '나는 지금 생각하며 말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러 콤보를 사용하는게 좋다. 데카르트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빌리자면, 이 시험에서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필러를 말한다'를 응용할 수 있다. 나의 경우 'And um..', 'You know', 'I guess', 'You see', 'I mean', 'I felt like' 등 나만의 필러 세트를 만들어 미리 입에 익혀두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개할지 몰라 오디오가 비기 시작할 즈음이면 적극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

 

 

 

혼잣말 시험의 틀을 떠난 이후에 남겨진 것들


 

앞서 말했듯 이 시험은 실용적인 의사소통을 평가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에,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표현하는 지가 중요했다. OPIc을 준비하며 시험 등급이라는 정량적 평가보다 더 중요하게 얻은 깨달음은 '효과적인 말하기 방식'이었다.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여, 장황하고 긴 설명을 빙 돌아 말하는 대신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내용을 먼저 제시하는 것. 나의 기분과 감정을 생생하게 살려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 이 훈련들을 거치며 평소 의사소통 습관에 있어서도 불필요하고 잡다한 설명을 조금씩 줄여갈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스스로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느낌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살피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시험의 틀을 떠난 이후 남겨진 것들은 성적확인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상대를 위해 배려하는 말하기를 하고, 재치있고 위트있는 말로 유머를 발휘하는 여유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 더 의미있는 대화, 재미있는 대화, 나누고 싶은 대화, 사랑스러운 대화를 갈망하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그런 의사소통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또다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제는 깨닫는다.

 

혼잣말 시험을 준비하며 아주 열심히 챙겨보았던 OPIc 공부 유튜브 채널(오픽노잼)에 따르면, "오픽을 제발 쓰레기통에 버리자!"라는 말을 거침없이 외친다. 나아가 시험에의 한계에서 벗어나 진짜 '영어(외국어)'를 재밌게 익히고 즐기자고 권한다. 더 이상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연기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상호 소통으로 더 넓은 세계와 교감하는 그날을 기대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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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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