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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즐겁지 않은 일기 - '즐거운 일기', 최승자 [도서/문학]
최승자 시인의 『즐거운 일기』 속 생의 비극, 그것을 똑바로 응시한 채 흘러가는 법
정말로 피곤하다. 너무나도 피곤하다. 출근길 지하철에 잔뜩 모여든 사람들의 표정 없는 잿빛 얼굴을 보면 죽음을 기다리는 행렬처럼 보이기도, 모든 것을 체념한 채 눈만 끔뻑거리는 좀비 떼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항상 언급되는 만성피로는 남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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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원가의 마음으로 맞이한 겨울 [사람]
식물일기를 쓰며 깨달은 것, 겨울은 아래로 자라나는 계절이다.
겨울을 맞이한 정원가의 마음으로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을 보고 있다. 생명의 흔적은 희미하고, 흙은 딱딱하고, 눈은 그칠 줄을 모르지만 마음만은 들뜬다. 정원의 생명들은 지금 아래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며 즐길 수는 없지만 흙 아래로 깊이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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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잃어버린 나와 나의 이름을 찾는 여정 [공연]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 너를 잊지 않기 위해서.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너를 잃지 않기 위해서.
고요한은 자신을 불행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어릴 적 아버지가 제대로 된 뜻도 알지 못한 채 교회에서 받아온 이름인 ‘요한’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적어도 고요한의 생각은 그렇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죽음을 면치 못했다고 말한다. 새총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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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배우, 무대, 관객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색다른 시도들 [공연]
드라마를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공연들이 유일하게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면, 그건 바로 현장성과 상호작용 및 참여라는 점이다.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것은 기본이며,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은 창작자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함께 공유하는 것이 된다.
작년, 뮤지컬보다 연극에 더 빠지게 되면서 여러 실험극에도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다 올해 초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하는 두산아트랩 공연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배우, 무대, 관객이라는 요소만을 가지고도 얼마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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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삶은 연기 없는 연극 -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도서/문학]
연극으로 바라보기
너는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할 필요가 없어. 이 연극은 정해진 시간이 없어. 오직 시간이 연극을 정할 뿐이지. 너는 그대로 잠이 들어도 좋아. 대사도 연기도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까. (...) 단 한 페이지, 혹은 단 한 줄, 아니 하나의 단어만을 낭송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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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Alpha Room, Alpha Time [공간]
차 한잔 같은 나만의 아지트를 소개합니다.
진짜 나, 가짜 나. 구분할 필요 없이 ‘회사 안의 나’도, ‘회사 밖의 나’도 모두 ‘나’이다. 그럼에도, 출근한 나와 퇴근한 나는, 연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뭇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깝게 지내는 회사 동료에게 ‘지킬 앤 하이드’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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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사랑과, 용서. 그리고... [만화]
로판 웹툰 '망나니의 누님이시다'를 읽고
화려한 작화와 화려한 연출, 그리고 이 모든 걸 아우르는 원작. 카카오페이지의 로판 웹툰들 중 상당수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웹툰이다. 덕분에 날이 갈수록 쏟아지는 신작 웹툰들로 나의 지갑은 얇아지지만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있다. 새롭고 재밌는 로판 웹툰은 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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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이상을 향한 욕망, 욕망을 위한 거짓 [도서/문학]
사람들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블랑시라는 여자를 처음 만났던 날은 대학교 1학년 2학기 즈음, 희곡 교양 수업을 들었을 적이었다. 매 주마다 희곡을 읽어와야 하는 수업이었기에 대부분의 작품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굳이, 한 번 읽고 말 것이 뻔하다는 걸 알면서도 구입했던 희곡들이 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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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말의 초상으로 재현된 호크니의 수영장 – 보잭 홀스맨 [드라마/예능]
애니메이션 <보잭 홀스맨>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을 인용해 투명한 물이 주는 인식으로 캐릭터의 실존적 고통을 시각화한다. 정적인 회화가 애니메이션의 서사로 편입되어 인물의 무너진 내면을 어떻게 확장하는지를 고찰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 <보잭 홀스맨>은 한물 간 배우 보잭이 겪는 자기 혐오와 우울, 그리고 망가진 관계들을 통해 인간 내면과 실존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이다. <보잭 홀스맨>은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표현들을 빌려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할리우드라는 독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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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굳이” 해야 재밌는 일 [여행]
8282를 외치는 사회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
후쿠오카로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귀찮음이란 낭만을 찾아본 것 같다. 당신은 평소에 효율을 추구하는 편인가? 스스로는 그런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행의 묘미는 비효율성에 있는 것 같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평소의 일을 잊고 여행에만 몰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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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들으려는 마음 - 다큐멘터리 '말하지 않아도' [영화]
그래도 계속 가는 거야
지역 발달장애인 복지관에서 보조 교사로서 봉사를 하다 보면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연령대를 막론하고 각자 하고 싶은 얘기가 아주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콧물이 차 숨쉬기 어렵다거나, 급식이 맛없다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다거나, 다른 놀이를 하고 싶다거나. 대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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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쿠키가 나전칠기를 만났다 - 위대한 왕국의 유산 [전시]
그들이 만들어온 것이 바로, ‘위대한 왕국의 유산’이다
쿠키런 : 킹덤이 미디어아트로 옷을 갈아입었다. 전통공예와 함께. 지난 23일부터 데브시스터즈가 공들여 준비한 미디어아트전 <쿠키런 : 킹덤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 특별전 - '위대한 왕국의 유산'>이 화려한 개막을 알렸다. 쿠키런 : 킹덤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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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당신에게 드리워진 그늘을 거두고 - 스펜서 [영화]
잠시나마 미소를 되찾아 주고 싶은 여성들에게
여기 길을 잃은 여성이 있다. 드넓은 길을 내달리는 차량 속, 휘날리는 머리카락 틈새로 두리번거리는 그가 보인다. 어두운 낯빛으로 연신 지도를 쳐다보다 끝내 고개를 저을 때 스멀스멀 불안이 피어오른다. 마침 마주친 가게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어간다. 그곳에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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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첫사랑은 기준이 되는 걸, 너는 알까? [음악]
첫사랑의 분위기와 온도, 습도까지 떠오르게 하는 노래, 알레프의 <첫사랑은 기준이 되는 걸 너는 알까>
알레프의 〈첫사랑은 기준이 되는 걸 너는 알까〉는 고백하지 못한 사랑의 서사이자, 끝내 완성되지 못한 감정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형태로 흔적을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노래다. 이 노래에서 첫사랑은 추억이 아니다. 이후의 사랑을 판단하게 만드는 기준이며, 쉽게 지워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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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말하는 사랑에 대하여 [드라마]
잔잔하지만 끊을 수 없어! 일본 가족 드라마 추천 - 의붓 엄마와 딸의 블루스,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까?, 사자의 은신처
'가족'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론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구성원'이라 적혀있지만 사실 '한 지붕 아래에서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밥솥에 한가득 쌓여있는 따뜻한 밥을 나누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반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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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밀크향 다크초콜릿 - 이자벨 파우스트 & 알렉산더 멜니코프 듀오 콘서트 [공연]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았던 20세기의 밤 - '이자벨 파우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 듀오 콘서트' 관람 에세이
공연이 끝나고는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다. 7시에 시작한 현대음악이 9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는데, 언제 시작이나 했던가 싶을 정도였다. 네 명의 작곡가를 지나 이어진 앙코르는 하얀 목화꽃만 같았다. 이렇게 유순하게 흘러갈 수 있나. 이만큼 부드러울 수 있나.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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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어른이 되는 방법에 대하여 [도서/문학]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어른은 없지 않을까. 그 거짓이 작든 크든, 하얗든 검든, 상대를 위하든 아니든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입 밖으로 내뱉으면 그건 거짓말이 된다. 그리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