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 킹덤이 미디어아트로 옷을 갈아입었다. 전통공예와 함께.
지난 23일부터 데브시스터즈가 공들여 준비한 미디어아트전 <쿠키런 : 킹덤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 특별전 - '위대한 왕국의 유산'>이 화려한 개막을 알렸다.
쿠키런 : 킹덤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 특별전 - 위대한 왕국의 유산
기간 : 2026.1.23(금) ~ 4.12(일)
장소 :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9길 26)
관람 시간 11:00 ~ 20:00 (입장 마감 19:30)
게임과 전통공예라는 이색적인 만남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다. 한땀 한땀 수놓은 장인들의 작품을 보기만 해도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전통공예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저들에겐 감회가 새로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이 이 전시의 전부는 아니다. 캐릭터와 공예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쿠키런: 킹덤' 속 쿠키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의미를 되새기는 질문들을 통해 관람객 각자의 세계를 확장하게 만든다.
그 답은 타락한 비스트 쿠키와 상반된 가치를 지닌 에인션트 쿠키 사이에 있다. 이들을 통해 데브시스터즈는 관람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을까?
가치의 대비, 그리고 화합
'위대한 왕국의 유산' 전시는 의지, 역사, 지식, 행복, 연대, 그리고화합 이렇게 여섯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각 키워드는 비스트 쿠키와 에인션트 쿠키라는 두 부류의 쿠키를 통해 정반대의 태도로 제시된다.
비스트 쿠키는 쿠키런 : 킹덤 세계관에서 마녀들이 쿠키 세계를 창조하면서 만든 쿠키들로, 막강한 권능을 부여받았지만, 스스로의 힘과 생각에 타락한 쿠키들이다. 이들은 ‘의지, 역사, 지식, 행복, 연대’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타락하면서 ‘허무, 파괴, 거짓, 나태, 침묵’이라는 가치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스트 쿠키에 대응하는 에인션트 쿠키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들은 각각 '결의, 풍요, 진리, 열정, 자유'를 의미한다.
여기서 비스트 쿠키, 그리고 에인션트 쿠키의 태도 대비는 명확하다. 어떻게 보면 비스트 쿠키의 상징은 부정적인 가치로 보이지만, 이 전시에서는 '좋은 가치 VS 나쁜 가치'의 이분법으로 끝내지 않는다. 바로, 상반된 가치를 '삶에 대한 서로 다른 선택'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선택은 결국 '화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전시는 이러한 가치들을 단순히 개념으로만 제시하지 않는다. 각 가치를 나타내는 쿠키를 전통 공예 작품 속으로 들여보내되, 쿠키의 서사와 전통 공예의 미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예를 들면, 챕터 1 <의지>에서는 '허무'와 '결의'라는 상반된 두 가지의 가치를 다루는데, '허무'에서는 샌드아트라는 공예를 선택했다. 다음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을 모두 지워야 하는 샌드아트의 특징이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하는 세계로 돌아가는 (하얀 밀가루로 돌아간다는) 허무라는 가치관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결의'는 전통공예 중 나전칠기로 작품을 만들었다. 36단계의 정교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나전칠기. 이러한 인내의 과정을 60년간 견뎌온 장인의 태도와 굳건한 결의로 왕국과 백성을 지켜낸 다크카카오 쿠키의 공통점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낸다.
다른 챕터에서도 쿠키 캐릭터와 전통공예의 미학이 어떻게 닮아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전시 관람의 또 다른 재미다.
전시 작품 '비움에서 채워지는 새로움 '허무'' 및 미디어 아트 '허무의 잔상'
전시 작품 '어둠 속에서 빛나는 이름 '결의'' 및 미디어 아트 '결의의 산맥'
결국 모든 것은 '허무'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미스틱플라워 쿠키, 그리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한 '결의'로 왕국을 지켜낸 용군주 : 다크카카오 쿠키.
두 쿠키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선택은 무너짐과 다시 일어섬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의지'를 가질 것인지 묻습니다. '허무'와 '결의'가 공존하는 이 공간에서, 당신의 마음속 '의지'는 어떤 모습인지 마주해보시기 바랍니다.
챕터 1 '의지' 전시 中
나머지 챕터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다. 총 다섯 가지의 가치와, 이에 대한 두 가지의 정반대의 태도. 그렇게 의지, 역사, 지식, 행복, 연대라는 다섯 가지의 가치에 대한 전혀 다른 태도들을 선택한 관객들은 각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고, 전시장에는 정말로 다양한 세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 6 <화합>에서는 이런 가치들이 화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오랫동안 이어진 여정의 끝, 제 6전시실 ⌜화합⌟입니다.
이곳에 오기까지 우리는 '허무'와 '결의', '파괴'와 '풍요', '진리'와 '거짓', '나태'와 '열정', '침묵'과 '자유' 사이에서 각자 서로 다른 선택을 해 왔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마음이 부딪히고 스치면서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갈 뿐입니다.
⌜어울림⌟에서는 여러분이 만든 쿠키들이 모여 또 하나의 왕국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공간, 어둠마녀 성채를 표현한 공간 ⌜해원⌟에서는 관객의 참여로 서로 다른 소리가 모여 하나의 음악이 됩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우리가 모여 만들어낸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함께'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하나의 유산으로 이어집니다.
챕터 6 '화합' 전시 中
함께 만드는 세계
이 전시는 쿠키런의 세계를 미디어 아트로 풀어냈다. 관객은 NFC 팔찌를 태그하며 전시에 직접 참여한다. 태그할 때마다 불빛이 바뀌고, 소리가 울리고, 화면이 움직인다. 이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반응하는 게임 매체와 닮아 있다.
미디어 아트는 비스트와 에인션트 쿠키의 대비되는 가치를 동적으로 표현하고, 전통공예 작품을 재해석하며 그 미학을 증폭시킨다. 정적인 공예 작품만으로는 느끼기 어려웠던 의미가, 움직이는 이미지와 소리를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된다.
전시 작품 ‘완벽을 완성하는 이름 ‘파괴’’ 및 미디어 아트 ‘점화’
마지막 챕터 6 <화합>에서 이 모든 선택은 하나로 모인다. "어울림"에서는 관객 각자가 만든 쿠키들이 모여 하나의 왕국을 완성하고, "해원"에서는 서로 다른 소리가 모여 하나의 음악이 된다. 각자의 선택이 결국 함께 만드는 세계라는, 전시의 핵심 메시지가 여기서 구현된다.
시간을 견디는 선택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또 다른 핵심은 '시간을 견디는 선택'이다. 전통공예 장인들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을 쌓아 올린다. 36단계의 나전칠기 공정, 한 땀 한 땀 수놓는 자수. 이 과정은 결과를 빠르게 생산하기 위한 노동이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선택에 가깝다.
흥미롭게도, 쿠키런이라는 IP를 만들어온 데브시스터즈의 태도 역시 이와 닮았다. 하나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 정교하게 설정을 쌓아가고, 각 쿠키마다 축적된 수많은 이야기들 역시, 하나의 장인적 노동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전시는 쿠키런이라는 세계를 만들어온 사람들 역시, 시간을 견뎌내는 과정을 반복해 온 장인들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온 것이 바로, ‘위대한 왕국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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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IP 팬이라면 익숙한 캐릭터들이 전통 공예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확장되는 경험을, 전통 공예에 관심 있는 이라면 현대적 해석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라도, 자신이 선택하는 가치가 어떤 세계를 만들어가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