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또 일상 속에서 함께하며 취향의 한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 음악 공연, 팝업 스토어, 브랜드 캠페인 등 게임의 문화적 요소를 강조하는 행사들이 활발히 열리며, 이제는 개인의 영역을 넘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은 여전히 중독과 과몰입의 문제로 프레임화되고 있다. “게임도 문화다”라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게임 산업계의 오랜 사회적 요청이었다.
그 흐름 속에서, 하나의 공간이 등장했다. 지난 3월 개관한 넷마블게임박물관은 게임을 단순한 놀이가 아닌 '기록되고 계승되어야 할 문화'로 바라보는 시선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게임의 역사, 플레이어의 경험, 캐릭터와 음악, 한국 문화와의 접점 등을 전시의 축으로 삼으며 ‘게임은 하나의 복합 문화 콘텐츠’라는 메시지를 설계한다.
이 박물관은 게임을 단지 수집하고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게임을 문화로 바라보며, 비게이머에게도 게임의 매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자 한 시도이자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려고 한다. 게임이 문화적이고 감정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 삶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탐색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지금 왜 게임박물관인가?
지금, 왜 게임을 박물관이라는 공간에 담으려는 걸까?
‘디지털 원주민’인 세대가 주류가 된 오늘날, 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넷마블게임박물관 기획의 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게임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관통해 온 콘텐츠이지만,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추억,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의미들이 오랫동안 남기거나 기록되지 못한 채 그때그때 소비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 전시는 바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는 게임이 단지 '놀이'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서 대중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설득의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예전에는 게임이 '중독', '시간 낭비'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음악, 미술, 영화처럼 시대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는 문화 콘텐츠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여전히 중독이나 과몰입 같은 시선으로 평가되며, 그 가치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게임을 향한 복합적인 인식 속에서, 게임의 역사와 의미를 공적 공간에서 정리하고, 사회적으로 다시 바라보려는 시도는 지금, 이 시점에서 더욱 필요해졌다. 따라서 넷마블게임박물관은 게임이 사회문화 속에서 어떤 위치를 점유해 왔는지를 정리하고, 게임의 문화적 자격을 공공의 장에서 증명해 보이려는 시도라고 읽힌다.
넷마블게임박물관은 이렇게 답한다. “게임은 단순한 과거의 추억이 아닌,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콘텐츠이며,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이 깃든 문화다.”라고 말이다.
게임, 박물관에 담기다
박물관은 주로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여겨지지만, 게임박물관은 다르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게임’을 전시함으로써,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서 공식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과거를 정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변화하고 있는 콘텐츠를 다룬다는 점에서 게임박물관은 미래를 향해 열린 전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박물관이 게임의 변화와 맥락뿐 아니라, 게임을 둘러싼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까지도 함께 담아낸다는 데 있다. 유저들의 기증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관객의 경험을 전시의 일부로 포함한다는 점에서 덕질을 박물관의 레벨로 끌어올렸다. 단순히 게임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게임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감정까지 함께 보관하고 있다는 점이 깊은 울림을 준다.
보는 것을 넘어 플레이하는 전시
이번 전시는 다섯 개의 주요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관람객이 게임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본격적인 전시를 관람하기에 앞서 거대한 스크린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스크린에서는 게임의 역사를 간략하게 요약한 영상이 펼쳐지며, 관람객이 전시에 몰입하고 다른 세계로 입장하는 듯한 감각을 유도한다.
첫 번째 섹션인 ‘덕후의 수장고’는 시민과 사내 기증으로 받은 다양한 종류의 게임기와 게임팩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게임의 발전사를 시각화한다.
‘게임 세상’ 섹션에서는 게임 제작 과정, 관련 직업군 소개 등 게임 산업 종사자의 일상을 영상과 체험 요소를 통해 풀어낸다. 이는 진로 교육에서 다뤄지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성인 관람객도 흥미롭게 관람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후 ‘캐릭터와 음악’ 섹션에서는 시청각 영상과 음악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여 흥미를 유도한다. 감정, 몰입, 정체성을 키워드로 감성적 연결을 유도하고, 게임의 몰입 구조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게임 속 한국’에서는 게임이 세계 속에서 한국 문화를 어떻게 전달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한국적 요소들이 해외 게임 속에 어떻게 삽입되고, 문화적 아이콘으로 기능하는지를 보여주면서 게임이 글로벌 콘텐츠로서 가지는 확장성과 문화적 자부심을 함께 전달한다.
마지막 ‘플레이 컬렉션’은 에서는 고전 아케이드, 콘솔, PC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처럼 전시는 관람객이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느끼고 참여하는 것’으로 유도한다. 구체적인 구성과 체험을 통해 관람객에게 게임을 다층적으로 인식하게 했다.
몰입과 설득의 균형을 잡은 공간
게임박물관 속 전시가 설득력 있게 느껴졌던 이유는 게임을 잘 아는 사람뿐만 아니라 처음 접하는 관람객도 쉽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에 있다. 영상 연출과 공간 배치는 관람 흐름을 매끄럽게 이끌었고, 정보 전달과 체험이 조화를 이루며 게임이라는 매체의 복합적인 성격을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이 큰 역할을 했다. 인트로 영상은 하나의 시네마틱 영상처럼 몰입감을 제공하며 전시의 시작을 열었고, 게임 제작 프로세스를 소개하는 공간에서 상영된 영상은 복잡한 내용을 간결한 영상 연출로 풀어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관람객이 '배운다'기보다는 '느낀다'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만든 설계는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제2의 나라’를 대형 스크린으로 직접 플레이 해볼 수 있는 체험은 박물관이라는 공간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이었다. 보통 게임 행사장에서나 가능한 경험을 일상적인 전시 공간 안에서 제공했다는 점은, 게임 팬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게임의 내일을 상상하는 공간
넷마블게임박물관은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을까?
게임은 기술적 상상력을 실현하는 최전선의 매체가 되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감정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만들며, 새로운 관계를 경험한다. 이제 게임은 단지 소비하는 콘텐츠를 넘어, 공연이 이뤄지고, 음원이 발매되고, 새로운 만남이 가능한 플랫폼이자 미디어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넷마블게임박물관은 단순한 역사적 서사나 산업적 설명을 넘어, 게임이 어떤 상상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게임이 우리 삶 속에서 어떤 감정을 일으키고, 어떤 관계를 만들며,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색하는 공간으로, 넷마블게임박물관이 그 역할을 이어가길 바란다.
우리는 이곳에서 어떤 게임의 내일을 그려볼 수 있을까? 게임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축적되고 이어지는 문화의 장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