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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배우, 무대, 관객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색다른 시도들 [공연]

<두산아트랩 공연 2026> 세 가지 공연의 감상

by 천유진 에디터
2026.02.08 17:44

 

 

작년, 뮤지컬보다 연극에 더 빠지게 되면서 여러 실험극에도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다 올해 초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하는 두산아트랩 공연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배우, 무대, 관객이라는 요소만을 가지고도 얼마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고, 연극을 넘어서 점차 다원예술의 매력까지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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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랩 공연 2026>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8개의 공연으로 진행되며, 현재까지 <개기일식 기다리기>, <경계넘기: 신진순박소영박뽀또 Part.1>, <공룡과 공룡동생>, <곡예사훈련>이 공연되었고, 남은 4개의 공연도 3월 안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두산아트랩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실험을 다양한 형식으로 지원한다는 기획 하에서 색다른 장르, 형식을 선보인다. 카테고리는 연극이라고 분류되어 있으나, 정작 보편적인 드라마 구조를 띈 공연은 지금까지 1개만 있을 정도로 공연에 있어 정해진 틀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드라마를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공연들이 유일하게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면, 그건 바로 현장성과 상호작용 및 참여라는 점이다.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거는 것은 기본이며,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험은 창작자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함께 공유하는 것이 된다. 앞선 4개의 공연을 모두 관람한 나는 새로운 공연이 다가올 3월을 기다리며, 그간의 감상들을 이곳에 기록하려 한다.

 

 

 

<경계넘기: 신진순박소영박뽀또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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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퍼포머 신소영은 대형 슬라이드를 이용한 시청각 자료를 주로 하여 공연을 이끌어나갔다. 설명문에는 렉처 퍼포먼스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내겐 프레젠테이션 발표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버지의 성에서 어머니의 성을 따른 이름으로 개명하고자 하는 화자의 개인적 경험을 주제로, 가부장제와 정상 가족,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공연은 퍼포머의 경험에서 시작됐지만 관객에게 대본을 제공하고 실시간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허구와 사실을 절묘하게 섞으면서 연극에서만 가능한 극적 허용을 과감히 드러낸다. 마지막에는 이 모든 것이 자기 선언과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는, 이것이 실천적 수행으로서의 연극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며 끝을 맺는다. 관객은 극장에 들어서며 개명허가신청서를 받게 되는데,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이 서류를 같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다.

 

 

  

<공룡과 공룡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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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랩 중 가장 드라마가 분명했던 공연이다. 세 명의 배우가 ‘공룡’, ‘과’, ‘공룡동생’이라는 배역을 번갈아가며 맡는다. 이 배역 전환은 몇 장이 끝날 때마다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과정이 무대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진행되어 감탄스러웠다.

 

극은 지적장애와 비지적장애 사이의 경계선 지능을 가진 ‘공룡’과 공룡의 동생 두 자매의 이야기를 다룬다. 둘은 공룡의 송곳니를 찾기 위해 쓰레기섬에서의 여정을 시작하고, 그 여정 과정에서 동생은 공룡의 삶과 이야기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극의 정확한 초점은 공룡이 아닌 공룡과 함께 살아갔던 동생에게 맞춰져 있다. 이를 통해 극은 당사자의 발화에만 의존하는 것을 넘어선다. 창작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근처에서 말하는 당사자의 이야기’ 가 되는데, 기존 소수자 문학의 당사자 재현이나 정체성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연극적 시도가 눈에 띈다.

 

 

 

<곡예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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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씬을 주제로, 세 명의 서커스 곡예사와 한 명의 모더레이터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하는 공연이다. 제목에 걸맞게 서커스의 퍼포먼스보다는 서커스 퍼포먼스를 위한 훈련 과정에 더욱 초점을 맞추었다. 그렇기에 관객은 퍼포먼스에 대한 일차적인 경탄과 환호뿐만 아니라 그것을 시연하기 위한 곡예사들의 노력, 시간, 감각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곡예사들은 관객을 마주하며, 곡예 훈련의 고단함, 아픔뿐만 아니라 서커스씬을 둘러싼 전반적인 어려움과 갈등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데, 이를 서커스뿐만 아니라 예술, 노동, 삶의 영역까지 확장하여 관객과 감응하고자 한다. 곡예사들이 처음으로 곡예를 선보일 때만 하더라도 관객들은 모두 감탄을 내뱉고, 풍부한 리액션을 보였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관객은 침묵한 상태로 더욱 몰입하면서, 신체 행위 예술의 아름다움을 서서히 알아가게 된다.

 

<두산아트랩 공연 2026>을 접하며,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연극의 범위가 더욱 넓어져서 좋았다. 예술가라는 존재가 무대에 전면으로 드러났을 때 연극으로는 어떤 시도들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3월의 남은 4개의 공연을 기다리면서, 나 또한 그간 막연하게 느끼던 새로운 예술들을 마음껏 시도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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