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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내 취향이 맞는 '네오 농도' [음악]

낯섦을 취향으로 만드는 음악 - 엔시티 127

by 문아휘 에디터
2026.09.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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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성과 음악성


       

      대중에게 팀이 추구하는 장르를 설득시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생각보다 음악의 스펙트럼은 넓고, 그중 몇 개의 장르만이 대중들의 선택을 받는다.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음악으로 대중들을 설득하고 찾아듣게 만든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고, 현대음악과 전자음악도 현재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대중의 입맛에 맞추며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 좋은 음악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 음악가에게 그것은 크나큰 숙제이고, 우리는 그것을 음악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개는 대중과 가장 살을 맞대고 성장하는 장르인 팝 장르에서 상업성을 배제하고 예술성으로 대중을 설득하려는 이들은 보기 드물다. 오늘은 그중 용감한 선택으로 대중과 맞서 독특한 자신들만의 세계관과 장르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팬덤을 형성해 끝내 대중음악의 가장 앞자리에 당당히 서게 된 엔시티127에 관한 글을 써볼까 한다.

       

       

       

      '네오함'이 뭔데


       

      엔시티127은 엔시티 세계관의 구심점에 있는 팀이다. 네오 컬처 테크놀로지의 ‘네오함’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팀으로, 이들의 음악은 꽤 오랫동안 대중들을 설득해왔고 그들을 설득하는 데 오랜 세월을 썼다. ‘네오함’. 엔시티스럽다는 뜻이다. 그만큼 엔시티라는 팀의 음악적 색은 독보적이고, 대중음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처음 들고 왔던 ‘소방차’와 'Cherry boom'은 강렬한 사운드와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생소한 비주얼과 음악으로 호불호가 갈리며 대중을 설득하기 어려운 음악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칭찬은 있었지만, 음악 자체가 차트 상위권을 차지할 만한 음악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Regular’를 통해 지상파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기록하고, ‘영웅’에서 그 네오함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서 많은 이들의 뇌리에 엔시티의 음악성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그다음 해 ‘Sticker’에서 10관왕을 기록하며, 이상하고 기이한 음악이지만 이상하게 계속 듣게 되는 음악을 하는 팀이 되었다.


      대중성과 팀의 색을 다 잡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팀의 색을 계속해서 연구하며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엔시티127에게 경외를 표할 수밖에 없다. 데뷔 초와 현재 엔시티127의 음악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을 듣는 청중의 자세는 그때와 많이 다르다. 자세를 고쳐 앉아 이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다면 엔시티127의 음악에서 내가 느끼는 ‘네오함’은 어느 정도의 농도일까. 모든 곡이 같은 방식으로 네오한 것은 아니다. 어떤 곡은 엔시티127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할 만큼 강렬한 네오함을 가지고 있고, 어떤 곡은 네오함을 거의 덜어낸 채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과 서정성에 집중한다. 그래서 엔시티127의 음악을 듣는 재미는 곡마다 다른 ‘네오 농도’를 찾아가는 데에 있다. 그 중 네오함에 따라 엔시티의 수 많은 명곡들 중 몇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Back 2 U’ - 네오함 0.1%


       

      네오함은 거의 없지만 음악 자체로 명곡으로 평가받는 곡이다. 비 오는 날 어두운 새벽, 센치한 감정을 증폭시켜주는 곡으로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후 그녀에게 다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계속해서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애절한 곡이다. 네오한 곡을 하는 팀임에도 보컬 라인이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엔시티127은 쫀득한 랩핑에 차별점이 있는 팀이지만 ‘내일의 나에게’, ‘나의 모든 순간’ 같은 곡들에서는 엔시티127 보컬의 진가가 드러난다. 강한 퍼포먼스와 실험적인 사운드 뒤에 가려져 있던 보컬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 곡은 의미가 있다.


       

       

      ‘FACT CHECK’, ‘삐그덕’ - 네오함 50%.


       

      네오하면서도 멋있고 가볍게 듣기 좋은 음악이다.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네오함보다는 엔시티127이 가지고 있는 강렬함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FACT CHECK’는 엔시티127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프라이드와 이들이 가진 자신감에 대해 노래한다. 자신들의 색을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대중이 따라갈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엔시티127이 오랜 시간 고민해온 대중성과 팀의 색 사이의 균형을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


       

       

      ‘무한적아’' ‘Simon Says’ - 네오함 100%


       

      처음에 들으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엔시티127만의 네오함을 엑기스로 담아낸 곡이다. 독특한 랩과 보컬, 그리고 엔시티의 무한 확장성을 담은 철학적인 가사로 대서사시의 주제가 같기도 한 이 곡은 엔시티의 ‘네오함’이 어떤 것인지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외에도 ‘Sticker’처럼 강렬한 피리 소리와 재치 있는 가사는 처음 들을 땐 당황스럽다가도 어느 순간 중독시키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낯설다는 감정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듣게 만드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엔시티127의 네오함은 단순히 독특한 음악을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익숙한 방식에서 한 발짝 벗어나면서도 그 낯섦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반복해서 듣게 만드는 힘까지 포함한다.

       

      음악이라는 건 들을 때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좋은 가사를 담아도 멜로디가 재미없으면 안 듣게 되고, 또 내 취향이 전혀 아닌 장르의 음악이지만 창법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해서 그 음악을 듣기도 한다. 음악은 그저 유흥이고, 나에게 어떠한 감흥이라도 준다면 좋은 음악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엔시티의 음악은 재미가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맛이 있고, 씹으면 씹을수록 무슨 맛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소리가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뒤에는 오히려 그 소리가 빠진 음악을 허전하게 느끼게 된다. 그 매력이 엔시티127이 생소한 장르를 선택했음에도 팬덤을 끌어모은 이유이다. 대중에게 익숙해지기 위해 자신들의 색을 지우는 대신, 자신들의 색을 유지하면서 대중이 그 색에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것. 엔시티127이 걸어온 길은 어쩌면 그 과정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엔시티도 벌써 데뷔한지 10주년이 되었고 여전히 우리를 당황시키는 재미난 음악으로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공고히 다지고있다. 재밌는 음악을 하는 이들의 행보를 계속 지켜봐 주는 사람이 많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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