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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지금 너희와 함께 춤추고 싶어 - 훌라걸즈 [영화]

내 삶을 선택할 용기가 필요하니까

by 손혜림 에디터
2026.09.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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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 영화관에서 유난히 새빨간 <훌라걸스>의 재개봉 포스터가 눈에 띈다. 아오이 유우의 상큼한 미소와 목에 두른 하와이안 꽃은 마치 한여름의 휴양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화사한 포스터와 달리 스크린에 펼쳐지는 첫 풍경은 쇠락한 탄광촌이다. 시놉시스를 모른 채 영화를 본 나는 순간 다른 영화를 틀었나 싶어 화면을 의심했다. 이 영화가 결코 가벼운 댄스 영화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이 스쳤다.


      영화의 시대는 1960년대 일본. 석탄에서 석유로 에너지원이 전환되면서 탄광 마을 ‘조반’은 기로에 선다. 마을의 미래마저 불투명해지자 사람들은 새로운 활로를 찾기 시작하고, 그 과정에서 하와이안 센터와 훌라 댄스가 등장한다.

       

      주민들의 반대 속에서도 광부의 딸들은 한 번도 춰본 적 없는 낯선 춤을 배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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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에서 빚쟁이들을 피해 도망쳐 온 댄스 교사 마도카를 만나면서 소녀들의 연습은 본격화된다.

       

      여성이 살을 드러내고 엉덩이를 흔드는 춤을 추는 것조차 용납하기 어려웠던 시절, 키미코(아오이 유우)의 어머니는 연습장까지 찾아와 춤을 그만두라고 거세게 반대한다. 설상가상으로 탄광의 구조조정이 심화되면서 가장 친한 친구마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마을을 떠난다.

       

      키미코는 떠난 친구의 몫까지 춤을 추겠다고 다짐하고, 가출까지 감행한 채 무용 학원 한구석에서 밤낮으로 연습에 몰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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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냉소적었던 교사 마도카 역시 소녀들의 피땀 어린 진심을 마주하며 마음을 연다. 서툰 동작으로 시작했던 소녀들은 차츰 자신만의 춤을 완성해 가고, 마도카 역시 그들의 곁을 지키며 함께 무대를 준비한다.

       

      실제로 훌라는 단순한 유흥의 춤이 아니다. 문자 언어가 없던 시절, 하와이 사람들은 마음과 역사를 전하기 위해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자연과 감정을 담아 춤을 췄다고 한다. 파도와 바람, 사랑과 그리움까지. 훌라의 모든 동작에는 저마다의 언어와 서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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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광마을 소녀들이 훌라에 몰입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소녀들은 손끝의 언어인 훌라를 통해 표현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배운 춤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춤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매개가 된다. 소녀들의 춤은 단순한 쇼를 넘어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하는 언어가 된다.


      “어두운 곳에서 하루종일 있는 것이 일인 줄 알았는데, 웃으며 춤추는 것도 일이였어.”

       

      - 타니카와 치요(키미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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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기만 했던 춤이 어느새 탄광촌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제야 사람들은 춤을 새로운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춤은 마을을 살리기 위한 수단을 넘어,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또 다른 일이 된다.

       

      이처럼 <훌라걸즈>는 탄광촌의 가난과 쇠락을 다루면서도 현실을 감정적인 신파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비추며, 변화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과 새로운 삶을 향한 의지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탄광촌 사람들이 가진 상실과 불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그들의 삶을 단순한 연민의 시선에 가두지 않는다. 영화 속 인물들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춤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바꿔나가는 주체로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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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관에서 본 포스터 속 화사한 미소는 단순한 흥겨움이 아니었다. 그 미소 뒤에는 가난과 역경을 딛고 새로운 삶을 선택해낸 소녀들의 긍지가 담겨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만난 <훌라걸즈>는 잠시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고단한 현실 앞에서도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 한 걸음 내디딜 힘을 건네는 위로가 되어 주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들의 춤이 생각난다.


      교사 마도카의 말을 빌려본다.

       

      “나 지금 너희와 함께 춤추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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