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미술품의 값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도서]

미술 작품은 세 번 태어난다.

by 윤선주 에디터
2026.09.13 18:27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한 명의 작가가 작가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후원자는 몇 명일까. 이 질문 앞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작가는 고흐다. 그는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다. 그것도 친구의 누나에게 말이다. 그의 후원자는 동생 테오 뿐이었다. 팔리는 작가가 될 수 없었던 고흐는 끝내 죽음을 선택했다.

       

      고흐의 그림을 세상에 알린 건 테오의 아내인 ‘요 반 고흐 봉어르’다. 요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를 번역해 평론가들에게 전해주며 그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국립미술관에 고흐의 작품 두 점을 기증했으며,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해바라기’를 판매해 고흐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고흐 해바라기.jpg

       

       

      미술 작품은 세 번 태어난다고 한다.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태어난 작품은 미술시장의 상품으로 거래되고, 미술관이나 컬렉터의 집에 걸려 또 한 번의 생명을 얻는다. 고흐의 그림은 그의 손에서 태어났을 때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의 작품을 알리려 했던 한 사람의 노력으로 새 생명을 얻어 세상에 알려졌다.

       

      어떤 작품은 태어난 그 시점에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고, 어떤 작품 서서히 몸값을 올리며, 어떤 작품은 몸값이 폭락하기도 한다. 미술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미술관에 가서 작품들을 볼 때면 그 아름다움에 취하면서도 한편으론 궁금해진다. 이 작품은 어떻게 미술관에 걸리게 되었을까.

       

       

      순수미술 (표지).jpg

       

       

      아트디렉터이자 큐레이터인 이지윤의 책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는 미술품의 아름다움을 추앙하는 책이 아니다. 미술품이 거래되고 전시되는 과정과 700년에 달하는 미술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미술시장은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나뉜다. 1차 시장은 미술품이 최초로 판매되는 시장을 말한다. 작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작품이 처음으로 수요자를 만나는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 번 판매된 미술품을 다시 판매하는 경매회사나 갤러리는 2차 시장이다. 세상에 알려지는 작품의 가격은 갤러리의 ‘판매가’와 경매회사의 ‘경매가(해머 프라이스)’인 경우가 많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가의 이력과 미술관에서의 초대전 횟수, 미술관의 작품 소장 여부이다. 작가가 어떤 미술학교를 졸업했는지, 비평가와 큐레이터에게 인정받았는지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달라진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는 경우는 그 작품이 시대의 예술적, 역사적, 철학적 맥락에서 가치를 지녔음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국립미술관의 경우 컬렉션을 할 때 만들어진 지 적어도 30년이 넘는 작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한다. 50년이 지나지 않은 작품은 평가해선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품이 미술사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뱅크시.jpg

       

       

      하지만 미술의 세계에도 ‘혜성같이 등장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미술시장에서는 이들을 ‘매버릭 작가’라고 부른다. 책에서 언급되는 매버릭 작가의 이름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영국의 그래피티 작가 뱅크시는 전쟁과 가난, 자본주의의 탐욕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벽화로 담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거리에 그려진 그의 작품은 벽째로 뜯겨 미술관에 전시되거나 경매에서 고가로 거래된다. 뉴욕에서 활동한 장미셸 바스키아도 정식 미술 교육을 받는 대신 그래피티로 미술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미술계에서는 ‘한 작가를 구매자로서 지원하는 200명의 컬렉터만 있어도, 그 작가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200명을 유혹하기 위해 작가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 완성한 그림을 어떻게 세상에 내보여야 할까. 고흐는 왜 살아있을 때 인정받지 못했을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며 예측하기 어렵다.

       

       

       

      아트인사이트_에디터_윤선주.jpg

       

       

      윤선주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좋은 걸 좋다고 말하기 위해 씁니다.

      윤선주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여성의 결혼은 왜 비즈니스가 되었을까 - 제인 오스틴의 '설득' [도서/문학]
      2. 02 [Opinion] 에세이 왜 읽는지 모르겠다고요? - 편집자 이연실의 '에세이 만드는 법' [도서]
      3. 03 [Opinion] 관음은 어떻게 소설이 되는가 - 맨 끝줄 소년 [도서/문학]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