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프의 〈첫사랑은 기준이 되는 걸 너는 알까〉는 고백하지 못한 사랑의 서사이자, 끝내 완성되지 못한 감정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형태로 흔적을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노래다.
이 노래에서 첫사랑은 추억이 아니다.
이후의 사랑을 판단하게 만드는 기준이며,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나침반이다.
가사는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을 “스며든다”는 말로 표현한다.
어느 날 갑자기 분명해진 감정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은 감정이다. 그 감정은 화자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보다 “덩그러니 이곳에 남겨”둔다. 상대가 자신을 알아봐 주기 전까지, 화자는 그저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그는 “온 세상에서 제일 겁쟁이”가 됐다.
이는 사랑을 잃을까 하여 생긴 두려움이 아닌, 사랑을 들키지 않기 위해 생긴 두려움이다.
이 노래에서 반복되는 고백은 직설적이다. “참 오래 좋아했어 널 / 우리 이어지지 않아도”
이것은 엄연히 사랑의 지속 여부가 관계의 성립과 무관하다는 선언이다. 화자는 이미 이 사랑의 종착지를 알고 있다.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정을 놓지는 못한다. 상대는 “빛나는 아이”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존재다.
그저 하나의 대명사로 이 사랑의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설득력이 있다.
좋아하는 마음, 특히 첫사랑은 늘 그렇게 시작되기 때문이다.
“부르지 못한 노래 / 끝내지 못한 그림 / 건네지 못한 편지”라는 구절은 이 사랑의 상태를 가장 잘 보여준다.
이 사랑은 과정조차 미완성이다. 표현되지 않았고, 전달되지 않았으며,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미완의 것들 전부가 ‘너’였다고 말하는 순간, 이 사랑은 실패한 마음이 아닌 삶의 한 부분이 된다.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으로 남아, 우리를 끝까지 속이는 사랑이다.
중반부의 “쏟은 별사탕처럼 / 넌 잡을 수 없지만”이라는 비유는 첫사랑의 성질을 정확히 표현한다.
눈앞에 있지만 손에 쥘 수 없고, 반짝이지만 흩어져 버리는 존재. 그럼에도 화자는 “이미 널 위해서 뭐든 되고” 있었다고 말한다. 상대가 잡혀주지 않아도, 나는 이미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사랑은 전달되지 않았지만, 그 뒤에는 바뀐 내가 남았다.
이 노래의 심장은 결국 제목이자 후반부의 가사에 있다. “첫사랑은 기준이 되는 걸 너는 알까” 이 사랑은 최초의 나침반이자, 쉽게 거역할 수 없는 화살표이다. 화자는 “이제 너를 닮은 사람 찾게 될 걸”이라고 말한다.
첫사랑은 끝났지만, 그 감정의 형태는 남아 이후의 사랑을 규정한다. 누구를 만나도, 몇 명을 만나도, 그 사람 안에서 첫사랑의 그림자를 찾게 될 것이다.
화자는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그냥 모른다 해줘 / 비참해지기 전에”
그는 마지막까지 가능성을 이루려하지 않는다. 그저 감정을 그대로 보존하려 한다. 상대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이 사랑은 더 이상 혼자만의 것으로 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차라리 모른 채로, “예전처럼” 지나가 주길 바란다.
〈첫사랑은 기준이 되는 걸 너는 알까〉는 사랑의 성공담이 아니다. 이루어지지 않았고, 알아주지 않았으며, 끝내 혼자만의 이야기로 남은 사랑이다. 그러나 이런 사랑이 가장 예쁘게, 아름답게 남고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고, 이 노래는 그렇게 말한다.
첫사랑이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아니다. 이후의 사랑을 규정하는 최초의 나침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