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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Alpha Room, Alpha Time [공간]

잠시 ‘나’로 돌아오는 시간

by 손예주 에디터
2026.02.07 21:14

 

 

진짜 나, 가짜 나.

    

구분할 필요 없이 ‘회사 안의 나’도, ‘회사 밖의 나’도 모두 ‘나’이다. 그럼에도, 출근한 나와 퇴근한 나는, 연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뭇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가깝게 지내는 회사 동료에게 ‘지킬 앤 하이드’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회사에서는 효율적으로 판단하고, 맡은 책임을 묵묵히 다하고, 위계질서를 지키는 것을 중시하고, 또박또박 ‘다나까’를 쓰는 사람. 퇴근 후에는 문화예술을 좋아하고, 책과 음악 사이를 오가며 나를 탐색하는 사람. 두 모습 모두 '나'이다.

 

평일의 나는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9시간을 직장인으로 보낸다. 점심시간 중 40~50분만큼은 잠시 다른 호흡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 시간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간이 있다.


회사 건물 1분 거리, 맞은편 건물 지하에 있는 작은 문화공간, 알파룸(Alpha Room). 그곳은 나에게 Alpha Room이자 Alpha Time이다. 직장인과 개인 사이, 역할과 취향 사이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는 시간이며, 나는 그 공간에서 다시 나의 속도로 돌아온다. 알파룸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역할’이 아닌 ‘나’로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알파룸은 경제와 예술, 클래식과 에세이를 넘나드는 작은 서가이면서, LP를 고르고, 대나무 숲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


요즘의 공간들은 대개 친절하다. 무엇을 경험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말한다. 하지만 알파룸은 다르다. 말이 없고 과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 침묵이 오히려 편안하게 한다. 발견은 스스로의 몫이 되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보다 자신의 취향을 조용히 지키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처음 알파룸을 방문했을 때부터 반했지만, 몇 개월동안 평일 간 매일 다니다 보니 더 애정하게 되었고 이 공간을 소개하고 자랑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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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ha Room]

알파룸 : (사전적 의미) 아파트의 평면 설계도 상에서 남는 면적을 모아서 만든 자투리 공간을 말한다.

 

과천 한국인삼공사 건물(과천상상자이타워) 지하 1층에 복합문화시설이다. 알파룸 내부는 요가실, 요가용품을 파는 가게, 전시장, 1인 소파들,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여러 크기의 테이블들, 벽을 바라보고 있는 긴 테이블, LP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하나 같이 다 매력있어서 매일 다른 곳에 앉고 싶은 정도다. Book Box라고 명명하는 도서관은 크지 않지만 밀도가 있다. 경제와 예술, 클래식과 에세이를 넘나드는 책들이 선별되어 놓여 있다. 많지 않기에 오히려 더 신중해 보이고, 적당한 양의 책으로 무엇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마저 즐겁게 느껴진다.


LP를 고르면 직원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헤드셋을 건넨다. 대나무 숲을 바라보는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듣는 동안, 회사의 소음과 많이 멀어진다. 재즈/힙합/R&B 등 카테고리가 다양해서 그 날의 기분에 맞게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예술분야의 책들이 가판대 위에 표지가 보이도록 여러 권이 책장에 놓여있는데, 그 표지 자체가 예술 작품 같아서 쇼파를 둘러싼 그 책장이 책읽기에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그 공간에 있는 긴 쇼파들은 3개가 모두 다른 색과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데 모두 몇 십분 앉아있기에 편안하고 아래에 있는 카페트도 정말 매력있다.


그리고 전시 공간은 작지만 충분하다. 정확한 주기는 잘 모르지만 전시가 바뀌는데 공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전시에 흥미가 없더라도 잠시 들러 훑기 충분하고, 2월에 놓여진 전시작품들도 흥미를 끌기에 너무 충분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빛을 이용하기도 하고 전시에 맞는 컨셉으로 훌륭하게 전시가 열린다. 2월의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2월 전시]
그리드 작가의 전시 "COLOR OF GREED"가 26.02.02 ~ 02.28 동안 열린다. 이번 전시는 '욕망'이라는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단어를 조금은 유머 있게, 조금은 낯설게, 무엇보다 솔직하게 마주해 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했다고 한다. "I folded myself to fit in" 작품 설명에서 '세상에 맞추어 살고자 하는 인물은 자신의 몸을 규격에 맞춰 조심스럽게 접는다.'라고 적혀있다. 사람이 쓰레기통에 몸을 맞추어 접힌 채 반쯤 들어가있는 작품이다. 세상에 맞추어 살아가려고 애쓰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작품을 보면서 떠오르는 나의 모습들이 있었다. 전시 소개처럼 솔직하게 마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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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요가원이 있다. 처음 그 도서관에 간 날 샅샅이 구경하면서 요가원도 방문했었다. 요가원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요가원 특유의 진정되고 차분해지고 고요한 분위기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잠시 각자의 속도에 맞춰 몸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좋았지만, 몇 달 동안 평일마다 이곳을 찾으며 더 애정하게 되었다. 아주 큰 건물 지하에 자리한, Alpha의 부분으로 보이는 공간이 누군가의 기획과 취향으로 이렇게 단단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과천에는 과천대공원과 현대미술관처럼 과천에 올 충분히 큰 이유들이 있다. 그 사이에 알파룸이 하나 더 얹혀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검색해보니 이곳은 여러 지점을 둔 브랜드가 아니었다. 알파룸 이름처럼 건물 지하의 작은 한 부분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이 공간의 밀도가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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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여백이 하나의 장소가 되었듯, 하루의 여백도 하나의 ‘나’가 된다.

 

좋은 여백은 때로 중심보다 오래 남는다.


아마 이곳은,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아지트처럼 자리 잡을 것이다.

 

그리고 나와 같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행복한 여백’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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