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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예술가는 어디에 있을까 - 나의 사적인 예술가 [영화]

오래된 시집이 다시 펼쳐진 순간

by 정선민 에디터
2026.09.2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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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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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시집 한 권을 낸 뒤 오랫동안 뉴욕의 우체국 직원으로 살아온 에드. 어느 날 그의 앞에 젊은 시인 마이어스가 나타난다. 우연히 에드의 오래된 시집을 발견했다는 그는 에드를 ‘잊혀진 천재 시인’처럼 칭송하며 자신이 속한 예술가 모임으로 초대한다. 그렇게 과거 시인 시절의 자신을 거의 잊고 살아가던 에드는 뒤늦게 찾아온 찬사 속에서 다시 한번 ‘시인 에드’가 된다.

       

      에드를 환영하는 예술가 집단, '열정의 사회'는 극작가, 시인, 배우,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예술가 집단이다. 현대 대중문화를 비판하며 고전 예술 작품들을 찬양하는 이들의 모습은 얼핏보면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 모임 같기도 하다. 대부분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먹고사는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들은 세속적인 삶을 못마땅해하고, 숏폼과 소셜미디어에 빠진 세상을 비판하며 자신들은 그와 다른 예술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보다 보면 그 모습이 묘하게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현실적인 걱정에서는 한발 떨어져 있으면서 세속적인 삶을 쉽게 비판하고, 정작 자신들 역시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평판 하나에 들뜨거나 예민해진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예술만을 좇는 것처럼 말하지만, 결국 그들 역시 자신들이 비판하는 세상 안에서 인정받고 세속적인 권력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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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이 자신을 대단한 시인이라 추켜세우니 에드 역시 조금씩 들뜨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자신의 시를 알아봐 주고,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을 주목해주는 삶은 꽤나 즐거웠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에드도 점점 그 찬사에 익숙해지고, 자신이 마치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 오랫동안 곁에서 일상을 함께해온 친구들을 이전과 다르게 대하는 모습도 보인다. 한때 시인이었던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찾은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시를 쓰는 일보다 누군가에게 ‘예술가’로 인정받는 일에 더 마음이 들뜬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모습을 보다 보니 오히려 이 모임에서 가장 예술가처럼 느껴졌던 사람은 유일한 여성 멤버이자 배우인 글로리아였다. 모임의 구성원들은 영화 내내 글로리아를 은근히 무시하는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예술을 직접 보여주는 사람은 글로리아였다. 작은 바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마지막 발표회에서 긴 독백을 이어갈 때도 글로리아는 자신의 무대에 사람들이 몰입하게 만든다.

       

      예술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이 가볍게 바라보던 글로리아만큼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직접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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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후반부, 에드에게 향했던 찬사의 실체가 드러난다. 마이어스가 대단한 시인이라고 하니 함께 에드를 칭송했지만, 정작 그의 시를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없었다. 온갖 고전 시인들과 에드를 견주며 쏟아냈던 찬사들. 영화 초반 그렇게나 대단하게 들렸던 말들이 한순간에 공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에드는 잠시 들떴던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온다. 시끌벅적한 젊은이들과의 모임을 뒤로하고 고요한 우체국으로. 그리고 발표회에서 자신을 예술가로 치켜세워주던 화환을 친구에게 씌워주며 시를 읊는다. 오히려 친구와 장난을 치듯 시를 읊는 짧은 이 순간이, 앞서 예술가 모임에서 보았던 어떤 작품보다도 더 예술적으로 느껴졌다.

       

      어쩌면 그동안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느라, 정작 평범한 일상 속의 예술적인 순간들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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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사적인 예술가>를 보고 나니 결국 ‘예술가란 누구일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예술을 말하는 사람과 실제로 예술을 하는 사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그저 좋아서 무언가를 하는 마음. 그 사이를 오가는 인물들을 영화는 때론 유쾌하게, 때론 씁쓸하게 담았다.


      윌렘 대포와 그레타 리의 연기는 물론이고, 영화가 담아낸 오래된 가게와 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뉴욕의 풍경들도 인상적이다. 화려한 성공담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던 영화.

       

      예술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고 싶다면 <나의 사적인 예술가>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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