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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진지하고 고요히 음미하고 아껴야 할 존재다. 그럴때에야 비로소 책은 그 내면의 아름다움과 힘을 활짝 열어 보여준다.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같은 문학 작품으로 잘 알려진 작가 헤르만 헤세. 그는 위대한 문학가이면서 수많은 책을 읽은 다독가이자 책에 욕심이 많았던 장서가였다고 한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는 책과 문학에 대한 헤세의 에세이를 엮은 책으로,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고 즐겨왔는지 24편의 글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피상적으로 봐도 독서는 정신집중을 요하는 일인데, 정신을 '풀어놓으려고' 책을 읽는다는 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중략)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던 간에 온 힘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하물며 독서는 더욱 그러하니, 제대로 된 책이라면 언제나 복잡다단한 현상들의 단순화, 응축과 함축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p.13)
책의 첫 에세이 '독서에 대하여'는 독서에 대한 헤르만 헤세의 확고한 생각을 말해준다.
그는 독서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닌 정신집중과 몰입을 필요로 하는 활동임을 강조한다. 심지어 헤세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작가들에게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심드렁한 독자 수천보다는 단 열 명이라도 제대로 알아주는 독자들이 더 기쁘고 고맙다고까지 말한다.
그에게 독서란 단순히 읽는 행위를 넘어 더 깊은 이해와 통찰에 다다르고, 그러면서 독자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고 풍요롭게 만드는 적극적인 과정인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책을 읽어왔던 것을 떠올려보면 어떤 책들은 깊이 푹 빠져 읽기도 했지만 몇몇 책들은 책장을 넘기는데 급급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책을 읽을 때에는 제대로 몰입해 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글이었다.
자기 자신과 세상을 더 명확히 알아가고 체험의 힘을 고양하고 양심의 날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고 힘이 되는 한은, 문학창작을 계속하십시오. 그러면 장차 작가가 되건 안 되건 상관없이 당신은 맑은 눈으로 깨어있는 유용한 정신의 소유자가 될 것입니다. (p.71)
문학에 입문하는 작가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담은 '젊은 작가들에게 띄우는 편지'도 기억에 남는 글이었다. 헤세는 작가의 길은 고독과 좌절을 겪는 쉽지 많은 않은 과정이기에 진정한 작가로 성장하기 위해선 인내와 자기 탐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간문 형식으로 전하는 글에서 그는 모르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는 걸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스스로의 내면을 탐구하라는 메시지를 강한 어조로 전한다. 문학을 절대 수단으로 삼지 말고 항상 인간의 본질을 보려 노력하길 바라는 메시지는 작가 지망생들뿐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독자인 나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독서도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여서, 우리가 애정을 기울여 몰두할수록 점점 더 깊어지고 오래간다. 책을 대할 때는 친구나 연인을 대할 때처럼 각각의 고유성을 존중해주어야 하며, 그의 본성에 맞지않는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무분별하게 후닥닥 해치우듯 읽어서도 안 되며, 받아들이기 좋은 시간에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읽어야 한다. (p.210)
'책과의 교제'에서는 독서에 대한 헤세의 철학적 관점을 알 수 있었다. 헤세는 필독 도서 목록이나 규정된 하나의 독법으로 독서를 설명하기보단 수용성과 진솔함, 선입견 없는 태도를 강조한다. 우리 주변의 활자들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발췌된 문장의 출처가 궁금해 원문을 찾아 읽게 되고, 그러다가 저자와 교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헤세는 동화책, 학술서, 철학책, 에세이는 취향에 따른 차이일 뿐 절대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소위 전문가들이 선정한 최우수 도서 목록에 집중하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마음의 요구와 느낌을 따르라고 조언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목록만 살펴보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다음번에 서점에 가게 된다면 책장을 살펴보며 내 취향의 책을 발견하려 노력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세이들을 읽으며 책과 독서에 대한 헤르만 헤세의 성찰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이 단순한 지식들의 집합을 넘어, 삶에 깊이를 더하고 인간의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매개체임을 강조하는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의 많은 작품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느낄 수 있었다.
소설가 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를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