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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지는 순간 [도서]

이해할 수 없어서 더 궁금해지는 사람의 마음

by 강효정 에디터
2026.09.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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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이야기 하나가 잊고 살았던 기억과 감각을 일깨울 때가 있다.


      작가 김서해의 <라비우와 링과>는 그런 작품이었다. 단편소설이라 잠깐의 시간에도 한 사람의 이야기로 들어갈 수 있었고 책을 읽는 동안 오래전의 분위기와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표지에 적힌 문구를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내 외로움의 책임을 빠짐없이 묻고 싶어졌다.’


      문장을 읽자마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까 싶었다. 어떤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는지,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니 짜증이 났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주인공 주영의 소심하고 자기 비하적인 성격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순수한 사람이구나 싶다가도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람이 저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나? 왜 저러고 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자신의 외로움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할까.


      아마도 ‘그 외로움은 네가 스스로 느낀 거지, 내가 대신 어떻게 처리해 줄 수는 없어. 그러니 버텨봐. 참아.’라고 말할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꽤 매몰찬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감정을 대신 책임질 수는 없다.


      외로움도 결국 자신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덮고 나니 주영을 계속 생각하게 됐다.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왜 저런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사람을 만드는 수많은 것들


       

       

      P.108

      ‘이야기는 누군가의 과거를 교묘하게 바꾸고, 누군가의 미래를 가볍게 산책하면서. 이 시간 저 시간 왔다 갔다 하면서 여기저기 끼어들어 있다가 뚫린 가슴을 채워준다.’


      ‘남의 기억에 개입해서 새로운 주석을 달고 프레임을 살짝 건드리는 일, 이미 끝난 과거의 사건에서 새로운 인상을 추출하는 일. 이야기는 그런 일을 해낸다.’

       

       

      한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각자가 살아온 환경과 성격, 타고난 기질과 DNA, 경제적인 상황, 인간관계, 가치관과 경험까지 수많은 요소가 한 사람을 만든다. 같은 상황에 놓여도 사람마다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어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내가 살아온 방식과 상대방이 살아온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굳이 누군가를 이해하면서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매번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내가 지칠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은 참 이상하다.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대방의 엉뚱한 말과 행동을 마주하면 그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왜 저러는 걸까?’라는 질문이 생긴다.


      어쩌면 이해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과 다른지도 모른다.

       

      그 사람의 행동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게 된 이유를 궁금해하는 것. 내가 알지 못하는 삶의 배경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주영이 국제 교류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함께 놀러 가고, 공부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오히려 부러웠다.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아마 리더를 맡고 싶을 것 같다. 여러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직접 마주하고 싶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 분명 수많은 일이 생길 것이다.


      누군가는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할 것이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도 배우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그런 환경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도 무수히 많을 것 같다. 다른 문화와 언어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알게 될 테니까.


      <라비우와 링과>를 읽으며 나는 주영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그런데 그 감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알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완벽하게 이해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와 다른 사람을 보며 ‘왜 저렇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한 번쯤 그 질문을 멈추고 ‘무엇이 저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짧은 단편소설 하나가 잊고 있던 기억과 감각을 깨워준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도 내가 몰랐던 세상을 일깨워줄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가끔은 이해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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