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를 감응하게 만드는 좋은 글의 조건 [도서]

책 ‘글쓰기의 최전선’을 읽으며 떠오른 좋은 글에 대한 여러 생각들
글 입력 2022.12.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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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의 최종 목적은 감동이다.

그리고 진정한 감동은 신체가 바뀌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의 저자인 은유 작가는 글의 목적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글의 조건들을 함축하자면 ‘감동하고 감응할 수 있는 글’이다. 좋은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인만의 경험, 기억,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이야기를 통해 받은 느낌에 응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일상에서 맞닥뜨린 본인의 문제와 고민, 이야기들을 글에 투영시켜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도록 한다. 그리고 글은 이러한 감응의 과정을 통해 종국에는 위로와 깨달음을 전달함으로써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꾀하게 만드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감응은 곧 공감이고, 공감은 곧 위로와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글의 느낌을 따라 마음이 움직이면, 글 속의 대상 혹은 상황에 나 자신을 이입시킨다. 그 순간, 글 속의 감정이 오롯이 내 감정인 것처럼 다가오면서 글과 자신을 동시에 보듬고 위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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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정의 내리게 되는 곳이라면, 거기가 바로 삶의 최전선이다.”

 


삶의 최전선에서 쓰여진 모든 글은 우리를 감응하게 만든다. 얽히고설킨 고유의 생각, 의견, 상상을 정연히 정리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 우리를 감응하게 만들 수 있다.


글감은 사건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일상과 감정에 있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삶이 출근과 퇴근, 등교와 하교의 쳇바퀴 속에서 그저 반복되는 것 같지만, 사실 어느 누구도 타인과 매일 동일한 경험을 하고 동일한 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길거리에 만개한 벚꽃을 보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한없이 애틋해지고, 누군가는 그리운 이를 생각하며 우울에 잠기고, 누군가는 아무런 감흥 없이 그저 발걸음을 움직이기 바쁜 것처럼 말이다.


모든 개개인은 각자의 경험과 생각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고, 자신만이 온전히 자각할 수 있는 기쁨, 슬픔, 고통 등 다채로운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언어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특별하지 않고 사소하더라도 삶의 최전선에서 겪은 나만의 경험을 토대로 무엇을 느꼈는지, 그리고 삶의 의미는 무엇일지 솔직하게 고민을 써 내려간 글이라면 모두 가치 있는 좋은 글일 것이다. 남들이 겪어보지 않은 경험과 감정을 전달함으로써 타인을 새로운 세계에 초대해 감응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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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에 나를 밀어내던 시가

이듬해 겨울에 조금씩 스며들고 문장들이 마음에 감겨오면

그 기쁨은 무척 크다.”

 

 

‘글을 읽거나 기록하면 감정의 변화와 함께 삶의 변화가 찾아오기에 좋은 글은 나의 변화를 알려주는 척도이기도 하다’는 은유 작가의 말을 읽으며, 가장 좋아하는 글 중 하나인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 떠올랐다.


‘멜로가 체질’에 등장하는 이은정이라는 인물은 병으로 사망한 전 연인의 환각을 보는 일종의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인다. 사랑하는 연인이 더 이상 곁에 없다는 사실에 죽을 만큼 힘들어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곁을 항상 지켜주고 있는 주변 이들에 의해 위로를 받고 고통을 극복해 나간다.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때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그녀의 슬픔에 크게 집중했다. 반면, 두 번째로 시청했을 때는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주변 이들에게 고통을 털어놓자고 결심하며 극복의 의지를 보이는 그녀의 심리와 강인함에 더 크게 공감했다.


글을 읽는 때에 따라, 독자가 겪은 경험에 따라, 그리고 독자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과 느끼고 있는 감정에 따라 글을 받아들이는 양상이 크게 달라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좋은 글은 나도 모르던 내 변화를 알려주는 척도이다. 글을 통해 변화를 자각하고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게 되면서, 동시에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으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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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적 해석에 저항하는 글을 재미있게 쓰자.”

 


그렇다면 도대체 좋은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 좋은 글은 남들과는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한 대상을 향해 집중하는 힘으로부터 나온다.


은유 작가는 관습적 해석에 저항하는 글쓰기에 대해 말하며, 기형인을 영감의 원천과 존경의 대상으로 여겼던 사진작가 '디앤 아버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디앤 아버스의 이야기를 접하며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다름 아닌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였다.


이 드라마는 마음의 병을 외면하기 일쑤인 우리들이 사랑하는 이들과 관계를 발전시키며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불안장애와 관계 기피증, 투렛 증후군, 조현병 환자들을 정상성과 거리가 먼 이들로 여긴 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들이 갖고 있는 내면의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그들의 모습에 우리 모두를 투영한다.


웃고 울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에 감응하고, 마침내 그들을 위로하며 사랑할 수 있게 만든다.


디앤 아버스의 사진, 그리고 ‘괜찮아, 사랑이야’처럼 타인들과 다른 시각에 서서 다양한 이들이 겪는 아픔 혹은 사랑 등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삶의 외면이 아닌 내면과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가 담긴 것이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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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글을 낳고 글은 삶을 돌본다.”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속 깊이 가서 닿을 수 있는 글. 다양한 이들의 경험과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여러 삶의 이력을 바라보고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과 상처를 마주하게 만들 수 있는 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것의 이면에 집중하도록 하는 글.


이러한 글이 우리를 감응하게 만든다. 타인을 감응시킬 뿐만 아니라 그 글을 쓴 필자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좋은 글은 외면하고 있던 고통을 마주함으로써 스스로를 인정하고 치유하게 만들고, 낯선 이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나 자신과 타인의 삶을 보듬고 사랑하도록 한다.


‘이 글을 통해 나에게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린 후에 쓰인 글이라면 모두 좋은 글이자 가치 있는 글일 것이라고 확신해 본다. 삶과 글에 대한 고민은 감응을 불러일으키고, 감응은 공감과 위로를 불러일으키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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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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