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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당신] 좋아하는 일을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서간문]

나에게, 당신에게, 우리에게

by 박지영 에디터
2026.08.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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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일을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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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에게,


    요즘 저는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까지. 돌이켜보면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살아온 시간은 결국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삶’을 꾸려 나갈 것인지 고르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이제야 조금 더 깊이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는 아닐 거라고, 조금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일이란 뭘까요.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일을 하지 않고서는 경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숨을 쉬는 순간부터 멎는 순간까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돈과 경제에 묶여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돈을 벌면서 동시에 삶의 행복까지 얻을 수 있다고요. 그런데 저는 그 말에 한 가지 딴지를 걸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만으로는 부족한 게 아닐까요. 어쩌면 ‘사랑하는 일’을 해야만 그 둘을 함께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저에게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조금 다른 말입니다. 좋아한다는 말에는 말 그대로 호(好)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마음이 가고, 즐겁고, 곁에 두고 싶은 감정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그것보다 조금 더 복잡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에는 애증(愛憎)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미워하고, 지긋지긋해하고, 멀어지고 싶어 하면서도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는 마음이 있는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야 제가 일을 대하는 마음 역시 애증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을 때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나도 드디어 내가 꿈꾸던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싶었습니다. 이제 일의 영역이 해결됐으니 나머지 영역인 삶을 잘 꾸려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던 것들에 조금씩 증(憎)의 마음이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즐거워서 시작한 일을 피하고 싶어졌고, 좋아하던 것을 바라보는 일조차 버거운 날이 생겼습니다. 그때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왜 나는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고도 그것과 더 멀어지고 싶어지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무서웠던 것은 일이 싫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가 원래 좋아했던 것들까지 싫어질 것 같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현실을 직시하게 됐습니다. 저는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았으니 자연스럽게 두 영역의 경계도 사라졌습니다. 일을 잘하지 못한 날, 생각대로 꾸려지지 않는 날에는 삶 전체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고, 일에서 받은 평가가 곧 저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처럼 다가왔습니다. 휴일에도 좋아하는 것을 하며 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것을 일로 옮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좋아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음만으로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 적어도 환경적으로라도 둘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 와버렸습니다. 한참을 미뤄두었던 결심을 내려버렸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저는 누구보다 삶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도 크지만, 그것보다 저와 제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떤 순간에서도 1순위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꿈꿔왔던 삶을 살기 위해 시작해 놓고 소중한 삶의 많은 부분을 내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좋아하는 일을 반드시 직업으로 삼아야만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좋아하는 것을 오래 좋아하기 위해서 오히려 그것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선택하든 그것이 내 삶의 전부가 되게 두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란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그동안의 시간을 후회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그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제가 무엇을 견딜 수 있고, 무엇을 어려워하는 사람인지 알게 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삶’과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아마 저는 앞으로도 일을 사랑하고 싶을 겁니다. 다만 이제 제가 생각하는 일은 이전과는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저는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오래 좋아하는 방법을 다시 찾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이 삶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삶이 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여전히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다만 이제는 둘 중 어느 하나가 언제나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일에 마음을 다해야 할 때가 있고, 일을 잠시 내려놓고 제 삶을 먼저 돌봐야 할 때도 있을 테니까요.


    언젠가의 제가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그때 무엇을 먼저 두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지금의 마음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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