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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우리는 모두 미생 - 미생 [드라마]

삶은 결국 다음 수를 고민하는 일

by 이수민 에디터
2026.08.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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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은 프로 바둑기사를 꿈꿨지만 끝내 그 길을 포기한 장그래가 종합상사에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학벌도, 경력도, 특별한 능력도 없었던 장그래에게 회사는 모든 것이 낯선 공간이었다.


『미생』은 장그래 한 사람만의 성공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 오상식 등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함께 보여준다. 누군가는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버티며, 또 누군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고민한다.


『미생』에서 '미생'이라는 말은 아직 자신의 삶이 완성되지 않은, 완생을 위해 나아가는 모든 사람의 미생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바둑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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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에서 바둑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장그래는 바둑을 통해 한 수 앞을 생각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때로는 자신의 수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회사라는 바둑판에서는 바둑처럼 정해진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준비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고, 내가 옳다고 생각한 선택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안영이는 자신의 실력보다 성별을 먼저 평가받는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했고, 장백기는 좋은 학벌과 능력을 갖추고도 자신이 생각했던 회사의 모습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린다. 한석율 역시 밝고 능청스러운 모습 뒤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회사에 적응해간다.


각자의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이들이 목표하고 놓여있는 자리는 같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짐을 나눠 든다는 것


 

 

 

장그래와 장백기의 관계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조금씩 달라진다.


처음 장백기는 낙하산으로 들어온 장그래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자신과 같은 신입사원이지만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생각했고, 장그래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두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 함께 짐을 나눠 드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두 사람을 한 화면 안에 겹쳐 보여주던 구도가, 카메라가 서서히 옆으로 이동하면서 두 사람이 각자의 짐을 나눠 들고 있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두 사람이 짐을 하나씩 나누어 든 장면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면을 앞선 두 사람의 관계와 함께 바라보면 조금 다른 의미가 생긴다. 처음에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던 두 사람이, 이제는 같은 무게를 나누어 들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는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대사로 직접 설명하지 않는대신 화면의 구도와 움직임을 통해 관계가 조금씩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의 책임, 서로가 감당해야 할 무게, 그리고 조금씩 쌓여온 신뢰까지. 두 사람이 짐을 나누어 드는 모습은 결국 동료가 된다는 것이 상대의 무게를 함께 들어주는 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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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이라는 제목은 바둑에서 완전히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완생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그래는 처음부터 능력 있는 직장인이 아니었다. 실수했고, 무시당했고,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갔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삶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학벌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자신의 미래가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순간을 만나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미생


 

『미생』이 직장인의 현실을 보여주는 드라마에서 그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에 다니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바둑판 위에 놓여 있다. 학교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순간에,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매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보다 늦게 시작한 것 같고,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미생』은 그 불완전함을 실패라고 말하지 않는다.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수를 둘 수 있고,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완벽한 수를 두는 일이 아니라, 내가 놓은 수의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다시 다음 수를 고민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아직 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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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을 보면서 드라마 속 장그래의 모습과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겹쳐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새로운 환경에서는 누구나 서툴고 부족한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일을 하면서 제가 잘하고 있는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고민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생』을 통해 완벽한 모습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부족한 상태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순간에 정답을 알고 선택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전과는 다른 곳에 서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완생으로 나아가는 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부족함이 완성되지 못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툴더라도 제 자리에서 계속 다음 수를 두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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