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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머무른 자리] 죄를 만들어낸 인간에게 천벌을 내리나니

잃어버린 이름에 대한 책망

by 손가인 에디터
2026.09.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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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식 캘리.jpg

       

       

      恨みは朽ちず 祈りも絶えず

      人が神を生むというなら

      名を消した口 今は名を呼び

      鬼と恐れし 我に手を合わす


      원한은 썩어 없어지지 아니하고,

      기도 또한 끊일 날이 없었더라.

      인간이 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내 이름을 세상에서 지워버리던 그 입으로

      이제는 도리어 내 이름을 부르고,

      귀신이라 여기어 두려워하던 나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빌고, 또 비는구나.


      ik wav, <일식(日蝕)> 中



      일식 캘리22.jpg

       illust by 아현(雅玄)

       

       

      AI가 많이 발전했다. 실감나는 역사 영상도 AI를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렇지만 역시 아직은 좀 AI가 낯선 어느 날, 흥미로운 제목의 영상을 마주쳤다. '그것'이 자신을 신이라 부른다면, 부디 부정하지 마십시오. 동양풍의 분위기와 그림 속 주인공의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분명한 서사성이 느껴졌다. 원래부터 서사성이 강한 노래가 취향이었다. 한 번 듣다보니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댓글에서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언급했지만, 무협지의 천마가 생각나는 노래였다. 정파가 주인공인 작품에서 마교는 보통 악으로 묘사되지만, 천마나 마교도가 주인공인 경우, 마교는 세상에게 먼저 버림받은 이들이 복수나 원한을 풀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웹소설이자 웹툰 22층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세상에 버려진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교.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천마는 세상을 향한 한을 품은 인물이다. 그렇잖아도 최근 웹툰이 시즌5로 컴백한 덕분에 여러모로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노래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상 속의 주인공 역시 죄를 지은 적 없음에도 누명을 써서 쫓겨나고 이름을 잃는다. 그렇게 세상에서 버려졌던 그는 끝내 죽음에서 돌아와 자신을 모함한 이들에게 벌을 내리고 자신을 방관한 세상을 오시한다.

       

      서사성이 짙은 노래를 듣다보면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기어나오곤 한다. 내 역량과는 별개로, 마음은 음율 사이를 어린애처럼 뛰어다니며 신이 나고, 그 심정을 좀처럼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하염없이 노래만 돌려듣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제는 AI로 만든 노래와 영상 또한 나의 덕질과 상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좋아하는 분위기의 음악을 찾아서 설레고, 동시에 AI가 어디까지 성장할까 조금 무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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