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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4월이 되면 그녀는 - 환절기의 인간은 괴롭다 [영화]

환절기의 인간은 괴롭다

by 김상준 에디터
2026.08.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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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나 싶으면 하고 해도 되나 싶으면 하지 마라. 입대 전 아버지가 해주셨던 이 한 줄의 조언은 세상만사에 대체로 들어맞는다. 해야 하나 망설이다 놓쳐버린 기회는 두 번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으니 당장 움직여야 한다. 인간이라는 종과 그 사회에 적용해 보자. 좋아하는 사람과 말이라도 붙여볼 수 있었던 기회를 고민만 하다 놓쳐버리면 그 사람과의 인연은 영원히 사라진다. 고민할 시간에 일단 말이라도 한마디 걸어보고, 나가볼지 망설일 시간에 두 다리부터 움직이는 게 정답이다. 저지르고 실패하면 경험이지만 어물쩍거리다 사라지면 후회만 남는다.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은 대학교 시절 필름 동아리 멤버였다. 졸업 후 의사가 되어 다른 선생님의 환자였던 여성과 결혼을 준비하던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사라졌다. 그는 사라진 아내를 찾아다니고 그 과정에서 대학 시절 사랑했던 동아리 후배의 흔적들을 마주한다. 필름 카메라와 사진이라는 주제로 풀어내는 과거의 시간, 아내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들리는 그녀가 일했던 동물원, 그녀의 동생과의 만남, 그리고 후배와 아내가 함께 일했던 요양 병원까지 이어지는 모든 시간은 서로 다른 형태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망설임은 후회만 남기고 그 망설임의 시간을 머금은 사진은 추억이 아닌 쌓여온 후회를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독이다.

 

 

"어쨋든 인물 초상은 안 찍어. 사람 얼굴을 정면에서 잘 못 보기도 하고, 남을 깊이 알고 싶지도 않고" - 00:16:28


 

사진을 한 번도 안 찍어본 사람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사람들이 카메라는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일상처럼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는 목적이야 찍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지금, 이 순간을 남겨두고 싶다는 것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을 남겨 몇 번이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주인공이 사랑했던 후배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딸을 향한 뒤틀린 사랑으로 그녀의 지금, 이 순간을 남기고자 사진을 찍는다. 반대로 주인공이 인물 사진을 찍지 않는 것 또한 비슷한 이유다. 그 사람의 사진을 보면서 그 사람과 함께 머물렀던 순간이 남긴 후회를 마주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작은 용기로 한 걸음 내디뎌 남긴 사진은 추억을 안겨주지만, 그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해 남긴 사진은 집착과 후회를 가져온다.


주인공이 후배가 자신에게 남긴 사진을 바라보며 떠올린 시간도 미련이다. 인물 사진을 찍지 않았던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사람을 제대로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자신이 남겨놓은 후회들이 만드는 미련이다. 약혼녀의 동생이 정말로 언니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한다. 그녀가 일하던 동물원을 찾아가 돌아보고, 그녀가 있을 법한 곳들을 모두 돌아보고 나서야 기린과 그는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마침내 바닷가에서 약혼녀를 발견하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그는 모든 것을 토해낸다. 그렇게 바다의 파도에 휩쓸려가고 그들은 서로를 제대로 마주한다.

 

 

"어쩔 수 없이 오늘의 사랑은 내일의 사랑으로 변해 가요. 그럼에도 사랑을 소중히 포개어 나가고 그 순간을 공유한 두 사람이라면 변해가는 것들을 품고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 01:39:43

 

 

4월은 환절기다. 봄은 서서히 옅어지고 여름은 조심스레 머리를 들이민다. 두 계절이 애매하게 겹치는 미묘한 것이 시기에는 대체로 다들 아프다. 피부가 뒤집어지는 사람도 있고, 비염에 코가 막혀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꽃가루 알레르기에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원래 애매하게 중간에 끼어있는 것들이 고통스럽다. 바뀌려고는 하는데 아직 완전히 바뀌지는 않은 어정쩡한 시기라 사람도 계절도 괴롭다. 환절기를 맞이하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들어 온 정체성과 새롭게 만들어지려는 정체성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기 바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데 그 방법은 또 알려주지 않는다. 나름의 방법을 추천하자면, 어차피 변할 것만은 분명하니 받아들이는 것이다. 애써 부정하고 망설이다 후회의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는 추억의 사진을 남기는 게 낫다. 아마 그 사진에서는 재채기 냄새보다 꽃냄새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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