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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우동 한 그릇 [음식]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

by 황수빈 에디터
2026.10.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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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슬슬 쌀쌀해질 때쯤, 코끝이 찡해지고 괜히 마른 기침이 날 때면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이 생각난다.

           

      대단히 근사한 요리는 아니지만, 굵고 부들거리는 하얀 면에 가쓰오부시 맛이 진하게 나는 뜨거운 국물 한 입이면 추운 날들도 한가득 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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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을 읽고 나면 머지않아 꼭 우동을 먹으러 가곤 했다.

       

      이 책을 반복해서 읽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이야기는 1972년부터 매년 섣달그믐날 밤, '북해정'이라는 음식점에 한 어머니와 두 아들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세 사람은 항상 우동 한 그릇만을 시켜 나눠 먹었고, 이들의 사정을 눈치챈 사장님은 매번 조용히 면을 반 덩이에서 한 덩이씩 더 넣어주곤 했다.

       

      어린 마음에도 음식이라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온기를 전하고 희망을 줄 수도 있다는 걸 그때 배웠다.

       

       

      '셋이서 한 그릇밖에 시키지 못했는데도 우동집 아저씨와 아줌마는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큰소리로 말해주신 일. 그 목소리는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요'

       

       

      한때 아주 추운 겨울날, 3주 정도를 고시원에 살아야 했던 적이 있다.

       

      고시원 생활은 처음이기도 하고 요령도 없어서 밥을 제대로 해 먹지 못했다. 오랜 기간 쓰지 않아 굳어 있는 주방 기물들과, 팔을 펼치면 벽끼리 손이 닿을 것 같던 그 좁은 곳에서 그럭저럭 적응을 해나갔다. 뭔가 거창하게 만들어 먹을 수도 없고 매번 사 먹기에도 부담이 컸던지라, 점점 몸과 마음이 헛헛해져 갈 때쯤 우동이 떠올랐다.

       

      다행히 작은 냄비 하나는 있었기에 우동 8개를 사 두고 마음이 추울 때마다 끓여 먹었다. 그냥 다 넣고 3분만 끓이면 건더기 하나 남지 않는 따끈한 우동이 완성됐다.

       

      밖에서 내뱉은 하얀 입김은 어느새 우동의 뽀얀 김이 되어 모락모락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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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먹고 힘을 내어 버텨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살다 보면 생각만큼 안 되는 일도 참 많은 것 같다. 누구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혼자만의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오히려 마음의 허기가 진다. 그럴 땐 담담하게 우동 한 그릇을 먹으면서 내 안의 눈 내린 마음을 녹여본다.

       

      결국 또 봄이 오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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