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많은 선택지 중 당신이 택할 하루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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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타임>에서 종종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이미 지나가버렸을 때, 시간을 되돌려 다시 그 장면을 '완벽하게' 만드는 남자 주인공. 너무도 탐나는 능력이다.
동물과 달리 인간이기에 가지는 감정 중 하나는 바로 후회이다. 인간은 늘, 우리는 늘 후회를 하며 살아간다. 그때 그 시기에, 나도 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시간을 돌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영화를 본 사람이면 누구든 그런 비현실적인 능력을 한 번쯤은 탐냈을 법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삶은 영화가 아니다. 물론 영화처럼 희극과 비극, 행복과 슬픔 같은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ng가 났다고 해서 다시 같은 장면을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야기에 흠집이 나면 난 채로, 개연성이 없으면 없는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맞다. <어바웃타임>은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인생 영화'로 꼽는다. 그 이유는 영화가 비현실적으로 스펙터클 해서도, 화려한 액션 장면이 있어서도 아닌,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역설적이다. 주인공이 가진 능력은 터무니없고 우리 일상에서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인데, 그런 능력을 가진 주인공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관객이 깊게 공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과연 <어바웃타임>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길래,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회자되고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보며 필자에게 딱 꽂힌 장면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주인공이 이미 한번 보낸 하루를 똑같이 반복하기 위해 능력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미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 능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같은 날을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 다시 과거로 되돌아간다.
피곤하고, 시간에 쫓기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지 못하는 첫 번째 일상 후에 놓이는 두 번째 일상은, 같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다르다. 명확히 다르다. 주인공은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순간순간 자신이 마주하는 일들에 온전히 반응한다. 작은 것에 미소 짓고, 기뻐하며 진심으로 하루를 만끽한다.
분명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그가 보낸 하루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 장면으로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인간은 결코 후회되는 일을 되돌릴 수 없다. 당연하다. 시간을 '뒤로 가기' 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지나 보내는 하루하루는 다시 우리에게로 오지 못한다. 그저 흘려보낼 뿐이다.
오늘 필자가 보낸 하루에는 습한 공기와 산뜻한 풀내음, 함께 재잘거리던 친구의 웃음소리가 머물렀다. 그리고 그렇게 오늘 머문 모든 것들은 나에게로 오자 마자 이내 과거 뒤편으로 사라져 버린다.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던 듯이 말이다.
영화 한 편을 반복 재생하듯 오늘의 여운을 두 번 세 번, 다시 시청할 수 있다면 내가 모르고 스쳐 지나간 다른 것들도 볼 수 있을 텐데, 그럴 수 없다. 오늘의 나에게는 습한 공기와 산뜻한 풀내음, 함께 재잘거리던 친구의 웃음소리 말고도 다른 많은 것들이 머물다 갔을 텐데, 그것들을 다시 발견할 수는 없다.
영화는, 주인공이 하루를 두 번 살아감으로써 바뀐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말한다.
"우리에게 주인공이 가진 이런 대단한 능력은 없지만, 사실 우리 이미 알고 있잖아. 어떤 삶이 더 행복할지. 그냥 이렇게 한번 살아보는 건 어때? 네가 오늘 살게 될 하루를 마치 두 번째로 사는 것처럼. 좀 더 여유롭게."라고.
지금 스쳐 지나가면 다시 만날 수 없을 일상을 다시 살피는 것. 과거를 후회하며, 혹은 미래를 걱정하며 놓치고 있을 '현재'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영화는 그러한 삶의 태도를 우리에게 제안하며 살며시 말을 건네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어바웃타임>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자칫 모르고 지나쳤을 수 있는 작은 것들을 발견하여 미소 짓게 만들어줄 수 있는, 고마운 영화이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맞이하게 된 하루를 지나가는지도 모른 채 시간을 보낼지, 마치 두 번째로 같은 하루를 맞이한 듯 삶의 구석구석에 시선을 둘진 이제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오늘, 당신의 시선에 무엇을 담을지 지금 한번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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