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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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대화하던 중, 정신과 의사 필 스터츠의 스마트폰 알람이 울린다. 스터츠는 말을 멈추고, 네모난 통을 꺼내 그 안에 든 약을 복용한다.
같은 약을 하루에 5번이나 먹어야 한다는 처방은 떠올리기조차 귀찮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스터츠에게는 모든 한 번 한 번이 중요했다.
영화는 스터츠의 질환을, 불편함 때문에 뒤척이는 것과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환자이자 이 영화의 감독, 조나 힐을 바라보는 스터츠의 시선만큼은 곧고 뚜렷했다.
어린 나이에 동생을 잃은, 그리고 젊은 시절에 성공을 거두었지만 외부의 맹공세로 인해 마음앓이를 한 조나 힐의 상담자가 되어준 스터츠. 그가 말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 궁금해 이 영화를 선택했다.
툴 - 삶의 원동력
도구를 만들고 또 이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사람은 동물과 다르다고들 말한다. 실제로 인간은 진화할 때마다 만드는 도구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다. 스터츠 역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귀중한 도구- ‘툴’에 대해 알려준다.
다만 이 툴은 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머리와 마음가짐으로 만드는 도구이다. 삶의 원동력이라고도 불리는 이 툴은 매우 귀중한 자원을 제공한다. 바로 마음의 건강이다.
스터츠는 삶의 원동력을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육체. 두 번째는 타인.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나 자신과의 관계이다.
육체는 말 그대로 신체 건강을 뜻했다. 운동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잠을 잘 자는 것. 사소하지만 삶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나 자신을 대접하는 행위들. 스터츠는 이것만 꾸준히 지켜도 문제의 85% 이상이 해결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인간관계는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손잡이에 비유됐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는 문과도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비유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동기부여를 얻을 때도 있었고, 역으로 타인과 대화하며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깨달을 때도 많았다.
나 자신과의 관계는 삶의 원동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소개됐다. 스터츠는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행동으로 글쓰기를 추천했다. 유려한 글솜씨가 없어도, 글씨가 정갈하지 않아도 일단 써 보기를 강조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나 안에 있는 무의식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파트 X - 비판하는 자아
선역이 있으면 악역도 있는 것처럼, 툴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우리의 정신 건강에 해로운 요소도 존재한다. 스터츠는 그것을 파트 X라고 부른다. X 표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인 이미지다. 금지의 의미, 정체의 의미가 강하다.
이와 비슷하게, 여기서의 파트 X는 비판하는 자아를 뜻한다. 비판하는 자아는 나 자신의 발전을 막는 장애물이자, 모든 인간의 원초적 공포이기도 하다. 스터츠는 툴을 활용해 이에 맞춰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스터츠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파트 X의 영향을 받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스터츠는 그가 9살이었을 때 고작 3살이었던 동생을 병으로 잃었다. 당연히 이 일은 스터츠의 부모님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스터츠가 조금이라도 늦게 귀가할 때면 그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더욱 안타깝게도, 스터츠의 부모님은 무신론자였으며 심적으로 기댈 곳이 없었다. 모든 부담은 어른들의 고민을 들어 줄 정도로 조숙했던 어린 스터츠에게 쏟아졌다. 이때 스터츠는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말을 회상한다.
‘우리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겠지만, 네가 의사가 되지 못한다면 너를 존경할 수는 없을 것 같구나.’
이러한 부담감을 안고도 스터츠는 정신과 의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 그리고 동생의 죽음이 가져온 여파로 스터츠는 자신이 가진 X와 싸워야 했다.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의사가 됐지만, 환자를 진료하면서 마음이 무뎌지는 스스로의 모습과 마주한 것이다.
X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 그림자와 스냅샷
스터츠의 환자, 힐 역시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힐은 두 개의 상반되는 X를 겪어본 바 있다. 하나는 그림자고, 다른 하나는 스냅샷이다.
그림자는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가장 어두웠던 순간을 뜻한다. 힐에게는 그것이 자신의 십대 시절이었다. 자신의 모습을 ‘뚱뚱하고, 여드름이 가득했던 소년’으로 묘사한 힐은, 소아비만이 자신의 자존감과 자신감에 악영향을 주었다고 밝혔다.
반대로 스냅샷은 빛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빛나는 순간이라고 해서 그것이 영원하거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냅샷은 한순간의 사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덧없기까지 하다.
힐 역시, 자신은 30대에 할리우드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몸매 관리에도 성공했지만 그것은 잠시간의 만족감만을 가져다줄 뿐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오히려 자신이 과거에 뚱뚱했던 것을 빌미로, 공격적인 기사를 낸 언론 때문에 더 상처받고 만 것이다.
이에 스터츠는 힐에게, 치유하기 위해서는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함을 알린다. 과거의 상처를 성공으로 덮을 수는 없다. 그 둘은 별개의 것으로, 과거의 상처를 직면해야만 진정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
래서 힐은 그림자를 밀어내는 대신 포용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는 자신 안의 그림자에게 존재를 밀어내려고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림자 시설의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을 물어본다.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듬어주는 그의 모습은 진정한 어른처럼 느껴졌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이야기하자
해당 영화를 보며 인상 깊었던 것은, 감독인 힐이 중간중간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진작 개인사를 털어놓은 그이지만, 그는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영화가 완성될 수나 있을까와 같은 의문을 촬영 내내 품어왔지만, 이러한 연약함을 숨기며 연약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 순 없었다고 밝힌다.
본 영화는 원동력이란 연약함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연약함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의 중요성. 힐의 입장에서는, 만일 그가 이 영화를 완벽하게 촬영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그들이 행하려는 일과 모순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쓰고 있던 가발까지 까뒤집으며 자신의 진짜 머리스타일을 보여준 힐, 온몸과 마음을 다한 그의 포부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서야 보여줄 수 있는 게 있다는 메시지. 나 역시 나 자신의 치부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안세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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