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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나의 플레이리스트 : Official髭男dism - 완성형 밴드를 만난 순간 [음악]

닿을 수 없는 곳을 보여준 밴드

by 이호준 에디터
2026.06.29 19:17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J-POP 밴드는 ‘오피셜히게단디즘 (Official髭男dism)’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한동안 쇼츠 플랫폼 영상을 휩쓴 그들의 대표곡 ‘Pretender’는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이 곡은 나에게 있어서 조금은 특별한 곡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겐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밴드 동아리가 있다. 밴드 동아리는 매년 2월 공연을 하는데, 한동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공연을 하지 못했었다.

 

 

Official髭男dism 'Pretender'

 

 

이후 정말 오랜만에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Pretender’는 당시 우리 팀의 셋리스트 중 하나였다. 나는 밴드에서 건반 포지션을 맡고 있는데, 다른 포지션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곡의 건반은 정말 어려웠다. 프리코러스의 변주 진행 코드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건반 독주로 마무리되는 아웃트로가 내겐 정말 지옥이었다.


곡의 내용은 짝사랑을 포기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서사를 갖고 있는 곡의 아웃트로를 건반 독주로 해야 하다 보니, 무엇보다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피아노 의자 앞에 앉아 하루 종일 메트로놈을 켜놓고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공연은 무사히 잘 끝났고, 이후 이 곡이 각종 플랫폼에 소개되며 히게단의 인기가 점차 높아졌다. 이에 나도 그들의 음악을 조금씩 들어보았다. 음원 사이트에 히게단을 검색했을 때 첫 번째 곡이 ‘Pretender’였고, 다음 곡은 ‘Cry Baby’였다. 인트로부터 웅장한 긴장감이 맴돌며 마치 무협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이후 보컬과 함께 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때부터 나는 적지 않은 당황을 했다.

 

 

Official髭男dism 'Cry Baby'

 

 

첫 파트치곤 다소 높은 보컬 라인도, 각 악기 파트의 연주 실력이야 워낙 그들의 음악적 기교가 뛰어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대중음악에서 보기 드문 코드 진행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리듬, 그런데 이것이 한데 모여 편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원래 나는 어릴 적부터 음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보니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렇게 현실을 인지하고 음악가의 꿈을 포기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함께 음악을 하던 동료들이 그 꿈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일찍 포기하지 않았나 싶은 미련이 있었다.


그런데 히게단의 ‘Cry Baby’는 내 마음속 남아있던 일말의 미련조차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게 된 곡이다. ‘Cry Baby’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이러한 곡은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중음악이라는 개념이 생긴 지 100여 년이 된 지금, 웬만한 음악적 기교는 세상에 이미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히게단의 음악은 그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기교였다.


그렇다고 해서 히게단이 내게 좌절만 안겨준 밴드는 아니다. 비록 음악가가 되겠다는 꿈은 말끔히 포기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즐겨 부르고, 새로운 곡들을 들을 때마다 감탄하고, 좋은 음악들을 글로 쓰며 함께 나누는 순간들을 즐긴다.


히게단의 음악은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을 보여준 동시에, 음악이라는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 존재였다.

 

지금도 히게단의 음악을 들을 때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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