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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삶은 계속된다 -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

후회라는 그림자 곁에 여전히 계속되는 삶에 대하여

by 오금미 에디터
2026.09.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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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Still Life with Romorse』. 직역하면 '후회의 정물화'일 테지만, 'Still Life'라는 두 단어를 살며시 떼어본다.

       

      정지된 사물을 그리는 정물화라는 의미 뒤로, '후회와 함께 여전히 이어지는 삶'이라는 문장이 들려온다. 일흔이 넘은 작가 마이라 칼만이 51점의 정물화로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어떻게 회한과 함께 살아가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후회를 창조를 일으키는 힘으로 바꿀 수 있을까?"

       

      쨍하고 뚜렷한 색감의 그림 옆에 놓은 시 같은 글은 예술가들의 생애를, 작가 개인의 기억과 가족사를 은연중에 내비친다. 선명한 색채의 조화 속에서도 곳곳에 병색이 짙거나 죽음을 앞둔 인간의 그림자가 깔려 있다. 얼핏 밝은 화폭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 음울한 감정은, 애증의 가족관계를 거쳐본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감정을 건드린다.

       

      가족이란 복잡한 존재다. 사랑하기에 참고 인내하지만 때로는 종속적인 관계가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져 벗어나고 싶어지기도 한다. '나'라는 개인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결국 죽음 앞에서 지나버린 시간의 길목을 떠올린다. 그 속에서 인간은 상종도 못할 최악의 관계가 아닌 이상 후회라는 감정을 꺼내 들고야 만다.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었던 순간,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마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책망과 죄책감. 칼만은 그 거칠고 무거운 감정을 후회(Romorse)라는 이름으로 담담하게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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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모든 이가 실패했다.

      모든 것이 부서졌다.

      모든 이가 슬프다.

      모든 이가 우울하다.

      모든 이가 절망적이다.

      모든 이가 자포자기했다.

      모든 이가 무력감에 휩싸여 있다.

      두터운 무력감의 장막이

      지구상의 모든 이를 덮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120~121)

       

       

      절망 끝에 불는 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을 막 넘은 나조차 지나온 이십 대의 돌풍이 돌연 이해되기 시작하는데, 일흔의 작가가 바라보는 저물어가는 삶의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그녀는 모든 것이 부서진 무대 위에서도 "모든 이가 삶을 살아가고, 절망을 재고하며, 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라고 말한다.

       

      삶의 진중한 질문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두터운 무력감의 장막을 걷어내는 건, 대단한 철학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행위들이다. 칼만의 말처럼 때로는 지금은 말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저 노래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걷는 것, 나무들을 바라보는 것, 개들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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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rk in Life, Spring in here, The Birds are singing.

      삶은 어둡고, 봄이 여기 와 있고, 새들은 노래한다.

       

       

      그녀의 정물화는 단순히 멈춰 있는 기록이 아니다. 지나온 삶의 후회와 회한을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끌어안은 채, 다시 오늘을 살아내게 하는 기도다.

       

      삶이 비록 어둠으로 가득할지라도 내 방 안의 봄과 새들의 노래를 놓치지 않는 것. 후회를 품은 채로 오늘을 걷고, 차를 마시는 것. 그것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세상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후회의 창조가 아닐까.

       

      그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구원이 되는(p. 93). 모든 것을 쏟아내더라도 그저 침묵이 답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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