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라 칼만은 세계적인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로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전세계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30권이 넘는 책을 쓰고, 삽화를 그렸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 독보적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장기간 연재하여 '뉴욕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이라 칼만은 동시에 손자 손녀들의 '할머니'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인터뷰를 보면, "작품 Darling Baby 작업시 손주들과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에게도 손주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행동의 결과가 결국 옳게 될지 그르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저 저는 사랑을 전하는 것 뿐이죠."라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마이라 칼만의 손주들 사랑은 대단했는데, 기존에 동화책 표지 작업을 일절 한 적이 없던 마이라 칼만은 손주들을 만나고부터 동화책 표지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마이라 칼만은 삽화와 함께 짧은 구절들을 적습니다. 이때 '어둡거나 심각한 주제를 피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너무 좌절하지 않도록 적당한 균형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녀는 비유적 표현 혹은 시적인 표현을 이용하여, 죽음이나 홀로코스트(인간이나 동물들을 나치군이 대량 학살했던 사건) 등도 다루고 있습니다.
The understanding of how vulnerable we all are. How much we yearn for peace of mind, but how difficult it often is to achieve. I feel great compassion for all people. And especially children. I want to tell them things in a gentle way. And they can absorb more bad news than we like to think. Children tend to be optimists and perhaps are not easily devastated. I hope. And it is wonderful to spend time with them. So we don’t linger in sorrow. There is always something funny or terrific to focus on. And that is the delicate balance that is the story of everyone’s life.
- Maira Kalman interview 中
위 사진처럼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에서 마이라 칼만은 자신이 나치군에게 쫓기던 경험을 녹여 '홀로코스트를 직접 겪으면 결코 거기서 헤어나올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남은 생애 동안 그것이 모든 것에서 울려퍼지는 걸 느끼게 된다.'라고 서술하며, '나치 군인들에게 피살될 때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엄마' 일러스트를 실었습니다. '트라우마'로 남은 경험을 그림과 함께 전하였는데, 아이들에게 반드시 도덕적이고 밝은 부분들을 보여주던 대부분의 동화책과는 달리, 꼭 알아야하는 역사속 진실, 아픈 역사 등도 다루고 있어 좋았습니다.
이처럼 책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은 마이라 칼만의 그림들과 구절들이 모아져 있습니다. 한번 읽은 후 그 뜻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읽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가 세잔과 그의 아내 오르탕스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삽입하였습니다.
그들은 의견이 다르고, 다툭, 부루퉁해지고, 침울해지고, 맥이 빠지고
그런 뒤에 세잔은 체리 혹은 나무를 그리고, 오르탕스를 그리고
또 그린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난다.
내 친구가 말했다. 내 어휘집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동의할 수 있을 듯 하다.
마지막 문장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리는 '행복하자' 혹은 '행복해질거야',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합니다. 그러나 그 뜻에 담긴 의미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미래에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라는 암시입니다. 그래서 마이라 칼만은 우리가 쓰는 어휘집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면 행복해질 것이라 말한 것 같습니다. 이미 행복한 사람은 '행복해지자'라고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검은 바탕의 홀로 불안정해보이는 뗏목을 탄 어머니의 그림에, 마이라 칼만은 '나는 아주 높은 곳에서 추락했다. 현실에서는 절대 그렇지 못할 사람들에게 입을 맞추었다'라는 구절을 삽입했습니다.
이 뜻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른 감상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것이 마이라 칼만의 매력 같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보며 '나의 해방일지' 속 메시지가 떠올랐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내가 너무 미워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겠지만, 그 사람들을 환영해라.' 였습니다.
마이라 칼만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현실에서는 입맞추지 못할, 그러니까 내가 너무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꿈 속에서는 입을 맞추면, 혼란스럽기는 하나, 마이라 칼만의 마지막 구절처럼 '지금 모든게 완벽하게 상냥하거나 기분 좋기까지 하다'의 상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용서'라고 해석했습니다. 미워하던 사람들을 꿈 속에서 '용서'함으로써, 처음엔 혼란스럽지만 곧 편안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이처럼 마이라 칼만의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을 읽으면 각 구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구절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였는지 공유하며 읽기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