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열며, AI 시대, 일의 의미를 다시 묻다
ChatGPT가 3초 만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미드저니가 한 번의 프롬프트로 디자인을 뽑아내는 시대. 우리는 불안하다. 내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내 존재 가치가 희석되는 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불안에 "맞다"고 답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삼성전자부터 CJ ENM, 잡코리아까지, 누적 사용자 2억 명의 행동을 설계해온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일'에 관한 공리. 그것이 이 책의 정체성이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최고의 프롬프트는 결국, '나'다." AI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AI가 만든 결과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추상적인 집단이 아니라 구체적인 '나'여야 한다. 나의 경험, 나의 맥락, 나의 질문이 곧 경쟁력이 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일을 위한 디자인'이란 단순히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기법이 아니다. 일과 존재를 분리하지 않고, 일을 통해 나를 설계하고, 나를 통해 일을 재정의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은 AI 시대에 더욱 절실해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 일과 존재를 분리하지 않는다는 것
이건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스스로를 동기부여하는, 끝나지 않을 이야기".
이 문장은 책의 첫 번째 핵심을 압축한다. 일을 '나'와 분리된 외부 과업으로 보지 않고, '나'를 구성하는 존재론적 요소로 이해하는 것.
올리비아 리는 일을 단순히 생계 수단이나 조직의 톱니바퀴로 축소하지 않는다. 일은 나의 세계관을 표현하고, 나의 가치를 실현하며,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장(場)이다.
그래서 일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곧 나를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결과물을 생산해도, 그 결과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의 맥락이고, 나의 주관이며, 나의 존재다.
이 개념은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문제로 나타난다. 바로 '조직 내 포지셔닝'이다.
사수가 없는 환경에서 일하는 신입 실무자를 상상해보자. 출근 첫날, 누구도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다. "일단 적응하면서 배워"라는 말만 들린다. 이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처리하며 '역할'이 주어지길 기다리는 것. 다른 하나는 스스로 나의 역할을 설계하는 것.
후자를 선택한 이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나는 어떤 유형의 인재가 되고 싶은가?" "내가 가진 기질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는 어떤 유형을 지향하는가?" "회사는 우리 팀의 무엇을 보완하기 위해 나를 뽑았는가?" 이 질문들은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일과 존재의 통합'을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론이다.
신입들이 생각해볼만한 핵심 가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접근성, 성취, 배려, 경쟁, 창의성, 디자인, 안목, 독보성, 공감, 즐거움, 탁월함, 실험정신, 공정성, 겸손, 독창성, 실용성, 목적성, 위험 감수, 세련미, 차별화, 품격, 투명성 등. 각자 가장 강하게 원하는 다섯 가지 가치를 선택하고, 이를 조합해 자신의 유형을 정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험 감수', '독보성', '차별화'를 선택한 사람은 '파괴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기존의 방식을 뒤집고, 조직에 실질적인 변화를 불러올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는 유형이다.
반대로 '성취', '탁월함', '안목'을 선택한 사람은 '성능 지향형'이다. 탁월한 품질과 신뢰성을 갖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유형.
중요한 것은 이 분류가 단순한 성격 테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브랜딩'의 문제다. 나를 조직 내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 팀의 어떤 빈틈을 메울 것인가. 어떤 가치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것인가. 이 질문들은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주관을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시키는 힘'의 실천이다.
AI는 이 질문을 대신 답해줄 수 없다. AI는 조직의 암묵적 문화를 읽을 수 없고, 팀원 간의 미묘한 역학 관계를 감지할 수 없으며, 나의 고유한 강점과 조직의 필요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아낼 수 없다.
이것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일과 존재를 분리하지 않고, 일을 통해 나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 생존의 첫 번째 조건이다.
# 이질적인 것을 교차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낸다
"이질적인 것을 교차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내는 일". 이는 책의 두 번째 핵심이다.
디자인 사고의 본질은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을 연결하는 데 있다. 기술과 인문학, 데이터와 감성, 논리와 직관. 이질적인 것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혁신이 탄생한다.
올리비아 리는 UX 디자이너로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면서 이 원리를 체득했을 것이다. 단순히 예쁜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 심리, 비즈니스 로직, 기술적 제약, 문화적 맥락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 UX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이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AI는 학습한 패턴 안에서는 놀라운 성능을 발휘하지만, 서로 다른 도메인을 창의적으로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제조업의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서비스 기획에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헬스케어 업계의 데이터 분석 방법론을 교육 분야에 적용하면 어떨까?"
이런 질문은 AI가 던질 수 없다. 이것은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그 세계들 사이의 유사성과 차이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인간만의 영역이다.
이 원리는 실무에서 '정보를 읽는 법'으로 구체화된다.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사이의 숨겨진 관계를 발견하고, 그것을 새로운 맥락에 재배치하는 능력. 이것이 AI 시대의 핵심 역량이다.
예를 들어 기업 공시 자료를 보자. AI는 "3분기 매출 전년 대비 15% 증가"라는 팩트를 정확하게 추출한다.
하지만 뛰어난 실무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왜 하필 오늘 이 자료를 공개했을까?" "주가가 떨어지는 시점에 나온 호재성 자료는 주가 방어용일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고 매출이라는 화려한 제목 뒤에, 영업이익 적자나 마케팅 비용 과다 지출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팩트 체크가 아니다. 기업 전략, 시장 상황, 경쟁사 동향, 규제 환경 등 여러 세계를 동시에 품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다.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이질적인 것의 교차'가 바로 이것이다.
공식 자료의 '행간 읽기'는 또 다른 예시다. 기업이 발표하는 자료는 철저하게 계산된 커뮤니케이션이다. 유리한 정보는 강조하고, 불리한 정보는 축소하거나 생략한다. 따라서 뛰어난 실무자는 텍스트 그대로를 믿지 않고 그 이면을 읽는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이 정보를 공개했을까?"를 의심하는 것이다. 조직 개편 직후 나온 비전 선언문은 내부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경쟁사가 신제품을 발표한 직후 나온 기술 로드맵 공개는 시장 주도권 방어용일 수 있다. "역대 최대 규모"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실질적 성과 지표의 부재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적히지 않은 것'을 읽는 능력이다. 자료에서 침묵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의도적으로 누락된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예를 들어 분기 실적 발표에서 특정 사업부 실적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 사업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제품 발표에서 출시일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개발이 지연되고 있을 수 있다.
이런 독해력은 단일 도메인의 전문 지식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재무, 마케팅, 조직 문화, 산업 동향, 규제 환경 등 여러 영역의 지식을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다른 세계를 동시에 품는" 능력이 바로 여기서 발휘된다.
AI는 패턴 인식에는 뛰어나지만, 맥락 이해에는 한계가 있다. "이 기업이 왜 하필 지금 이 발표를 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조직의 심리, 시장의 역학, 규제의 압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답할 수 있다. 이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올리비아 리가 강조하는 '이질적인 것의 교차'는 실무에서 '시장 감각'으로 구체화된다. 시장 감각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흐름을 읽고, 대중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포착하며, 업계의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직관적으로 아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책상머리 공부로는 얻을 수 없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짜'를 건져 올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업계 뉴스를 정리하는 루틴을 생각해보자. 단순히 헤드라인을 스크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뉴스들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이다.
"A사가 B 기술에 투자했다"는 뉴스와 "C사가 D 인재를 영입했다"는 뉴스가 별개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B 기술과 D 인재의 전문 분야가 겹친다면? 이것은 업계 전체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연결 고리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이질적인 것의 교차'다.
또 다른 예시는 '역질문'이다. 공식 자료를 받았을 때, 거기 적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역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자료에는 출시일이 명시되지 않았는데,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입니까?"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번 조직 개편으로 어떤 부서의 영향력이 약화됩니까?"
이런 질문들은 단순히 팩트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맥락을 드러내는 도구다. 그리고 이 질문을 던지려면 재무, 조직 문화, 기술 트렌드, 규제 환경 등 여러 영역의 지식을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다른 세계를 동시에 품는" 능력의 실천이다.
중요한 것은 이 훈련이 AI로 대체될 수 없다는 점이다. AI는 "이 자료에 누락된 정보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생성할 수 없다. AI는 "왜 하필 지금 이 발표를 했을까?"라는 의심을 품을 수 없다. 이것은 조직의 암묵적 동기, 시장의 미묘한 분위기, 경쟁사와의 역학 관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인간만의 능력이다.
# AI 시대에 본질로 돌아가는 용기
AI가 범람하는 시대, 우리는 역설적으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것,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찾아 집중하는 것이 AI 시대의 생존 전략이다. 올리비아 리는 그 본질을 '일과 존재의 통합', '이질적인 것의 교차', 그리고 '나만의 프롬프트'에서 찾는다.
"출간을 느끼는"이라는 표현이 흥미롭다. AI가 초안을 작성해주는 시대에, 왜 굳이 사람이 책을 써야 하는가? 왜 굳이 사람이 일을 디자인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올리비아 리의 답은 명확하다. AI는 도구일 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수가 없는 환경에서 AI는 강력한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단순히 결과물을 생성하는 도구로만 쓸 것인가, 아니면 사고를 확장하고 논리를 정교화하는 파트너로 활용할 것인가.
뛰어난 실무자들은 AI를 '팩트 체커'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해외 자료를 번역할 때, 하나의 AI로만 번역하지 않는다. 번역 엔진 A로 1차 번역을 하고, 번역 엔진 B로 재번역해서 원문과 비교한다. 두 번역본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이것은 AI를 단순한 번역기가 아니라 '교차 검증 파트너'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 다른 활용법은 '논리 구조화'다. 복잡한 정보를 정리해야 할 때, AI에게 "이 정보를 5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줘"라고 요청한다. AI가 제시한 분류 체계를 보고, "아니야, 이건 다른 기준으로 나눠야 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다시 AI에게 "이번에는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줘"라고 요청한다. 이렇게 여러 차례 대화하며 최적의 구조를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AI가 제시한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AI는 제안자일 뿐,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한다. "이 분류가 내 목적에 맞는가?" "이 구조가 독자에게 이해하기 쉬운가?" "이 논리에 빈틈은 없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며 AI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최고의 프롬프트는 결국, '나'다"는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 AI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가, AI의 결과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AI와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나'다. 나의 목적, 나의 맥락, 나의 판단 기준이 곧 프롬프트가 된다.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본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완결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맥락과 판단을 함께 제공하는 것.
예를 들어 경쟁사 동향을 보고한다고 하자. 나쁜 보고는 이렇다. "A사가 신제품 B를 출시했습니다. 링크 첨부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링크 전달이지, 보고가 아니다. 상대방은 링크를 클릭해서 자료를 읽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것은 일을 떠넘기는 것이다.
좋은 보고는 이렇다. "A사가 신제품 B를 출시했습니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가격이 우리 제품보다 20% 낮음, (2) 기능은 우리 제품 대비 80% 수준, (3) 타겟은 가성비 중시 고객층. 판단: 프리미엄 시장인 우리에게 직접적 위협은 아니지만, 중급 제품 라인이 없는 우리의 약점을 부각시킬 수 있습니다. 대응 방안: 중급 라인 출시 검토 필요."
이 보고는 단순한 팩트 전달을 넘어, 수치 비교, 시장 포지셔닝 분석, 위협 평가, 대응 방안 제시까지 포함한다. 상대방은 이 보고만 읽고도 즉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것이 '완결성 있는 보고'다.
AI는 팩트를 정리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판단을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위협인가 기회인가?" "지금 당장 대응해야 하는가 지켜봐도 되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조직의 전략, 시장 상황, 내부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나만의 맥락'이 작동하는 영역이다.
# 불안을 담담하게 받아드는 태도
AI 시대의 불안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문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건 아닐까?" "AI가 나보다 더 잘하는데, 나는 왜 필요한가?" 이런 불안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담담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태도. 올리비아 리는 이것을 '일을 디자인하는 용기'라고 부른다.
이 용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매일 출근해서 "오늘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정하는 것. 시키는 일만 하지 않고,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일을 제안하는 것.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시도하는 것. 이런 작은 결정들이 쌓여서 '담담한 태도'가 된다.
불안을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루틴'이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오늘 뭐 하지?"라는 질문 앞에 멈추지 않고, 자동으로 실행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드는 것. 이것이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담담함'의 구체적 형태다.
예를 들어 이런 루틴을 생각해보자:
오전 9:00-9:30 | 정보 수집 루틴
- 업계 주요 사이트 3곳 방문
- 전날 올라온 주요 기사 제목 훑어보기
- 화제성 판단: 댓글 수, 공유 수, 중복 게재 여부 확인
- 3-5개 핵심 이슈 선별
오전 9:30-10:00 | 분석 및 보고 루틴
- 선별한 이슈의 배경 파악 (왜 지금 이 이슈가 나왔는가?)
- 우리 조직에 미치는 영향 판단 (기회인가 위협인가?)
- 간략한 요약과 판단을 팀 채널에 공유
이 루틴의 핵심은 '판단'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링크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중요한 이슈인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매일 아침 30분 동안 생각한다. 이 작은 판단의 반복이 쌓여서 '시장 감각'이 되고, '전문성'이 된다.
AI는 이 루틴의 일부를 도와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요 사이트의 기사 제목을 자동으로 수집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중요한 이슈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댓글이 100개 달렸어도 대부분이 비난 댓글이라면 부정적 이슈일 수 있고, 댓글이 10개밖에 없어도 업계 핵심 인사들의 댓글이라면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 이런 맥락 판단은 AI로 대체될 수 없다.
올리비아 리가 강조하는 '담담함'의 또 다른 측면은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실패를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것을 학습의 재료로 삼는 것.
예를 들어 중요한 행사에 준비 없이 갔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하자. 이것을 그냥 넘기지 않고 기록한다. "무엇을 준비했어야 했는가?", "어떤 정보가 부족했는가?", "다음에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메모한다.
이 메모가 쌓이면 '나만의 체크리스트'가 된다. 다음에 비슷한 행사에 갈 때, 이 체크리스트를 꺼내본다. "사전 섭외 했는가?", "타겟 질문 준비했는가?", "핵심 인물 동선 파악했는가?" 이렇게 하나씩 체크하며 준비한다. 이것이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일을 디자인하는' 구체적 방법이다.
AI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체크리스트가 '나의 맥락'에 맞는지는 AI가 판단할 수 없다. 우리 조직의 문화, 우리 업계의 관행, 나의 강점과 약점을 고려한 체크리스트는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최고의 프롬프트는 결국, '나'다"라는 말의 의미다.
# 기록으로 완성하는 나만의 지도
책의 마지막 핵심은 일을 디자인하는 것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평생의 과정이라는 것.
올리비아 리는 완성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한 번 답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반복해서 던져야 하는 질문들이다.
AI 시대에 이 태도는 더욱 중요해진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시장은 계속 변한다. 어제의 답이 오늘도 맞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고정된 매뉴얼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업데이트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일을 디자인하는 태도'다.
매뉴얼은 정답집이 아니라 '시작점'이다. 여기서 출발해서, 각자의 경험을 더하고, 각자의 맥락에 맞게 수정하며, 결국 '나만의 매뉴얼'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일을 디자인하는' 실천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실패 일지 쓰기
매주 금요일 오후, 30분을 투자해서 이번 주 실패를 기록한다. "어떤 상황이었는가?", "무엇이 문제였는가?",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한다. 중요한 것은 자책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는 무능함의 증거가 아니라 학습의 재료다.
2) 성공 패턴 분석하기
실패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도 기록한다. "이번에 잘됐던 이유는 뭘까?", "어떤 준비가 효과적이었나?", "우연이었나 실력이었나?" 이런 질문을 던지며 성공의 패턴을 찾는다. 그리고 그 패턴을 다음 프로젝트에 의도적으로 적용해본다. 이것이 '경험을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3) 개인 위키 만들기
노션이나 옵시디언 같은 도구를 활용해서 '나만의 위키'를 만든다. 업무 중 배운 용어, 만난 사람들의 특징, 효과적이었던 질문 리스트, 자주 참고하는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중요한 것은 분류 체계를 '내 방식대로' 만드는 것이다. 회사의 공식 분류를 따를 필요가 없다. 내가 찾기 쉬운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4) 정기적 회고와 업데이트
3개월마다 한 번씩, 자신이 만든 매뉴얼과 위키를 다시 읽는다. "이 내용이 아직도 유효한가?", "새로 추가할 것은 없는가?", "삭제할 것은 없는가?" 이렇게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살아있는 문서'로 유지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AI는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흩어진 메모들을 AI에게 보여주고 "이것들을 주제별로 분류해줘"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분류가 적절한지 판단하고, 필요하면 재분류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최고의 프롬프트는 결국, '나'다"는 바로 이 지점을 가리킨다.
# 결론: 맨땅에 헤딩하지 않기 위하여
올리비아 리의 《일을 위한 디자인》은 AI 시대에 흔들리는 우리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다. 그 방향은 역설적이게도 '나'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최종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추상적인 '우리'가 아니라 구체적인 '나'여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특히 '사수 없는 세대'에게 절실하다. 조직이 수평화되고, 팀이 소규모화되면서, 누군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성장하며, 스스로 일을 디자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고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능동적인 관계 맺기를 요구한다. 조직 내에서 나의 포지션을 스스로 설계하고, 외부의 네트워크를 능동적으로 구축하며, AI를 협업 파트너로 활용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일을 디자인하는' 구체적 방법이다.
책의 헤드라인이기도 한 이 문장은 AI 시대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는다. AI는 강력한 도구지만, 그 도구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좋은 프롬프트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프롬프트는 명확한 목적, 구체적인 맥락, 정교한 판단 기준을 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온다.
나의 경험이 프롬프트가 된다. 나의 실패가 프롬프트가 된다. 나의 질문이 프롬프트가 된다. 나의 맥락이 프롬프트가 된다. AI는 이 프롬프트를 따라 움직일 뿐이다. 따라서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기술을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나'를 아는 능력이다.
"오늘 뭐 하지?"라는 질문 앞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루틴을 만들고, 스스로 성장하며,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이것이 올리비아 리가 말하는 '일을 위한 디자인'이고, 이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다.
책은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고 했다. 맞다. 이 서평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이 각자의 현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일을 디자인하는' 실천을 이어가길 바란다. 그것이 맨땅에 헤딩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