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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AMANGA! 사실 이건 해방의 리듬이야 - 뮤지컬 '더 트라이브' [공연]

그리고 거짓은 너를 멈출 수 없겠지

by 손현진 에디터
2026.06.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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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뮤지컬 <더 트라이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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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서사로 승부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이야기 전반을 끌고 가는 매력적인 작품도 있다. 그리고 서울시뮤지컬단의 뮤지컬 <더 트라이브>(전동민 작, 임나래 작곡, 표상아 연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026.06.09.~06.27.)는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었다. '거짓말을 하면 고대 부족이 나타난다'는 기발한 콘셉트를 가진 이 작품은 그 간단한 설명 하나만으로 관객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자극하는 영리하면서도 유쾌한 공연이었다.


  

 

앙상블, 앙상블, 앙상블!


 

배경은 런던 최대 규모의 원시예술 박물관이다. 그곳의 에이스 복원가인 조셉은 '완벽남' '부동의 인기 투표 1위'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지만, 실은 자기가 게이라는 사실만큼은 필사적으로 외면하고 싶은 인물이다. 또 한 명의 주인공 끌로이는 잘나가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특히 예술가로서 성공한 부모님의 그림자 아래 짓눌려 있다. 차기작에 대한 압박과 슬럼프에 쫓겨 도피하듯 박물관 매표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끌로이는 티켓을 뜯을 때 나는 '도도도도독' 소리에 전율을 느끼며 소소한 해방감을 맛본다.


이 두 주인공이 처한 문제적 상황은 극 초반부터 명확하게 드러난다. 조셉은 세상이 말하는 정상성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가면을 쓰는 인물이다. 끌로이 역시 글을 쓸 때 불행함을 느끼면서도, 타인의 기대 어린 시선 앞에 억지로 노트북을 두드린다. 페르소나라는 견고한 가면 뒤에 숨어 있던 두 사람의 일상은 고대 부족의 가면에 손을 댄 이후로 완전히 뒤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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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그날 이후, 두 인물은 통제 불능의 상황에 빠진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고대 부족이 나타나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발은 박자를 타고, 입에서는 알 수 없는 가사가 터져 나온다. 이 저주를 멈출 유일한 방법은 거짓을 거두고 진실을 뱉어내는 것뿐이다. 자신이 '상남자'라며 허세를 부리던 조셉이 미친 듯이 춤을 추다 결국 "난 상남자 아니야!"라고 울부짖는 장면은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조셉은 원흉인 가면을 원래대로 복원하려 애쓰지만 일은 꼬여만 가고, 결국 두 사람은 스스로 속여왔던 내면의 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더 트라이브>의 가장 큰 무기는 이 기발한 콘셉트를 실시간으로 무대 위에서 구현해 내는 앙상블이다. 김덕희 예술감독은 부족을 전면으로 내세워 춤과 노래로 무대를 가득 채웠으며, 이는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뮤지컬의 라이브니스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실제 무대에서 가장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것 역시 앙상블이었다.

 

주인공들이 뻔한 거짓말을 내던질 때마다, 고대 부족으로 분한 앙상블은 거침없이 무대를 활보한다. 낯선 언어(AMANGA!)를 외치며 시원한 음악 위로 춤추는 앙상블, 그리고 그들 틈에 섞여 울며 겨자 먹기로 스텝을 밟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우리는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서서히 어깨를 으쓱이게 된다. 그렇게 공연장을 압도하는 앙상블의 에너지를 따라가다 보면, 문득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겠다. 나에게도 저런 부족이 나타나 춤추기를 강요할 때에도 거짓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콘셉트에 지지 않는 주인공들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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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황당하고 코믹한 사건으로 시작되는 뮤지컬 <더 트라이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고 간결하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는 것.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가면 따위 그만 벗어던지고 진짜 나를 마주하자는 것. 그 메시지를 위해 두 주인공은 말도 안 되는 사건을 겪고, 거듭 위기를 마주한다. 모든 소동을 통과한 뒤 그들이 손에 쥔 보상은 오직 그 깨달음 하나다. 외적인 상황은 변한 게 없고, 주인공들은 여전히 제자리다. 오히려 전진보다 후퇴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주어진 상황보다 스스로에게 진실한 선택을 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그게 바로 <더 트라이브>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앞서 언급했듯, <더 트라이브>는 다른 요소보다 기발한 상상력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고대 부족이 나타나 춤을 춘다니. 이 매력적인 로그라인 한 줄만으로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참신한 설정 하나가 작품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하듯, 뮤지컬 <더 트라이브>는 주인공들에게 다양한 사건과 장치를 마련해 준다.

 

두 주인공은 도대체 왜 이런 사건을 겪어야 했는가. 그건 끌로이가 박물관에서 친 사고를 어떻게든 수습하려다 가면을 만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면의 저주 아닌 저주로 시도 때도 없이 춤을 추게 된 주인공들은 왜 그 가면을 고쳐야만 했는가. 물론 춤을 추는 상황 자체가 곤혹스럽기도 했겠지만, 각자에게 닥친 현실적인 위기가 더 크게 다가왔다. 끌로이는 중요한 인터뷰 일정을 앞두고 있었고, 조셉은 자신의 정체성을 외면하기 위해 첫사랑 오드리와 결혼까지 앞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춤을 춘다'는 큰 콘셉트 아래 두 주인공의 위기는 눈덩이처럼 굴러가며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오드리에게 가닿는 순간 완성되는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단연 조셉과 오드리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끝내 AMANGA를 외치며 가면을 벗기로 다짐한 조셉으로 인해 둘의 결혼식은 파투가 났고, 미안해하는 조셉에게 오드리는 아니라고, 사실 파티를 즐기는 자신이 왜 결혼을 마음먹었는지 모르겠다며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자기만의 길을 간다. 내내 두 주인공에게 집중되었던 '거짓'과 '가면'이라는 주제 의식이 오드리에게까지 가닿았을 때, 비로소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마음에 온전히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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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나면 주인공들에게는 진실의 시간이 찾아온다.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기로 한 조셉과, 자신의 글에는 어떤 진심도 담겨 있지 않다고 인정한 끌로이는 다시 원시 부족과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춘다. 이제 춤은 더 이상 피하고 싶은 저주나 숨겨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기준에 억지로 끼워 맞추던 삶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게 된 주인공들의 통쾌한 해방의식이다.

 

<더 트라이브>는 재미난 상상력을 영리하게 가지고 놀면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내면의 강박을 유쾌하게 벗겨내는 코미디 뮤지컬이었다. 보이지 않는 페르소나를 얼굴에 고쳐 쓰고 일터로 향하는 우리에게, 가끔은 체면 따위 던져버리고 내면의 목소리에 맞추어 미친 듯이 춤을 춰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짓눌려 숨을 쉬지 못할 것 같다고 느끼는 이들이 있다면 기꺼이 극장을 찾아 이들이 외치는 주술에 전염되어 보길 바란다. AMANGA! 이제는 그 견고한 가면을 시원하게 깨부수고, 당신의 마음속 고대 부족을 깨워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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