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베토벤', 이번에는 달라질 것인가 [공연]

글 입력 2023.04.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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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K의 창작 뮤지컬 신작인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하 <베토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을 공연하였으며, 이번 주 금요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리뉴얼된 시즌2 공연을 앞두고 있다.


초연의 첫 공연을 관람하여 아무런 후기 없이 기대감을 품고 극장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EMK가 창작진들의 다른 라이선스 작품들을 여럿 선보였기에 창작진들의 실력은 익히 알고 있었고, 또 이전의 창작 뮤지컬 <웃는남자>도 많은 호평을 받았으니.


뮤지컬 <베토벤>은 역시나 그동안 봐왔던 EMK 라이선스 그리고 창작 뮤지컬과 결이 비슷했다. 화려한 연출, 웅장한 넘버, 주인공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사랑 이야기. 거기에 더해 EMK 뮤지컬들의 단점마저도 <베토벤>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왜 이번 작품은 유독 아쉽고, 또 그만큼 아쉬워하는 평가를 많이 받은 것일까? 물론 좋았던 점들도 있었지만, 그 부분들은 뒤로 하고 시즌2가 돌아오는 만큼 개선되었으면 하는 아쉬운 점들을 중점으로 써볼까 한다.

 

 

 

1. 예상을 벗어난 스토리, 그 속의 빈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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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베토벤이라는 인물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특히 <엘리제를 위하여>는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곡에 샘플링되었고, 그 외에도 <월광 소나타>, <운명 교향곡> 등 익숙한 곡들이 많다. 게다가 그의 불우한 삶과 청력 상실이라는 특징 또한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특징들을 클리셰처럼 작품 속에서 현명하게 이용할 것이라는 관객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뮤지컬 <베토벤>은 베토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쩌면 EMK답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많은 관객은 베토벤의 음악가적 면모와 그의 고난을 더 중심적으로 다룰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물론 ‘불멸의 연인’을 모티브로 한 베토벤의 사랑 이야기 또한 충분히 뮤지컬에 이용하기에 흥미로운 소재이기는 하나, 스토리만 놓고 보면 이것이 과연 ‘베토벤’의 사랑 이야기인지, 베토벤의 ‘사랑 이야기’인지 헷갈리게 하는 것이 문제다. 다른 작품들과 별다를 것 없는 그저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면, 우리는 굳이 뮤지컬 <베토벤>을 봐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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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사랑 이야기’ 또한 아쉬움이 생겨난다. 작품 속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 안토니 브렌타노는 이미 아이들까지 있는 유부녀이다. 우선 두 사람의 사랑이 불륜이라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들도 있지만, 사실 불륜이라는 소재 자체는 이미 뮤지컬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고, 정략결혼이 흔했던 그 시대에는 불륜을 오히려 진정한 사랑이라 여기는 풍조가 있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스토리의 전개는 불륜을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포장하기보다 오히려 불륜의 나쁜 점을 부각하는 방향이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결국 안토니의 남편의 협박, 그리고 안토니의 아이들 때문에 헤어지고 만다. 그에 비해 두 사람의 사랑이 충분히 애절하게 느껴졌는지에 관해서는 의문이 든다.


물론 안토니의 남편은 안토니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하고, 안토니는 그 속에서 외롭게 살았기 때문에 똑같이 외로움을 지닌 베토벤에게 이끌렸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불륜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개일 뿐, 두 사람의 사랑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예술 작품은 결국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차라리 ‘두 사람의 사랑이 애절했고 아름다웠기에 불륜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관객들을 설득했다면 뮤지컬다운 스토리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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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도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베토벤’의 캐릭터성은 상당히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학대, 그리고 그 이후 귀족들의 압박과도 같은 요구로 사람에게 기대지 못하고 음악에만 기대던 베토벤이 자신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안토니를 만나 사랑이라는 구원을 받고 성장하는 이야기. 그 부분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베토벤에만 이야기가 집중되었는지 다른 캐릭터들은 비교적 평면적으로 느껴졌다. 안토니는 베토벤을 사랑하고 그를 구원하는 캐릭터였고, 베토벤의 동생 카스파는 베토벤과 가치관에 있어서 대립하면서도 그를 이해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 이상의 스토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외에 프란츠, 베티나, 피초크는 그저 악역으로만 남는 듯했다.


결국 모든 캐릭터가 자신만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지지 못하고 그저 베토벤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캐릭터들이 되었다. 물론 주인공 한 명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는 일명 ‘원탑극’은 기존에도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른 조연들도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베토벤>은 첫 공연 이후 몇 번 더 보았음에도 다른 주·조연들의 매력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2. 베토벤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넘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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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향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스토리와는 다르게, 이 작품의 넘버들은 오리지널 곡 없이 모두 베토벤의 곡들을 차용하고 있다. 물론 시대를 관통하는 불멸의 작곡가답게 베토벤의 곡들 자체는 명곡들이 대부분이지만, 왠지 모르게 <베토벤>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진다.


실베스터 르베이와 미하엘 쿤체. 상당히 실력이 뛰어난 창작진 듀오이다.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 등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작품들의 넘버를 만들어냈다. 특히 르베이는 오리지널 넘버 자체도 좋고, 리프라이즈(reprise)도 상당히 영리하게 사용하는 작곡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이 이 작품을 만든 것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오직 베토벤의 흔적만 남은 넘버들 뿐이었다. 물론 노래를 만드는 창작진으로서 베토벤에 대한 상당한 존경심으로 모든 넘버에 그의 곡들을 차용했다고 하나, 관객들은 베토벤의 인생을 다루는 뮤지컬을 보러 온 것이지, 베토벤의 노래를 다루는 클래식 콘서트를 보러 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샘플링의 과정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기악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성악 멜로디로 이용하고, 리프라이즈도 거의 앞선 넘버를 반복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특히 <엘리제를 위하여>의 메인 멜로디를 그대로 부르는 순간, 우리는 이미 머릿속에서 그동안 익히 들어온 다른 대중가요들이 죄다 들려올 수밖에 없었다.


만약 <베토벤>이 조금 더 일찍 공연되었다면, 넘버에서 그렇게 큰 질타를 받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샘플링 기법이 신선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바야흐로 ‘샘플링의 시대’다. 충분히 성공적이고 개성적인 샘플링을 거친 노래들이 스트리밍 차트에 널려 있다. 그렇기에 <베토벤>의 넘버들은 더욱 진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베토벤의 기악곡들을 기악곡 선율로 그대로 사용하면서 성악 멜로디는 창작하는 방향이었거나, 베토벤의 곡들을 일부 사용하면서 아예 오리지널 넘버가 있는 방식이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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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 시즌2에서는 서사를 강화하고 일부 넘버를 더 추가하는 등 여러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사실상 한 달 만에 돌아오는 공연이기 때문에 기대하는 만큼 큰 변화가 생기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시즌1 공연 중에도 여러 수정이 있었던 것은 인지했으나, 단순히 더하고 빼는 식으로 수정해서 작품이 더 나아질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시즌2’라고 이름을 붙인 만큼, 짧은 준비 기간에 비해 대대적인 변화를 각오하고 있다는 것은 느껴진다. 과연 뮤지컬 <베토벤>은 이번에는 호평받으며 마무리할 수 있을까. 소소한 기대감과 함께 새 단장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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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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