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글 입력 2024.03.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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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어렸을 때부터 본 뮤지컬이다.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초연 영상을 시작으로, 내한과 라이선스 공연이 올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표면적인 스토리는 사실 단순하다. 한 여자를 사랑한 세 남자의 이야기. 세 남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여자를 사랑하지만, 운명은 이들을 비극으로 이끌고 가며 끝내 여자는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에 의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드라마적으로도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되는 작품이지만, 이 표면적인 스토리 안에 담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1.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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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집시 여성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세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볼 필요가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이자 등이 흉측하게 굽은 꼽추 콰지모도, 노트르담 대성당의 부주교 프롤로, 그리고 파리의 근위대장 페뷔스. 그중 프롤로와 페뷔스는 사람들의 존경과 선망을 받는 기득권층이지만, 에스메랄다를 대하는 방식을 통해 그들의 위선과 추악함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페뷔스는 ‘태양’을 뜻하는 이름을 가진 만큼 그 모습도 늠름하고 멋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남성이다. 하지만 태양의 신 아폴론이 그러했듯이, 한 여자에게만 정착하려는 면모는 부족한 모양이다. 약혼녀인 플뢰르 드 리스를 두고 그는 에스메랄다에게 첫눈에 반하고, 마찬가지로 그에게 반한 에스메랄다를 꾀어내어 카바레에서 만남을 가진다. 그러나 에스메랄다가 자신을 칼로 찔렀다는 누명을 썼음에도 페뷔스는 그녀 대신 플뢰르 드 리스를 선택하며 에스메랄다를 포함한 집시들을 탄압하기까지 한다. (물론 여전히 카바레의 여성들에게 눈길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그 선택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프롤로는 신을 섬기는 성직자로서 금욕적으로 살아왔지만, 에스메랄다의 아름다운 외모와 춤에 빠져 갈등하는 인물이다. 물론 이 내적 갈등은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을 표출하는 방식이 범죄나 다름없고, 상당히 기괴하기까지 하다. 콰지모도를 시켜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에스메랄다가 사랑하는 페뷔스를 칼로 찔러 그 누명을 그녀에게 씌운다. 그렇게 감옥에 갇힌 에스메랄다에게 자신을 선택하면 살려주겠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하는 것은 덤. 그러나 그의 고백을 거절한 에스메랄다는 교수형을 당하고, 그런 에스메랄다를 보며 웃는 프롤로의 모습은 상당히 섬뜩하게 느껴진다.


집시와 하층민은 자유롭고 선한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기득권층은 추악한 악역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아주 극명한 대비를 통해 이 작품은 기득권 세력의 위선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파리 시민을 지키고 정의를 추구해야 하는 근위대장은 부패한 모습을 보이고, 금욕과 선을 추구해야 하는 신부는 그것을 모두 깨고 범죄를 저지른다. 이것이 빅토르 위고가 고발하고자 했던 파리의 모습이었을까.


 

 

2. 서로의 내면을 바라보는 진정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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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는 서로 이어지지 않지만, 그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콰지모도는 흉측한 외형을 가지고 있는 것과 반대로 선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반전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에스메랄다의 모습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에스메랄다의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에 이끌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선한 내면에는 주목하지 못한다. 페뷔스와 프롤로도 그녀의 아름다운 외형을 사랑한 것일지도 모른다.


콰지모도 또한 처음에는 아름다운 에스메랄다에게 반했지만,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납치하려다 실패하여 형벌을 받고 있었음에도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에게 물을 주면서 친절을 베푼다. 그런 에스메랄다를 향해 콰지모도는 외친다. “Belle(아름답다)!” 어쩌면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콰지모도도 그런 에스메랄다를 위해 열심히 친절을 베푼다. 억울하게 갇힌 에스메랄다와 그녀의 집시 가족들을 몰래 풀어주고, 에스메랄다를 보호하기 위해 노트르담 대성당에 숨긴다. (참고로 대성당은 성역으로 간주하여 그 안에서 쉽사리 공격을 할 수 없다.) 에스메랄다는 여전히 진실을 모른 채 페뷔스를 기다리고 있고, 콰지모도 또한 그 사실을 알지만, 둘은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기로 약속한다.


상대의 외모와 지위 등에 이끌리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눈에 쉽게 보이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의 내면은 그 사람과 함께해야만 알 수 있는 요소이다. 그렇기에 서로의 내면을 바라보는 사랑은 어렵지만, 그만큼 귀하고 또 견고하게 쌓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성장



하지만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이야기가 단순히 비극적인 사랑만을 담고 있을까? 나는 이 두 인물의 성장에도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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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메랄다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는 클로팽은 에스메랄다를 이렇게 묘사한다. ‘이제 곧 사랑을 알게 될 나이’라고. 에스메랄다는 사람들의 눈에 매혹적으로 보이겠지만, 막상 그녀는 아직 순진함이 가득한 나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클로팽의 ‘사랑을 조심하라’는 충고에도 에스메랄다는 페뷔스에게 쉽게 반하고, 굳게 사랑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에스메랄다를 변하게 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클로팽의 죽음. 그리고 페뷔스의 배신. 페뷔스는 프롤로의 명을 받들어 집시들을 탄압하고, 그 과정에서 클로팽이 매를 맞아 죽고 만다. 그렇게 에스메랄다는 한여름 밤의 꿈과 같았던 사랑에 젖어 잊고 있었던 차가운 현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순진한 소녀의 탈을 벗고, 클로팽을 대신하여 집시들을 이끄는 용맹한 여성으로 변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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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지모도는 집시에게 버려져 프롤로가 대신 키운 인물이다. 그러나 프롤로는 콰지모도를 자식이 아닌 거의 자기 종처럼 키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콰지모도는 비록 프롤로가 자신을 세간으로부터 숨기고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도 결국 프롤로만이 자신의 유일한 보호자이기에 그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에스메랄다가 교수형을 당하고, 프롤로가 자신이 에스메랄다를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웃는 모습을 보고 결국 그를 계단에서 떠밀어 죽이고 만다. 그동안 프롤로가 지시해온 추악한 짓을 대신할 정도로 충성을 바치던 콰지모도였지만, 에스메랄다의 죽음이 촉발제가 되어 비로소 프롤로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사랑 이야기이면서 성장 서사를 동시에 담고 있다. 누군가는 세상의 부조리를 깨달으며 순진함을 벗어던지고, 누군가는 부도덕한 보호자로부터 탈출한다. 비록 그 계기가 누군가의 죽음이며, 또 성장한 이들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들의 성장이 관객에게도 충분히 와닿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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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는 굳이 스토리를 깊게 파고들지 않아도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상당히 팝적인 요소가 가득한 음악과 큰 극장 안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아크로바틱 퍼포먼스 등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서로의 외형 대신 내면을 바라보던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처럼, 그 화려한 볼거리 속에서 진지하게 펼쳐지는 인간에 대한 고찰을 생각해보며 작품을 관람하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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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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