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참 밉고 사랑스러운 엄마가 쓴 글 -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

글 입력 2023.10.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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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할 책 <우울한 엄마들의 살롱>은 우울증을 진단받은 어머니가 '어머니'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책이다.

 

세 장에 걸친 이 짧은 글에는 사회현상에 대한 지적인 접근이 섞여 있지만, 그러한 접근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가감없이 드러내는 저자의 진솔한 마음속 이야기들이다. '기술한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 책에서 저자는 감성과 고통을 어설프게 지워버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존재해온 고통에 잠식되지도 않는다.

 

이런 저자의 담백한 기술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정말 여러 가지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진심은 언제나 교통사고처럼 가슴을 치고 지나간다. 당장 이 글을 읽는 나도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속상했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오늘 리뷰가 도통 깔끔하게 안쓰이는 까닭이기도 하다.

 

세 개의 장을 넘길 때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에 요동쳤는데, 전부 다 썩 좋은 감정이 아니었다. 나는 저자에게 부족한 어머니로서의 모습을 투사하면서 그녀를 괜스레 가혹한 방식으로 미워하면서도, 책에서 오래된 상처처럼 드러나는 연약한 모습에 죄책감과 사랑을 동시에 느꼈다. 아마 이 글을 쓰는 내가 어머니보다는 자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 솔직히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아직 엄마가 엄마일 수 없는 순간을 받아들일 수 없다. 아마 내가 아이를 낳아 기르더라도 이런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초반에 저자는 세상, 옆집, 남편, 아이까지 어떤 위협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아이디어와 사상이나 현상에 기대어 있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목발 같은 지지대처럼 느껴졌다. 상처 입은 이를 비난하는 것만큼 비열한 일은 없지만, 생생한 묘사에 속으로 나는 괜스레 그녀를 원망했다. 그건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아이인 내가 엄마한테 원하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엄마는 모든 것이 된다. 오갈 데 없는 충동과 불안을 어머니라는 일부 대상에 달라붙어 의지하고, 그것을 통해서만 세계를 만들어간다. 평등한 사회 속에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구분되고, 둘 모두가 양육자다. 하지만 원초적인 정신세계에서 여전히 직접 살을 맞댄 초기 존재로서의 어머니는 분명 존재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모든 것이기 때문에, 엄마는 나의 모든 것을 책임질 정도로 전능해야만 한다.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불안을 엄마에게 다 떠넘기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단 말이다. 이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의 영역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래서 더더욱 그녀의 접근 방식에 동의할 수 없었다. 반대로 나는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와 마찬가지로, 그녀 안의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읽어나가던 책의 어느 시점이었다. 불현듯 그녀는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함으로써 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아이에게 우울증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나는 왠지 모를 슬픔에 휩싸이고 있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는 어머니가 완벽하길 원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판타지임을 언젠가 깨닫는다.

 

엄마는 어린아이보다 능숙하지만, 아이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마찬가지로 큰 불안과 공포를 근근이 버티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사실 그런 엄마의 상태를 아이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모르지는 않는다. 엄마는 아이한테 모든 것이기 때문에 모를 리 없다. 엄마 역시도 전능하고 완벽할 수 없으며, 때로는 제멋대로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엄마가 다시 돌아와서 나를 다시 안아줄 수 있다면, 그런 부족한 엄마는 그래도 여전히 나의 완벽한 존재로 남는다. 아니 엄마가 그럴 수 있도록, 엄마가 섞여 있지만 다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도록 영원히 지켜줄 수도 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정말로 이 이야기를 저자한테 해주고 싶었다. 이건 정말로 내가 자식으로서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다. 어쩌면 당신의 아이가 당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과 통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이고, 나는 그래서 당신에게 무리에 가까운 모든 것을 요구했다. 당신이 나에게 완벽한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하는 동시에 굉장한 부담감을 느꼈을 때, 나는 나로 인해 당신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해주길 바랐다. 아마 이런 마음은 영원히 내 마음에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깊은 사랑 속에서 나는 서서히 당신 속에서 신이 아니라 인간을 발견했다. 일관적이지 않은 미소와 괜한 화풀이, 내가 꿈꾸는 어머니에 못 미치는 한심한 모습들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남아있는 당신의 사랑이 너무나 소중해서, 당신은 여전히 나에게 모든 것이 되었다. 나는 그래서 어머니인 당신과, 인간다운 당신을 모두 사랑한다.

 

당신 마음에 존재하는 가혹한 요구는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당신이 준 사랑에 비하면 그건 너무 하찮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다. 그토록 약하면서도 나의 어머니, 나의 신으로 남아준 것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낀다. 당신의 사랑은 영원히 나의 마음에 남아, 내가 당신처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의 기반이 될 것이다. 내가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 느낄 모든 숭고한 감정들은, 모두 당신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나는 그 시점에서 당신이 내민 손을 받아들였다. 행복하라는 그 위로,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듯한, 그리고 같은 여성으로서 보내는 듯한 말. 어머니로서 존재할 때는 밉고 사랑스러웠고, 같은 여성으로서는 약간 분하고 두려우면서도 참 위안이 되었다. 뭐가 되었건 당신은 하나의 사람이 되어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이야기해줬다. 나는 정말로 그 이야기를 돌려주고 싶다.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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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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