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것조차 지치는 시기가 있다. 늘 귀에 에어팟을 꽂고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마음이 힘들 때는 대부분의 음악이 소음으로 들리곤 한다. 이와 같은 시기에 유일하게 소음으로 들리지 않았던 앨범이 있는데, 바로 다니엘 시저의 'NEVER ENOUGH'이
'Never Enough' 앨범 커버
한국에서 다니엘 시저의 인지도는 ‘Best Part’ 무렵에 이미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그때까지 가수의 이름과 곡 제목 정도를 알았을 뿐, 다니엘 시저의 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그러던 2023년에 한 릴스를 보게 되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듣고 있는 노래를 묻는, 한때 유행하던 콘텐츠였다. 그 영상에서 한 외국인이
다니엘 시저는 캐나다의 R&B 싱어송라이터이다. 2017년 첫 정규 앨범인 'Freudian'
Apple Music 공식 유튜브 'Daniel Caesar: Never Enough, Home Studio & Internet Controversy' 영상 캡처
이 앨범이 나에게 있어 정말 소중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큰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앨범 전체 재생을 누르고 가만히 듣다 보면 편안한 느낌이 든다. 이제는 힘든 시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가끔 마음이 불안해지면 이 앨범을 찾아서 재생하곤 한다.
왜 이 앨범은 나를 이렇게 편안하게 만들까? 너무 빠르지 않은 템포, 자극적이지 않은 음향도 한몫한다. 그렇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곳곳에 스며든 가스펠의 느낌일 것이다. 다니엘 시저의 아버지는 목사이자 가스펠 가수로, 종교적인 가정에서 자란 배경이 그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참고로 나는 무신론자이다. 삶의 여러 태도를 생각해 본 후, 스스로 무교로 살기로 다짐했다. 그렇지만 그런 나도 가스펠 음악에 기반한 다니엘 시저의 음악에서 위안을 얻었다는 점에서, 약간은 종교에 빚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Always’이다. 이 곡의 가사는 헤어진 전 연인을 향해 우린 언제나 항상 함께할 것이라는, 일종의 미련이 담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다니엘 시저 자신도 이런 가사를 쓰는 것은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실제로 가사 중에도 ‘And maybe I’m wrong / for writing this song’ (이런 노래를 쓰는 내가 틀린 걸지도 몰라) 이라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곡의 가사가 전하는 메시지에서 위안을 얻는다. 전 연인에게 질척거리는 내용으로 볼 수도 있지만, ‘Just know I’m not a phase, I’m always’ (난 잠깐 스쳐 가는 게 아니라 언제나일 테니까) 라는 구절이 음악과 어울릴 때 그 어떤 응원보다도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찰나가 아닌 영원으로 남고 싶어 하는 그의 소망이, 다르게 말하면 항상 나의 곁에 있어 준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잘하지 못할 것 같고 자신이 없을 때, 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게 해 주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두렵고 불안할 때는 언제나 ‘Always’를 듣는다.
작년 10월에는 시저의 네 번째 정규앨범인 'Son Of Spergy'
2주 후에는 'Son Of Sper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