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경로로 새로운 음악을 발견할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다시 그 음악을 찾아서 재생할까? 우리가 사용하는 음악 앱은 우리의 감상 경험에 생각보다 더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원래 유튜브 뮤직을 사용하다가 최근에 스포티파이로 바꾸었다. 공통점은 둘 다 알고리즘에 의해 현재 재생되고 있는 음악과 유사한, 내 취향의 음악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 뮤직은 개별 곡 단위로 보는 것이 가능한 반면, 스포티파이는 반드시 해당 곡이 속한 앨범 단위로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면 그 앨범 전체를 살펴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단계가 되었다.
Magdalena Bay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된 것도 스포티파이의 알고리즘 덕분이었다. 자동으로 재생해 주는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보통 스킵하게 되는데, 이들의 음악은 한 번도 스킵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 ‘Imaginal Disk’라는 앨범에 닿게 되었고, 현재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앨범이 되었다.
Magdalena Bay는 매튜 르윈과 미카 테넨바움의 2인조로 구성된 미국의 밴드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때 만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를 통해 처음 같이 음악을 했으며, 이후 2017년 Magdalena Bay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여기서 프로그레시브 록이란 1960-1970년대에 출발하여 현재까지 이어진 장르로, 기존 대중음악의 한계를 벗어나 진보한 형태를 띤다. 스타일과 장르의 혼합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Magdalena Bay의 음악에서도 잘 전승되고 있는 성격이다. 덧붙여 둘은 연인관계인 것도 팬으로서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 글에서 주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앨범은 앞서 언급했던 ‘Imaginal Disk’이다. 2024년에 발매된 이 앨범을 나는 비교적 최근에 접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 이보다 더 많이 감상한 앨범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내가 ‘Imaginal Disk’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 사운드 과잉 속의 조화를 들 수 있다. 이들의 음악은 수많은 요소를 다 섞어 넣은 듯이 과장된 음향이 특징이지만, 난잡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기분 좋은 혼란스러움에 가깝다. 이는 수많은 요소 위에 흐르는 멜로디가 결국 단순하고 대중적인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Imaginal Disk’의 궁극적인 장점은 앨범의 유기성에 있다. 이 앨범은 다양한 장치를 통해 앨범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지도록 하는데, 이어지는 글에서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Imaginal Disk: 작품으로서의 앨범
매튜와 미카는 본 앨범을 구상할 때 하나의 세계관을 가정하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앨범은 주인공 True가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 이마에 디스크를 이식받고, 자아를 잃고 방황하다가 결국 자신의 불완전한 모습까지 수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성충판을 의미하는 단어 ‘Imaginal Disc’에서 스펠링만 바꾸어 앨범 제목을 만든 것도 이와 관련된다.
물론 이런 스토리의 흐름도 좋지만, 스토리를 통해 나타내고자 한 유기성이 음악에서 드러나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내가 이 앨범을 전체 재생하자마자 빠져들었던 것은, 한 트랙에서 다음 트랙으로 넘어나는 과정이 소름 끼치도록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또한 트랙의 배치가 전략적으로 계획되어, 상승과 하강을 통해 약 53분의 러닝타임 동안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개인적으로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Death & Romance부터 Tunnel Vision까지의 5곡인데, 이 구간은 모두 앞 트랙에서 뒤 트랙의 배경음을 예고하면서 전환된다. 공통적으로 트랙의 마지막 부분을 비우고 신스 사운드의 여운으로 채우면서, 뒷 트랙의 요소를 집어넣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다.
유기성이 극대화되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1번 트랙인 She Looked Like Me!, 중간의 Feeling DiskInserted?, 그리고 마지막 트랙인 The Ballad of Matt & Mica에서는 모두 공통적인 메인 멜로디, 즉 라이트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등장한다 (라이트 모티브: 본래 오페라에서 특정 인물, 관념 등이 나타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이를 상징하는 짧은 선율). 앨범의 첫머리와 끝에서 같은 멜로디가 등장하는 수미상관의 구조는 청자를 한층 더 만족스럽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가장 마지막의 The Ballad of Matt & Mica이다. 곡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앨범의 가상적 세계와 현실의 매튜, 미카가 마침내 만나는 트랙이다. 3박의 키보드 사운드와 4박으로 진행되는 음악이 어우러지는 것이 재미있고, 1번 트랙에서 제시한 라이트 모티브를 아름답게 재등장시키는 것이 감동적이다. 앨범 커버의 색감처럼 신비롭고 몽환적인 사운드에, 무엇보다 따뜻한 느낌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이만하면 왜 이 앨범을 하나의 작품으로서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의 세계관, 트랙 간 연결, 라이트 모티브 등의 장치 덕분에 곡들이 제각각 흩어지지 않고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잘 모르겠다면, 한 번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글을 쓰고자 결심한 이후, Magdalena Bay와 'Imaginal Disk'를 소개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비록 그들의 음악을 모두 아는 것도 아니고, 사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가 현재 가장 사랑하는 앨범이 ‘Imaginal Disk’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곡 위주의 파편적인 방식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에, 이토록 정교하게 긴 흐름으로 설계된 앨범을 만나는 것은 참 선물 같은 경험이다. 만약 당신이 아티스트가 설계한 작품으로서의 앨범을 맛보고 싶다면, 'Imaginal Disk'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이들처럼 하나의 앨범을 작품으로 만드는 아티스트들을 더 많이 발굴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