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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당신] 꿈을 사랑한다는 건 아끼지 않는 것 [버킷리스트]

'언젠가'에 가두는 것들

by 채수빈 에디터
2026.05.16 05:43

 

 

나는 버킷리스트가 무엇인지 몰랐던 아주 어릴 때부터 영국에 가고 싶었다.

  

해리포터를 읽었던 때 무렵이었던 것 같다. 옥스퍼드 대학교 사진을 A4용지가 들어차게 인쇄해 방 벽에 붙여놓기도 했다. 잉크가 살짝 바랜 그 사진을 보면서 난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호그와트에 가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나는 옥스퍼드 대학교에 가지 못했다. 워킹 홀리데이에 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살다 보니 인서울 대학교에서 학점을 성실하게 관리하는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번아웃이 찾아왔고, 갈수록 피폐해지는 나를 보다 못한 대표님이 직접 휴직을 권하셨다. 나는 냉큼 받아들였다.


휴직한 지 일주일이 지나가던 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오후인데 방 불을 켜지도 않았다. 어두운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2리터 생수 페트병을 입에 대고 마셨다. 사는 게 귀찮았다. 단순히 휴직을 한다고 쉬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러다가 홀린 듯 핸드폰을 켜 영국행 티켓을 예매했다. 모든 예매는 10분 안에 이루어졌다.


자기 집에서 지내라고 선뜻 권해준 친구의 집에서 머물며, 나는 영국에서 2주일 동안 살게 되었다. 영국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나가던 날 웨스트엔드에서 버블티 카페에 들어갔다. 착석했는데 한국 가요가 흘러나와 묘한 반가움이 들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며 빨대를 쪼록 물었는데, 그때 들려온 가사를 듣고 순간 멍해졌다.

 

["친구로 지내다 보면, 계속 네 옆에 있다 보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했어. 친구로 지내다 보면, 네 눈에 비친 나를 보면, 언젠가는 나의 눈에도 네가 있지 않을까 했어."] - 빅나티, <친구로 지내다 보면>

 

옥스퍼드 대학교 사진만 계속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워킹 홀리데이를 계속 생각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미친 듯이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고백해서 이쪽으로 진즉에 왔어야 했다.

 

꿈은 사랑과 같아서, 고백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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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국 여행 후 스페인으로 이동해서 찍은 사진. 바르셀로나 대학교 앞 풍경)

 

 

3년 전 내가 나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더 이상 리스트에 추가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본능 덕분이었다. ‘나중에 보기’에 유튜브 영상을 저장해 놓으며 영원히 보지 않듯, 인생의 가능성으로만 남겨두고 싶지 않다면 지금 어떤 액션이라도 취해야 한다. 쉬운 일은 결코 아니지만, 직면하는 인생의 희열은 달콤하다.

 

어느덧 바라만 보고 있는 꿈이 있다면, 올해에는 그 마음을 어떤 형태로든 고백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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