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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될 때 목표를 적을 때도 있고 적지 않을 때도 있다. 목표를 안 적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렇게 마음먹고 새해를 맞이했지만 돌아보면 이루지 못한 목표들이 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 미달성이 다음 목표를 세울 용기를 조금씩 갉아 먹는다. 지난해에도 끝내 해내지 못한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올해는 아직 뚜렷한 목표를 정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 무언가 이루고 싶은 마음은 늘 가득하다. 단순한 바람부터 지금의 나로서는 가능할지 생각하기 어려운 일까지. 다만 그 목표들은 해가 지날수록 조금씩 바뀌어왔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버킷리스트'처럼 거창한 목록이라기보다는 마음속에 양동이 하나를 두고 그 안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담아두는 느낌에 가깝다. 언젠가는 포기할지도 모르고 이뤄질까 싶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품어보고 싶은 마음들이다. 이 마음속 양동이에 담아두었던 것들을 몇 가지 꺼내보려 한다.


어릴 때 '버킷리스트'를 적을 때면 꼭 적는 게 있었는데 바로 스카이다이빙이었다. 어느 날 텔레비전 속에서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낙하산을 펼치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유독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었다. 그 이후 버킷리스트를 쓸 때마다 늘 '스카이다이빙'을 적어 넣었다. 지금에 와서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일은 맨정신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대신 패러글라이딩을 떠올리게 된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그대로다. 자유롭게 떠오르는 감각, 그 자유로움이 여전히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또한 하늘만큼이나 바다도 늘 궁금했다.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그 아래는 어떤 세계일지 상상할 때가 있고 수영을 배우며 언젠가는 나도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는 '스킨스쿠버 다이빙'이다. 요즘은 지구온난화로 바닷속 풍경이 예전 같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한 번쯤 맑은 바닷속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그리고 뜬금없지만 가능하다면 상어를 볼 수 있는 곳에서 하고 싶다. 사실 상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죽기 전에는 꼭 실제로 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직업적인 영역에서의 버킷리스트도 있다. 한창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을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도 보러 다니던 시절, 너무 좋은 나머지 '20주년 공연이 열릴 때는 내가 스태프로 참여하고 싶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꺼내곤 했다. 좋아하는 배우를 무대 뒤에서 만나는 상상, 특히 무대조명을 배우고 공연을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관객이었고 그 꿈은 이루기 어려운 바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후 뮤지컬은 아니더라도 공연과 관련된 곳에서 일해본 경험이 생기면서 그 말은 더 이상 완전히 허무한 상상이 아니게 되었다.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자유로움과 문화, 그리고 예술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형태로 떠오르는 또 하나의 바람은 '멀리 떠나보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해외에 살아보는 일'로 이어진다. 자유와 해외가 꼭 연결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택지는 바로 해외였다. 새로운 나라에서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가능하다면 그 안에서 일도 해보고 싶다. 미국의 브로드웨이, 호주의 오페라하우스, 유럽 곳곳의 문화예술 공간들. 관광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그 풍경을 마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 모든 바람 끝에 내가 바라게 되는 마지막 버킷리스트는 단순하다.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 내 집이 있고 반려견을 기르며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일상이다. 그 시간을 지나 후회보다 만족에 가까운 마음으로 끝을 맞이하고 싶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금 적어둔 이 버킷리스트들이 전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삶이면 좋겠다. 그때마다 가능성과 현실만 따지기보다는 마음속에 떠오른 것을 한 번쯤은 꺼내어 '일단 해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한 준비가 아니어도 확신이 없어도 시도해 보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삶.


결국 내가 바라는 것은 모든 버킷리스트를 완성하는 삶이 아니다. 끝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그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한 번쯤은 행동으로 옮겨보는 삶이다. 해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더라도 그 앞에서 용기를 냈다는 기억이 있다면 후회는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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