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콘텐츠 중독자다.
음악, 드라마, 영화는 물론이고 유튜브, 각종 OTT를 모두 구독하며 짬 나는 시간에 웹툰까지 챙겨보는, 콘텐츠 없이 살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소비하지 않았던 콘텐츠는 ‘팟캐스트’다. 별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나에게 그렇게 가까운 콘텐츠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대 중반이 되면서 가장 파고들고 싶은 콘텐츠 중 하나가 되었다. 욕심이겠지만 내가 동경하는 이들이나, 그 동경을 함께 나누는 마음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짜로 듣고 싶었달까. 그게 바로 팟캐스트라고 생각했다.
팟캐스트를 들을 때 중요한 조건은 나의 상태다. 귀가 한가한가. 눈이 바쁜가.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을 만큼 내 마음이 여유로운가. 등등… 번번이 실패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온전히 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몇 가지 필수불가결한 조건을 세웠다.
내가 가장 지루하게 느끼는 시간은 집안일을 할 때다. 집안일을 할 때면 어찌나 집안이 고요한지, 내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순간을 참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눈으로 보는 콘텐츠를 소비하기는 어렵고, 노래는 지겹고. 그때 소비하기 딱 좋은 콘텐츠가 바로 팟캐스트다.
팟캐스트를 처음 들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지인이 팟캐스트를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채널을 당장 구독했었다. 그 당시에는 바로 듣지 못했고, 한참이 지나 갑자기 문득 그 채널이 생각났다. 알 수 없는 끌림에 아무 에피소드나 재생했는데, 그 당시 내가 하고 있던 고민과 완전히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혼잣말로 대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푹 빠져들어 여러 에피소드를 찾아 듣게 됐다.
삶의 방식에 대한 갈증을 채워 줄 채널 세 가지를 소개하겠다.
1. 무소속 생활자

회사 밖에서 홀로 일하는 무소속 생활자 도아, 예진.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야기에 물음표를 던지고, 자유롭고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기 위한 생활 양식을 제안한다.
도아님과 예진님이 운영하시는 채널인 무소속 생활자는 정해진 곳 바깥에서 독립적으로 일하고,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정답을 말하기보다 삶의 방식, ‘어떻게 살 것인가’를 오래 생각하게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유독 깊이 공감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일과 사랑, 생활과 불안 같은 주제들을 꾸밈없이 꺼내놓고, 무엇보다 두 분의 목소리가 정말 좋다. 잔잔하면서도 단단해서 듣고 있으면 어딘가 마음이 충만해진다.
2. 도그지어의 왈왈왈
책모임으로 만난 도그지어 성훈, 수정, 제우.
그러나… 책 읽는 것만 빼고 모든 것을 함께하게 되다.책의 한 귀퉁이를 접는 모양을 뜻하는 ‘dog’s ear’.
작업자의 시선으로 보고, 듣고, 읽고, 한 귀퉁이 접어 두고 싶은 것들에 대해 떠듭니다.
누군가의 수다를 이렇게 오래 듣게 될 줄 몰랐다. 제목처럼 가볍고 유쾌하게 시작되지만, 듣다 보면 어느새 삶과 취향에 대한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흐른다. 일상에서 마주한 생각들, 좋아하는 것들,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가는데, 그 솔직함이 유독 좋다. 듣고 있으면 친한 언니, 오빠의 대화를 옆자리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웃기다가도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고, 가볍게 시작한 대화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깊어진다. 무엇보다 이 채널의 가장 큰 매력은 날것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는 데 있다. 완벽하게 정리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흔들리고 고민하는 상태 그대로를 청춘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함께 나눈다.
3. 김혜리의 필름클럽

씨네21 김혜리 기자, SBS 최다은 PD, 배우 임수정이 영화와 음악을 이야기합니다.
팟캐스트 청취자들에게는 어떤 지식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여기서 무언가를 얻어간다면 땡큐고, 그런 경험이 있다면 팟캐스트를 끊기 어려울 것이다. 나에게 그런 채널이 바로 김혜리의 필름클럽이다.
문화예술 중 나와 가장 거리가 먼 카테고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저 사람들이 좋다는 영화만 가끔 따라 보고, 어떤 영화가 나에게 진정 좋은 영화인지,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도 몰랐다. 나는 숲은 잘 보는데 숨어 있는 나무들까지는 보지 못하는, 보았더라도 금방 잊어버리는 아주 말랑한 뇌를 가진 사람이라, 소위 말하는 떡밥 같은 것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영화에 대한 갈증이 커지던 때가 있었다. 좋은 영화를 만나고 난 후였다. 더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서 영화를 부지런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는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끝나고 나서는 그 영화에 대해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왓챠피디아를 찾아보곤 했는데, 왓챠피디아의 코멘트들은 왠지 자기 필력을 뽐내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만나 그 갈증을 해소했다. 감독이나 영화의 배경은 물론이고, 이 영화가 지금 현재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거나 하는-이야기들까지 알게 되니 영화에 대한 애정도 커지고 어딘가 유식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떤 취향이 통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팟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