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서두르는 습관을 갖게 됐을까.
요즘 사람들은 행복보다 효율을 먼저 생각한다. 나만 해도 그렇다. 출퇴근 버스에 올라가는 한 시간이 아까워 억지로 책을 펴서 읽거나 자기개발을 위한 정보들을 억지로 찾아본다.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아서다. 저녁 무렵이 되면 내가 얼마나 생산적으로 보냈는지 스스로를 평가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하루는 게으른 하루가 되고, 천천히 살아가는 삶은 뒤처지는 삶처럼 취급받는다.
그런 시대에 사는 내게 도서 『타샤의 기쁨』은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타샤의 그림들은 대게 따뜻하고 아기자기하며 살아있는 느낌을 심어준다. 초록의 풀이 살아서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랄까. 타샤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넓은 정원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타샤 튜터가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순간들은 한참을 머물며 사유하게 된다. 사소한 장면들을 오래 바라보는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부러워지기까지 한다. 정원을 가꾸고, 차를 끓이고, 변화를 기다리고, 무언가를 만드는 소소한 삶의 조각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너무 느리고 비효율적인 시간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 반려견 코기와 앵무새와의 시간, 정원을 가꾸는 모습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며 나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아마도 타샤의 삶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가 작가여서도 완벽해서도 아니다. 불편하고 손이 많이 갈지라도 직접 정원을 가꾸고, 시간을 들여 계절을 기다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반복되는 일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채워나가는 사람.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았던 건 타샤가 행복을 대하는 태도다. 타샤 튜터는 행복을 대단한 결과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반복하고 사소한 것에 마음을 쓰고, 자신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 자체로 충분한 행복을 이루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행복을 너무 먼 곳에 두고 살아간다. 더 성공하면, 더 안정되면 더 많은 걸 이루면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 행복이 멀리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타샤의 그림은 말없이 보여준다. 행복은 미래에 도착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가까운 것이라고.
나는 시간이 비는 걸 잘 못 견딘다. 강아지 산책조차 몇 분 부터 몇 분까지 정해두고 움직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걷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을 해치우는 일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산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루의 빈칸을 메우는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타샤의 삶은 나와 정 반대로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세상에 자신을 증명하려 하기보다 하루를 충실하게 사랑하는 쪽에 가까운 사람처럼 보인다. 책을 읽는 동안 잘 살아야 한다는 압박보다 ‘나답게 살아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계속 떠올렸다. 불완전한 하루를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채워갈 수 있을지 보다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천천히 차근차근 내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문득 나는 무얼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할까를 떠올렸다. 맛있는 걸 먹을 때, 귀여운 강아지랑 아무 생각 없이 놀 때, 시집을 읽을 때, 재밌는 프로그램을 볼 때, 나열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아주 소소한 것들이었다. 아 내가 그랬었지라고 대답하는 내가 신기하다. 내 모습을 현미경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훅훅 지나갔던 내 생각들을 깊이, 천천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