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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는 꿈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니 - 타샤의 기쁨 [도서]

모래 한 알에서 세상을 보고

by 이다혜 에디터
2026.05.17 03:19

 

 

어떤 이들은 쉽게 마음의 기쁨과 평화를 얻지만, 어떤 이들은 그렇지 못한다. 살면서 큰 기쁨을 안겨주는 것이 생기면 그게 무엇이든 나는 그림으로 그렸다.

 

이 책은 이야기책이 아니다. 특별한 시작이나 끝도 없고 달리 전하고픈 메시지도 없다. 그저 과거와 현재의 추억에서 건져 올린 기쁨의 말만 오롯이 담겨 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며 행복을 느꼈듯, 여러분도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행복을 찾기를.

 

그림은 내가 그렸고, 글은 '다른 이들이 남긴 꽃'이다.

 

1979년 코기 코티지에서

타샤 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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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약한 성정의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이유 없이 불안한 밤이 찾아올 때면 가장 익숙한 품에 안기곤 했다.

 

모두가 곤히 잠든 새벽이면 거실 불을 환하게 밝히고 밤새워 좋아하는 책을 닳도록 읽었다. 그때 읽었던 책은 『작은 아씨들』, 『하이디』, 그리고 적은 용돈으로 한 권씩 사모은 타샤 튜더의 책들. 누군가에게는 지루해 보이겠지만 내게는 가장 부러운 모습이었다.

 

타샤는 그림을 그리고 동물을 키우면서 화초를 가꾸는 일에 열중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그림책을 내고, 땅을 마련해 늘 꿈꾸던 정원을 일궈냈다. 골동품을 수집하는 등 다양하지만 한결같은 취미를 가꾸며 평화로운 삶을 영위했다.

 

타샤의 책을 읽으면서 그녀를 설명하는 모든 취미가 슬로우 라이프와 자연이라는 소재 아래에서 개연성을 가진 채 숨쉬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것은 새로운 대로 반갑지만 너무 멀지는 않게 다시 돌아오는 그 감각이 사람들로 하여금 안정감을 준다. 그녀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타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부터 타샤도 매순간 안정적이고 온건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타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읽었던 책과 여러 글귀에서 힘을 얻어 올곧게 살아갈 수 있었다며 그 언어를 공유하기 위해 『타샤의 기쁨』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부연도 상술도 없이 하나씩 다듬어 그녀의 그림으로 곱게 싼 글귀를 내민다. 오스카 와일드, 랄프 왈도 에머슨, 마크 트웨인 등 거장이 표현한 자연과 사소한 일상에서 비롯되는 기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가 표현하기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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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처럼 눈 앞의 일에만 집중하며 달려가다 보면 내 시야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기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지금 마주한 일이 다른 사람보다 크고 무거운 사건이며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이라는 착각에도 빠지게 된다. 그러다 문득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둥둥 떠있던 발이 다시 세상에 묶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든 시간은 흐르고, 바람은 분다. 내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훨씬 많다.

 

강아지는 뛰어다니고, 풀은 자란다.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것도 우중충하지만 어쨌든 자연 현상이자 사실일 뿐이지 가치 판단의 영역이 아니다. 세상 일이 전부 치밀한 설계 아래 돌아가는 게 아니라 즉흥이라는 법칙을 따르고 있다는 걸 의식하면 조금은 유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하지 않아도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는 가득하다. 생각보다 삶은 무겁지 않다. 세상과 나는 가볍고 또 엉성하게 얼기설기 얽혀있다. 그 자유에서 전부 느끼고 끌어안을 줄 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들판과 숲, 시내와 대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천상의 빛을 머금어

꿈의 영광과 싱그러움으로 가득 찬 때

 

윌리엄 워즈워스, <영원의 송가>

 

 

우리는 행복해야 할 의무를 가장 소홀히 한다. 오랜만에 이 이름을 다시 접하고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구다. 행복하려고 사는 건데, 너무 앞만 보고 살아버려서 오히려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봄의 기쁨은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재회할 수 있겠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로운 기쁨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내 안의 타샤는 그렇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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