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위고비, 마운자로, 오젬픽과 같은 비만 치료제와 다이어트 보조 식품이 만연하다. 이 때문인지 연예인들의 마른 몸매와 이른바 '뼈말라' 체형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적 기준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화풍을 보여주는 작가가 있다.
바로 페르난도 보테로이다.

In his studio in Paris, 1996
보테로의 작품을 보다 보면 구석기 시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조각상이나 19세기 페르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꼽혔던 타지 에스 살타네 공주가 떠오르기도 한다.
단순한 구성과 다채로운 색감, 통통하고 풍만한 인물 형태, 이상적인 비례에서 벗어난 신체 표현, 그리고 어딘가 익살스러운 표정이 더해져 그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코믹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독특한 화풍을 그의 이름을 따 '보테리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페르난도 보테로 사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순회 전시로, 2026년 4월 24일부터 2026년 8월 3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총 112점의 주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명화를 오마주하다.
페르난도 보테로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는 바로 <12세의 모나리자>이다.
이는 보테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서는 해당 작품을 볼 수 없지만, 대신 여러 고전 명화를 오마주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벨라스케스를 따라 그린 시녀들>, <얀 반 에이크를 따라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 등이 있다.

메니나, 벨라스케스를 따라 Menina After Velasquez, 캔버스에 유채, 198 X 160 cm ⓒ Fernando Botero Foundation
특히 <벨라스케스를 따라 그린 시녀들>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개된 작품이라고 한다.
원래는 보테로의 작업실에 보관되어 있던 작품으로, 사후 순회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6가지 테마
도슨트에 따르면, 보테로의 작품들은 현재 보테로의 딸이 운영하는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를 위해 딸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전시 구성에 깊이 관여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벽지 색상과 작품 배치 역시 그녀가 함께 결정했으며, 공간과 작품의 조화를 함께 감상하면 좋다고 안내했다.

전시는 총 6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었다.
과거 유럽 회화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들이 포함된 첫 번째 섹션 '변주', 작가의 고향 분위기를 담아낸 '라틴 아메리카', 종교에 대한 개인적 해석을 담은 '종교', 예술의 기본 요소인 '정물',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반영된 '투우', 그리고 마지막 섹션 '서커스'까지 이어진다.
조각 작품
개인적으로 보테로의 그림 작품을 보며, 둥글고 풍만한 형태를 매끈하고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선으로 표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특징은 그의 성격과도 연관이 있는 듯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그의 작업실은 다른 예술가들에 비해 깔끔하고 규칙성 있게 정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성향은 그의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조각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보테로의 회화 작품들이 더 널리 알려져 있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조각 작품들을 접했는 데, 일부 조각은 회화 작품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조각들은 단순한 형태처럼 보이지만 매우 매끄럽고 정교한 선으로 완성되어 있었고, 조명이 비추었을 때 더욱 빛을 발했다.
실제로 그는 생전에 조각을 정식으로 배우기 위해 1년 동안 수련하며 전통적인 기법을 익히려 노력했다고 한다.
보테로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매일 작품 제작에 몰두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살아생전에 어린 시절 예술을 접하기 어려웠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힘썼으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들을 예술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그의 생애 마지막까지 이어진 예술에 대한 열정과 신념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나아가 체형, 다이어트, 외모에 집착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진정한 본질과 순수한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