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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이 고통을 끝낼 수 있다면 -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17년 만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돌아왔다

by 정현승 에디터
2026.04.12 02:04

 

 

가장 대표적인 사랑 이야기를 꼽으라면 몇 개의 이야기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단번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릴 이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17년 만에 한국어 뮤지컬 공연으로 다시 극장을 찾았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 두 원수 가문 몬테규와 캐플릿. 두 가문은 서로를 향한 갈등과 증오를 ‘전쟁’이라고 표현하면서까지 끝없는 분란을 겪어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전쟁’에 두 가문 사람들이 반응하는 태도다. 여전히 반대편의 이들을 증오하지만, 동시에 이 분란이 만드는 상처와 흉터에 주목하며 끝나지 않는 전쟁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가문의 대립을 색으로 표현하며 강렬하게 시각적 효과를 줬다. 빨간색의 캐플릿 가문, 파란색의 몬테규 가문은 서로 대립하는 만큼 그들 각각이 추구하는 가치 또한 다르다. 정치적 안정을 중요시하는 캐플릿 가문에서 줄리엣은 홀로 낭만을 찾아 ‘진짜 사랑’을 기다리는 인물이다. 자유로움과 열정을 추구하는 몬테규 가문에서도, 로미오는 홀로 전쟁이 남긴 상처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섬세한 인물로 그려진다.

 

서로의 양끝에 있는 것 같은 두 가문이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툭 튀어나온 못 같은 존재들이 서로에게 이끌리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순서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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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로미오와 줄리엣>이 관객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건, 어쩌면 더 이상 로미오와 줄리엣의 서사 그 자체보다는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형으로 다루고 있지만, 캐플릿 가문과 몬테규 가문을 이끄는 인물들과 그에 소속되어 갈등의 주체이자 피해자가 되는 이들의 얼굴이 몇 번이고 강조된다. 그들은 가문을 위해 갈등의 양상을 더 악화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더 이상 전쟁은 필요 없다며 소리치기도 한다.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이 로미오 역으로 미소년으로 그려지는 아이돌 가수들을 대거 섭외한 점도 흥미롭다. 덕분에 이번 극에서 로미오는 도시의 혼란과 가문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소년의 얼굴을 무척이나 잘 표현했다. 몬테규 가의 차기 당주이지만 가문의 누구보다도 이 갈등을 해결하려는 점에 있어 소극적인 초반 로미오의 모습도 그렇다. 누군가 피해자의 얼굴을 한다면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한 지점인 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 그리고 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이 전체 극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과 죽음이 결국은 두 가문을 화해하고 화합하게 만드는 결말에 이르게 했지만, 그 사이에서 작용한 건 단지 두 사람 몫의 서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대신 그 사이에는 갈등을 고뇌하던 두 가문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답이 아닌 걸 알면서도 달릴 수밖에 없음을 괴로워하는 이들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얼굴을 한 번 확인해 보지도 못한 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로미오와 줄리엣. 하지만 로미오를 따라 죽음을 결심하는 줄리엣의 얼굴에선 이 전쟁이 선사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원하던 사랑만을 좇을 수 있다는 희망마저 엿보인다.

 

그러니 이 뮤지컬은 단지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 고통을 끝낼 수 있다면,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에서 노래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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