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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오렌지로 물든 SPYAIR JUST LIKE THIS IN KOREA [공연]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by 김주하 에디터
2026.09.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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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일본어에 빠지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일본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고, 또 어쩌다 보니 ‘사무라이 하트’를 통해 스파이에어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스파이에어의 노래를 하나둘 찾아 듣다가, 알고 보니 내가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의 OST를 부른 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좋아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노래를 듣고, 영상을 찾아보고, 멤버들의 이야기를 알아갈수록 스파이에어는 어느새 애정하는 밴드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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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팅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내가 공연 일정을 캘린더에 적어두고 티켓팅 고수들에게 조언도 구했다. 좋아하는 것을 만나기 위해 이렇게까지 기다려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5월 29일. 드디어 티켓팅 날이 다가왔다.




      티켓을 사는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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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에어의 콘서트 티켓을 사는 순간부터 콘서트를 기다리는 시간이 시작됐다. 티켓을 구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익명의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좋아하는 노래를 다시 찾아 듣기도 했다. 티켓팅을 성공해 콘서트를 갈 수 있다는 그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하고 가슴 뛰었다. 그때부터 SPYAIR 공식 계정은 다 팔로우 하며 모든 공지사항을 놓치지 않고 살펴보았다. 아직 공연장에 가지도 않았지만 이미 그때부터 콘서트의 일부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기다리는 시간마저 설렘으로

       

      공연 당일에도 스파이에어의 노래를 들으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브이로그를 찍으며 이동하는 길마저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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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에서 문자로만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 서로 준비한 굿즈를 맞교환하기도 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스파이에어를 좋아한다는 하나의 공통점만으로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고, 누군가가 정성껏 만든 굿즈를 받아보며 공연을 기다리는 그 모든 시간이 즐거웠다.

       

      지방사람이 콘서트장으로 가는 길은 멀고 힘들었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푹 빠져 충분히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just like this 내가 알던 스파이에어와는 조금 달라도

       

      사실 티켓을 사고도 한편으로는 고민이 많았다. 나는 스파이에어의 이케 목소리를 좋아했다. 이케가 탈퇴한 이후에는 내가 좋아했던 스파이에어의 정체성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져 한동안 많이 방황하기도 했다. 요스케가 새로운 보컬로 합류한 이후의 노래는 많이 듣지 않았기에, 내가 좋아했던 스파이에어와 너무 다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콘서트에 가는 것 자체를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원멤버 켄타, 유지, 모미켄과 새로운 보컬 요스케를 마주하니 생각이 달라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보컬 실력은 물론이고, 라이브에서 느껴지는 멤버들의 팀워크와 에너지가 좋았다. 무엇보다 그들이 지금도 자신들의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관객인 나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그제야 내가 기억하는 스파이에어와는 조금 다를지언정, 내가 좋아했던 스파이에어만의 것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예상하지 못했던 ‘Orange’

       

      내 생애 첫 콘서트였던 만큼 처음에는 야외 콘서트장이라는 사실이 조금 아쉬웠다. 9월의 햇빛은 아직 너무 더웠고, 공연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꽤나 힘들었다. ‘공연을 보는 동안에도 덥고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콘서트가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해가 지기 시작하며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스파이에어가 ‘Orange’를 불렀다. 내가 봤던 애니메이션의 OST를 스파이에어가 직접 불러주는 순간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느꼈던 서사와 분위기, 그때 들었던 노래와 실제 현장 라이브가 한꺼번에 겹쳐지며 전율이 느껴졌다.  일몰 시간에 맞춰 곡을 선정한 것처럼 완벽한 순간이었다. 전광판에는 청춘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스파이에어가 비춰지고 있었고, 해가 지며 오렌지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에서 ‘Orange’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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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장에서 이벤트로 나눠준 오렌지빛 스티커를 휴대폰 플래시에 붙이고, ‘Orange’가 나오자 모두가 손을 흔들었다. 수많은 오렌지빛 불빛과 노을이 어우러진 풍경은 정말 그곳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처음에는 야외 공연장이라서 아쉬웠는데, 그 순간은 오히려 야외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 공연장이었다면 절대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보는 콘서트에서 함께 만드는 콘서트로

       

      공연을 보면서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기보다 어느 순간에는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래하고, 타올을 흔들고, 후레쉬를 비추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마음을 울렸다. 그 순간만큼은 기록을 남기는 것보다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무대 위의 멤버들이 노래하면 객석은 함께 노래하고, 객석의 열기에 무대가 다시 반응하는 것처럼 서로 호흡하고 있었다.

       

      수십 번, 수백 번 공연을 했을 멤버들이 여전히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였을 때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게 된 순간이다.

       

       


      끝나고도 이어지는 마음

       

      콘서트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찍어둔 영상을 다시 돌려보고, 콘서트에서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었다.

       

      콘서트 당일 사람들과 나눴던 굿즈와 물품을 다시 바라보니 그날의 순간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콘서트는 무대가 열리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다. 티켓을 구매한 순간부터 기다리고, 노래를 들으며 공연장으로 향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그 모든 순간부터 이미 콘서트는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콘서트가 끝난 후 영상을 다시 보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까지도 그 마음은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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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콘서트를 통해 나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다른 모습을 직접 마주하는 일이 꼭 실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케의 목소리를 좋아했던 내가 요스케의 스파이에어를 걱정했지만 새로운 스파이에어의 모습을 발견했고, 야외 공연장이 아쉽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는 오히려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만났다.

       

      어쩌면 좋아한다는 것은 내가 기억하는 모습만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달라진 모습 속에서 또 다른 좋아함을 발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는 '좋아하는 밴드의 공연을 보고 온 하루'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기다리고 나누고 함께 즐기는 모든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를 알게 해준 시간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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