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환영해, 여기는 베로나
극의 배경인 도시 ‘베로나’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갈등과 사랑, 운명이 교차하는 장소이다. 몬테규 가문(로미오)과 캐퓰릿 가문(줄리엣)이 서로를 원수라고 부르짖는 도시이자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속삭이는 도시이기도 하다.
뮤지컬의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
하지만 몬테규와 캐퓰릿 두 원수 집안의 갈등으로 베로나는 언제나 어수선하다.
몬테규가의 아들 로미오는 진실한 사랑을 찾고 있는 순수한 로멘티시스트.
캐퓰릿가의 딸 줄리엣 그녀는 사랑할 오직 한 남자만을 꿈꾸며 기다린다.
하지만 줄리엣 아버지 캐퓰릿은 줄리엣이 거만하지만 재력가인 영주의 조카 패리스 백작과 결혼하길 바란다. 그러던 어느날 캐퓰릿은 그의 딸 줄리엣이 패리스 백작을 만날 수 있도록 가면무도회를 준비한다.
로미오와 그의 사촌 벤볼리오, 그리고 친구 머큐시오는 초대받지 않은 캐퓰릿가 무도회에 몰래 참석을 하고, 그곳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들을 둘러싼 모든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미오와 줄리엣 두 연인은 사랑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3월 28일 토요일 오후 2시 공연을 관람했는데, 해당 공연에서는 우빈(아이돌 – 크래비티)과 송은혜가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 역을 맡았다.
사랑, 사랑, 사랑.
그리고 강렬했던 죽음.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 이상 읽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뮤지컬을 보기 전에 시놉시스 정도만 읽어보고 딱히 어떤 내용인지 찾아보지 않았다. 그런데 자리에 앉아 극을 관람하다보니 정말 큼직한 틀만 기억나고 대부분의 내용이 흐릿하거나 순서가 헷갈렸다.
원래도 그러했지만 이번에 뮤지컬을 관람하면서 든 생각은 결국 ‘사랑’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사이도 서로를 향한 사랑이고, 각자가 가문을 위해 다른 가문을 원수라 부르는 것도 가문을 향한 사랑이고, 가족을 떠나보내기 힘들어하는 것도 가족을 향한 사랑일 것이기에 그렇게 느꼈다.
나에게 이번 뮤지컬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죽음’이 배역을 맡은 배우로 인해 시각적으로 드러난 장면들이었다. 극 초반에 다른 친척 형제자매들과는 달리 죽음을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에서는 한 발짝 다가가면 한 발짝 뒷걸음질하는 등의 모습과 어두운 조명 등으로 나타났고, 로미오의 사촌인 벤볼리오가 죽기 전 장면에서는 죽음이 그의 주변을 떠돌며 자세를 따라한다거나 몸 주변을 만질 듯한 가까운 거리를 손으로 더듬는 듯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줄리엣이 죽었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머큐시오가 로미오에게 전달하려다 편지를 보여주지 않고 말로 전해주는 장면에서는 죽음이 주변을 멤돌다 두 등장인물이 사라진 이후에 편지를 집어 태워버리는 장면으로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특히 순식간에 이루어진 마지막 연출은 순간적으로 놀라 눈을 감을 정도였다. 또 벤볼리오나 로미오, 줄리엣이 죽는 장면에서는 죽음이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영혼이 없어진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속의 하나의 배역인 ‘죽음’을 표현한 연출과 장면들을 보며, 한 마디의 말 없이도 얼마나 강렬하게 의미를 전달하고 시청각적으로 자극을 줄 수 있는지가 무척이나 놀라웠다.
그래서 곡 넘버들을 듣고 연출을 보면서 재미있었고 인상깊게 느낀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내가 가장 제일로 꼽고 싶은 것은 ‘죽음’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극 속에서 줄리엣과 로미오는 진실한 사랑을, 그리고 자신의 운명일 이를 꿈꾸며 살아간다. 캐퓰릿 가의 무도회에서 첫눈에 서로에게 반하고 이후 상대방의 진심을 확인한 둘은 그들 사이를 가로막는 수많은 반대와 이유가 있음에도 서로를 사랑하기로 한다.
결국 뮤지컬의 모든 것은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귀결된다고 느끼면서 다른 이들을 향한 사랑을 이길 만큼 열렬한 사랑을 이어가는 한 연인을 마주한 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을 단어나 문장으로 표현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또 가족을 향한 사랑도 있고 친구를 향한 사랑도 있고 내 반쪽을 향한 사랑도 있기 때문에 그 다양한 방향의 사랑을 한 번에 표현할 방법을 찾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나는 사랑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며 그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게 되었다.
가족을 향한 사랑은 한없이 깊다. 쉽게 끊을 수 있는 사이도 아니거니와 이유 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든든하고 포근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을 내가 얼마나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내가 어디까지 희생적일 수 있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의 친구를 향한 사랑은 꽤나 무겁다. 성격상 친구라는 관계에 타인을 넣는데 오래 걸리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친구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사랑을 퍼주곤 한다.
그런 관계에 있는 친구들 중에서도 내가 친구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봤던 이는 딱 두 명이다. 심지어 그 친구들 모두 ‘그렇게까지?’라고 할 정도로 무겁고 희생적인 생각이라 나도 쉽게 꺼내기는 어렵고 적기도 힘들다. 그저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말하고 싶다.
반쪽은 없기도 하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잘 모르겠다.
어쨌든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다시 한번 가족과 지인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관계를 가늠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더없이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걸 한층 분명히 알게 되었다.